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비행
취재는 4년 전인 지난 2008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낙동강 하구 갯벌에 색색의 가락지를 단 도요새 한 마리가 발견됐다. 추적결과 뉴질랜드에서 한 학자가 가락지를 달아 날려 보낸 것이다. 4개의 가락지 색깔을 따 얄비(YRBY/Yellow,Red,Blue,Yellow)라는 애칭까지 붙여졌다. 그 전까지도 어느 정도 이동경로는 알려져 왔으나 실제 목격되기는 처음이었다. 시작은 여기서 부터다. 그해 8월 뉴질랜드로 1년간 연수를 떠나면서 현지 취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곳에서 안 사실 한 가지, 학자들이 해마다 도요새 수 백여
서울대 교수 논문조작
3년전, 모 지방 국립대 교수가 논문을 중복 투고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당시 유행하던 조류인플루엔자 백신을 개발했다며 언론보도와 함께 유명세를 떨치던 사람이었다. 그 분야 권위자에게 해당 논문에 대해 조언을 구했고, ‘100% 확실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기사가 나간 후 해당 교수가 언론중재위에 제소하고, 형사 고발도 했다. 몇 차례 위원회가 열렸고 결국 ‘정정보도’를 내라는 결론이 나왔다. ‘학계에서 관행으로 용인되는 수준’이라는 해명이 받아들여졌다. 문제가 된 논문
日 우익 정치인 ‘위안부 소녀상’ 말뚝 테러
‘위안부 소녀상 말뚝 테러’ 보도는 윤미향 정대협 대표가 트위터에 올린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됐습니다. 사진을 들고 처음 위안부 박물관에 갔을 때 단서라고는 2개의 함을 들고 온 일본인 남자 2명이라는 사실 뿐이었습니다. 수시간을 뒤진 끝에 그들이 지나간 길가의 CCTV, 그들에게 길을 가르쳐준 집배원의 증언을 확보했고, 지난 3월 주일 한국대사관에 꽂힌 말뚝과 같은 말뚝이라는 점을 확인하는 순간 일본 우익의 계획된 테러라고 확신했습니다. 전략적으로 JTBC 밤 10시 뉴스에 단독영상을 보도하고 다음날 중앙일보…
“중앙 ‘위안부 소녀상 말뚝테러’ 보도 심층취재 전형”
‘한·일 군사협정’ 보도, 속보성·정확성 떨어져 아쉬운 탈락빠른 것과 정확한 것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는 언론이 풀어야 할 영원한 숙제다. 제262회 이달의 기자상을 심사하는 과정에서도 선행 보도와 내용이 충실한 보도 어느 쪽을 더 평가해야 하느냐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취재보도 부문에서 경쟁한 세계일보의 ‘정부, 일본과 군사협정 체결 확정’과 헤럴드경제의 ‘한·일 군사협정 국무회의 꼼수…국민여론 무시’는 정부가 국
중앙 ‘위안부 소녀상 말뚝테러 보도’ 등 선정
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률)가 주관하는 한국기자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는 제262회(6월) 이달의 기자상 심사회의를 열어 중앙일보의 ‘日 우익 정치인 위안부 소녀상 말뚝 테러 연속보도’ 등 총 6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시상식은 내달 7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다음은 수상작이다.◇취재보도부문△ 중앙일보 김기환 기자 외 ‘日 우익 정치인 위안부 소녀상 말뚝 테러 연속보도’△ 한겨레 정환봉 기자 외 ‘GPS 간첩사건 추
CBS ‘서울 구청 친인척 채용 비리’ 권력층 부정부패 감시·비판 돋보여
경인일보 ‘북한 GPS 전파교란 공격’ 심각한 사회안보 상황 지적 ‘호평’권력의 부정부패를 고발하고 시민의 삶을 지키려는 기자정신은 언론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261회 이달의 기자상 출품작들 중에는 권력의 횡포와 부정부패를 감시하고 비판하려는 감시견(Watchdog)의 역할에 충실한 작품들이 많았다. 언론의 감시와 비판 기능에 충실하려는 주제의식, 치밀하고 끈질긴 현장취재, 국민의 눈높이에서 밝혀낸 이면의 사실들을 다룬 수작들이 많았다. 그러나 권력의 일방통행과 불통, 국민 무시, 장기화된
광주시 산성수돗물 대란 은폐
그날 밤 대형 수돗물 사고가 난 광주광역시 용연정수장은 조용했다. 80만명의 광주 시민들에게 먹을 수 없는 수돗물이 7시간 이상 공급됐던 사고 현장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 였다.하지만 그날의 사고는 감춘다고 감춰질 일이 아니었다. 대형 사고를 치고 7시간 동안 입단속을 하던 공무원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사태 수습을 위해 언론에 먼저 ‘고백’을 했다. ‘수돗물을 마시지 말라’며 지역방송에 텔레비젼 자막을 띄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처음 있는 일이었고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반증이기도…
