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화원 인권보고서 '쥐들과 함께 살고 화장실서 밥 먹는 그녀들'

제238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방송부문 / CBS 김효은 기자


   
 
  ▲ CBS 김효은 기자  
 
우리는 그들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를 피했다.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길 극도로 꺼려하는 환경미화원들을 취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심지어 가족에게조차 자신의 직업을 숨기는 사람이 바로 환경미화원이었다.
따라서 이번 기획은 스스로를 감추는데 익숙한 사람들을 밖으로 드러내야 하는 지난한 작업이었다.

낯선 외부인이 녹음기와 카메라를 들고 나타나자 그들은 방해가 된다고 했다.
처음에는 괜한 핑계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의 업무 시간에 제대로 쉴 만한 시간이 없다는 점을 알고서 우리가 왜 환영받지 못했는지 깨달았다. 

우여곡절 끝에 그들과 여러 날을 함께 했다. 서울 종로구와 중구, 성산대교, 의정부와 남양주시에서 하룻밤 이상을 꼬박 샜다.
서울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대학병원과 대학교에서도 그들과 하루 종일 붙어 다녔다.

취재 과정은 때론 고역이었다. 지하에 있는 초대형 재활용 처리시설에 들어간 지 10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코가 따갑고 목이 칼칼해 견디기 어려웠다.
‘유난을 떤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꾸역꾸역 참았다. 숨 막히는 현장을 목도하고 나서는 가슴이 먹먹해져 울컥했다.

청소부들이 일하는 환경은 예상보다 훨씬 열악했다. 도심에 숨겨진 거대한 지하 공간과 한강 다리 아래 외진 공간, 쓰레기 수거차량으로 병풍을 친 육교 밑 등 일반인들은 쉽게 접근할 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게 오히려 편하다고 했다. 다른 사람과 마주치길 꺼려한 탓이다.
간이 휴게실이 자리 잡은 습한 지하 공간에서는 쥐가 출몰하고 역한 냄새가 올라왔지만, 그들은 이곳을 천국이라 부르며 만족해했다.

모두가 잠든 시각, 하루를 시작하는 그들을 따라다니는 것도 쉽지 않았다. 밤샘 노동을 하는 그들에겐 낮과 밤이 바뀐 지 오래다. 대인관계는 산산조각 나 있었다. 가족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양복을 입고 출퇴근을 하며 ‘변신’을 하는 이도 있었다.

환경을 위해, 즉 다른 사람들을 위해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환경미화원들은 그렇게 스스로를 거리에 던지고 있었다.

환경미화원들의 시공간을 기록한 이번 기획은 이렇게 탄생했다. 이번 보도로 인해 그들의 작업 환경이 개선되고, 그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바뀌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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