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관 제주도지사 후보 동생 돈 봉투 사건
제237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제주MBC 조인호 기자
제주MBC 조인호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0.07.07 14:46:21
파업이 한 달째를 맞은 금요일 오후였습니다. 출근시간 선전전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동료들과 함께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선 뒤였습니다. 주말을 앞둔 나른한 오후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긴급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주 MBC 노동조합 선거보도지원팀’은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날부터 숨 가쁜 며칠이 지나갔습니다.
보도가 나간 뒤, 파장은 생각보다 훨씬 컸고 반응도 빨랐습니다. 돈 봉투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이번 지방선거는 현명관 후보의 승리로 사실상 끝났다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사건 발생 다음날 실시된 여론조사부터 지지도는 역전됐습니다. 한나라당은 나흘 만에 공천을 취소하고 말았습니다. 취재를 하면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평소에는 둔감한 듯 보였던 민심이 얼마나 민감하고 무서운지, 여론을 형성시킬 수 있는 언론의 보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됐습니다.
이번 사건은 매우 단순한 사건이었습니다. 선거 때면 심심찮게 발생하는 금품살포 사건이었습니다. 모든 언론사들이 취재에 나섰고 원칙적으로 특종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머뭇거렸습니다. 결국 다른 언론사들의 안일한 대응 때문에 MBC가 특종을 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은 사실대로 전달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명제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사건 당시 저희는 MBC 노동조합의 전국적인 파업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역의 공영방송으로서 지역 주민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선거에 대해서만은 최소한의 취재인력을 지원한다는 지역 MBC 노동조합 19개 지부장단의 결의에 따라 취재에 나섰습니다.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한 것은 기자로서 더할 나위 없이 큰 영광입니다. 하지만 우리들이 출품한 것은 개인적인 영광을 위해서만은 아니었습니다. 한 달이 넘는 파업으로 뉴스가 단축되고 심각한 파행을 겪는 와중에서도 MBC는 지방선거의 흐름을 바꾸는 특종보도를 했습니다. 그 배경에 어떤 힘이 있었는지 알리고 싶었습니다. 이번 보도에서 우리가 한 역할은 매우 작습니다. 제보자의 역할이 결정적이었고 동료 기자들의 도움도 컸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MBC가 아직까지 살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도 사실은 사실대로 전달한다는 기본적인 명제는 지켜졌습니다. MBC 파업을 둘러싼 시각은 다양하고 논란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영방송 MBC를 왜 지켜야 하는지’ 이번 사건 보도를 통해서도 충분히 설명되었다고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권력과 자본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방송, 불의를 고발하고 정의를 추구하는 방송, 그래서 국민들이 사랑하는 방송을 만들자”던 이근행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장을 비롯해 파업기간 동안 함께 고민했던 동료 조합원들, 어려운 시기에도 MBC를 믿고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