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조두순 사건 연속 특종 보도

제238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 / 한국 고찬유 기자


   
 
  ▲ 한국 고찬유 기자  
 
To. 사랑하는 내 새끼들, 7남매
7남매, 느그들 맘고생이 심했지. 못난 아비 때문에 감당해야 했던 오해와 질시, 회유와 협박. 무엇이 정의인지, 왜 취재해야 하는지, 어떻게 알려야 하는지 머리를 싸맸던 숱한 시간을 그들은 모르겠지. 아비도 괴로웠다.

6월 9일 ‘대낮에 운동장서 초등생 납치 성폭행, 상처 심해 6시간 대수술’이란 첫 보도가 나간 날,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기사욕심에 피해아동이 겪을 2차 피해는 무시”, “피해아동 부모가 소송한다고 거세게 항의” 등 사건담당 경찰의 말에 등골이 서늘했다.

물론 우리의 취재결과 이는 모두 거짓이었음이 드러났지만(경찰, 제2조두순 사건 조직적 은폐의혹). 하긴 보도 전날 밤에도 “몇몇 언론사가 알고 있는데 피해아동 부모가 막아서 안 쓴다더라”는 경찰의 회유성 전화를 받은 터였다.

불쾌했지만 참았다. 아니 진심으로 곰곰이 따져봤다. 정말 기사욕심에, 2차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동료들은 묻어두기로 한 사건을 까발린 것인가? 너희에게도 가족회의시간에 진지하게 물었지. 우리가 얻은 결론이 이랬지. 대략 아는 것과 정확히 취재하는 건 비교대상이 아닐뿐더러, 최대한 피해아동의 신원은 가렸고, 가급적 피해아동 주변 취재는 삼갔으며, 사건의 의미와 향후 대책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고. 남들이 뒤늦게 사건을 파고들 때 ‘학교가 위험하다’는 기획을 시작한 건 그래서 느그들 덕분이다.

막내아들이 들려준 말이 새삼 떠오른다. “피해아동 아버지는 범인 이름과 사진을 볼까 봐 아이에게 TV나 신문을 보여줄 수 없대요.” 공개여론이 들끓고 여기저기서 범인의 이름이 오르내려도, 어쩌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비공개 원칙을 지켜준 우리의 보금자리 한국일보가 자랑스럽고 고맙다.

여러 제약과 나름의 고민에도 불구하고 착실히 취재해 준 느그들, 미덥고 고맙다. 첫날 밑도 끝도 없는 아비의 한마디에 종일 병원을 뒤지면서도 아이의 상태를 걱정하던 둘째, 보도 뒤에도 가끔 개인적으로 병원을 찾아 아이 가족의 안부를 묻는 막내아들, 끈기 있게 경찰의 은폐의혹을 밝혀준 첫째, 그리고 관련 기획을 하느라 학교현장을 누빈 셋째와 넷째, 막내딸. 느그들, 잊지 마라. 기자는 어떤 상황과 고민에 처하더라도 현장에 있어야 한다. 정헌 성기 상욱 지원 현우 혜영 그리고 태무야, 부덕한 아비는 느그들을 사랑한다. 징하게….
From. 7남매의 자랑스런 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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