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제238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 / 경향 정환보 기자


   
 
  ▲ 경향 정환보 기자  
 
지난 6월21일 국회 정무위에서는 깜짝 놀랄 만한 폭로가 있었다. 대통령 풍자 동영상을 개인 블로그에 올렸다는 이유로 조사 자격이 없는 총리실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인 한 기업인과 회사를 사찰해 대표직 사임과 지분 이전을 성사시켰다는 내용이었다. 총리실의 하명(下命)을 받은 서울 동작경찰서는 당초 이 사건을 종결처리했지만 서장의 보완수사 지시로 수사관이 교체되고 결국 명예훼손 혐의(기소의견)로 검찰에 사건이 송치됐다. 결국 김씨는 혐의는 인정되지만 기소되지 않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거의 모든 언론이 국회에서의 폭로 내용을 들었지만 보도한 언론은 일부에 그쳤다. 후속보도도 전무한 상태였다. 그러나 비록 표지밖에 없었지만 총리실 공문과 경찰 내사종결 보고 등 민주당 의원들이 공개한 자료는 확실한 근거였다. ‘뭔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긴 한데, 정말 동영상 하나 때문에 그랬을까’ 등 호기심이 꼬리를 물었다.

바로 다음날부터 동작경찰서를 출입하고 있는 필자에게 취재지시가 떨어졌다. 하지만 2년여 전 일이라 당시 사건 담당 경찰을 찾기도 어려웠고 얘기를 듣기는 더욱 어려웠다. 결국 사찰 피해자인 김종익씨를 만나는 것이 취재의 핵심이라고 판단했다. 사회부 사건팀원들을 통해 어렵사리 김씨의 주소를 구해 23일 새벽부터 찾아갔다. 이후 일주일 동안 6차례 만나 쫓아다니며 얘기를 들었다. 피해자라 쉽게 입을 열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공권력에 크게 상처를 입은 사람인 데다 앞으로 어떤 파장이 일지를 걱정하며 위축된 상태였다.

사건팀장인 캡과 동료들의 정보력을 총동원해 외곽에서도 사건의 얼개를 개략적으로 그리며 그를 계속 쫓아다녔다. 다행히 매일 만나다 보니 김씨의 경계심도 누그러졌고 기자에 대한 신뢰도 약간씩 쌓였다. 결국 헌법소원을 통해 사건기록 일체를 보관하고 있는 김씨의 입을 통해 의문이 해소됐다.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근거도 없이 김씨를 전 정권의 핵심인 이광재 강원도지사의 후견인, 촛불집회 자금 후원자, 노사모 핵심 인사라며 멋대로 설정해 놓고 털어댔던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팩트’ 확인을 위해 만날 수 있는 관련 등장인물을 모두 만났다. 경찰, 국민은행, NS한마음, 의원실 사람들을 만났고 이를 토대로 지원관실의 행태와 인적구성 등에 대한 실마리를 얻어 연속기사를 쓸 수 있었다. 차제에 실세들의 권력남용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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