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이면거래, 시장기만 의혹
제238회 이달의 기자상 경제보도부문 / 이데일리 전설리 기자
이데일리 전설리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0.08.04 15: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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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전설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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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데스크로부터 금호아시아나그룹 전현직 고위 관계자들을 집중적으로 접촉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금호가 겪고 있는 유동성 위기의 배경과 그룹 내부 동향, 그리고 2년 전 금호타이어의 2대 주주로 전격 등장해 유동성 위기설을 잠재운 해외 투자자 비컨과 금호 간 이면 거래 의혹 등을 파악해 보라는 지시였다.
2008년 8월 당시 금호는 대우건설 풋백옵션에 대한 우려가 불거진 가운데 금호타이어의 2대주주였던 쿠퍼타이어가 풋백옵션을 행사하기로 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심각한 위기 상황에 내몰렸다. 그러나 비컨이 쿠퍼의 풋백옵션 행사 물량을 받아주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위기설을 잠재울 수 있었다.
취재 과정은 쉽지 않았다. 눈보라 속에 차에 갇혀 소득 없이 발길을 돌린 날도 있었고,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자마자 전화를 끊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건의 특성상 실체를 알 만한 사람들이 모두 금호그룹 내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어 결정적인 제보나 증언, 증거물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오랜 추적 끝에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전직 금호 관계자를 만나 결정적인 힌트를 확보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니었지만 거래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만한 것이었다.
퍼즐을 맞춰 나가면서 검증 작업도 병행했다. 과거 공시 내용과 사업보고서, 감사보고서, 이사회 자료 등 관련 문건들을 샅샅이 뒤졌다.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와 회계법인 전문가 등도 접촉했다.
결국 사건의 실체를 완벽하게 파악한 이데일리 취재팀은 이면 거래 내용을 단독 보도할 수 있었다. 취재 결과 금호타이어가 새로운 투자자라며 끌어들였던 비컨은 케이먼 군도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였고, 비컨이 금호타이어 지분(쿠퍼타이어의 풋백옵션 행사물량)을 사기 위해 조달한 자금은 모두 금호타이어가 빌려준 돈이었다. 금호타이어는 자체 자금을 페이퍼컴퍼니에 빌려준 뒤 이 돈으로 자사의 주식을 매입하도록 유도했다. 사실상 자사주를 취득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금호가 분식회계, 자사주 취득규정 위반, 공시 위반 등의 위법을 저지른 혐의도 드러났다.
이데일리의 이번 보도로 기업들이 ‘진실은 반드시 드러난다’는 점을 각인해 더 이상 시장을 기만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