산사랑&산사람
“주말에 고속도로가 버스 행렬로 장사진을 치는데 등산코너 하나 기획해보시죠.”그땐 몰랐다. 이 말이 족쇄가 되어 3년 동안 나를 구금할 줄은. ‘그럼 네가 해보라’는 데스크의 강권에 코가 꿰었고 매일신문에 ‘산사랑&산사람’코너는 그렇게 만들어졌다.‘산사랑&산사람’ 시리즈는 한국 100대 명산 등정에 대한 기록이다. 2009년 3월 사천 와룡산부터 2012년 5월 포천 명성산에 이르기까지 기자는 3년3개월 동안 전국의 산을 돌았다. 기
실종 32년, 우리는 그들을 잊었다
32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5·18민주화운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광주만의 이야기’가 됐다. 광주에서도 ‘5·18’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되자 ‘5·18은 역할이 다됐다’는 사람들도 종종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보수단체의 5·18 부정은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북한 간첩설’이다. ‘남파 간첩들이 광주에 잠입,
북한 GPS 전파교란 공격 피해
지난 4월 국내 항공사 관계자로부터 흥미로운 사실을 전해 들었다. 국내외를 오가는 항공기들이 인천공항 인근에만 오면 GPS에 이상이 생긴다는 내용이었다.작은 고장으로도 수백명의 목숨을 잃게 만들 수 있는 항공기 특성상 간과하고 넘어갈 수 없는 취재거리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항공기 시스템 오작동쯤으로 생각했지만 취재 결과 북한의 GPS전파 교란 공격에 의한 것이 분명하다는 팩트를 확인할 수 있었다.상황은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했다. 4월28일 첫 GPS 전파교란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북한의 전파공격이 이뤄지고 있으며, 피해를 당한 국내외
시사기획 창 ‘정의사회 구현’
처음 시작은 전두환이 아니라 노태우였습니다.(이 사람들에게 전직 대통령이란 호칭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 생략하겠습니다.)지난 2월 노태우씨가 중환자실에 입원해 사망이 임박했으니 특집 프로그램을 하나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노태우 사망이야 단신 한줄짜리지 어떻게 한 시간을 이어갈 수 있겠느냐, 차라리 전두환으로 가자고 의견이 모아졌습니다.뭘로 갈 것이냐, 이들의 재산 문제로 가자, 그럼 일단 등기부터 떼보자. 제일 먼저 전씨가 살고 있는 연희동 집 등기부 등본을 확인해 봤습니다. 재수가 정말 좋았습니다. 등기
수원지법 강력범 159명 성장사 추적 리포트
탐사팀에 오기 전 2년간 법원 출입을 했다. 매일 같이 쌓이는 수 백 건의 판결문들. 처음에는 분노하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회의가 들었다. 아무리 기사를 써도 억울한 피해자들은 계속 늘었다. 범죄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싶었고 막으려면 뭐가 필요한지를 제시하고 싶었다. 범죄의 근본원인을 파헤치기 위해서는 범죄자를 만나야 했다. 왜 그들이 범죄를 저질렀는지, 성장과정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아야만 했다. 하지만 한두 명이면 몰라도 대규모로 범죄자를 인터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대안을 모색한 끝에 법원에 범죄자들의 성장배
가난한 민주주의
하루하루가 고단하고 미래가 없는 빈곤층의 삶속에 들어가 정치 얘기를 꺼내긴 쉽지 않았다. 그들에게 투표는 아무 의미가 없는 일종의 사치였다. 때이른 무더위로 인해 불쾌·짜증 지수는 끝을 모를 정도로 치솟았다. “취재가 어렵습니다.” 첫날 취재를 허탕치고 팀장에게 전화를 했다. “힘들겠지만 더 해보자”란 무심한 어투의 대답이 돌아왔다. ‘가난한 민주주의’ 취재는 절망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점차 희망이 보였다.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간 영구 임대 아파트 단지의…
독버섯 기획소송 시리즈
수억원을 들여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분양 당시 건설사가 광고했던 경전철이나 다리, 공원은 하나도 없다. 아파트 주변은 여전히 공사 중이고 시세는 분양가보다 이미 수천만원 하락한 상황. 내 잘못도 아닌데 재산적 피해는 물론이고 공사판에서 살아야 하는 불편함도 겪어야 한다. 할 수만 있다면 아파트 계약을 해제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소송을 하지 않는 한 아파트 계약해제는 거의 불가능하다. 꼼짝없이 중도금·잔금을 내야 할 판에 중도금·잔금을 내지 않고도 계약해제 소송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채무부존재 확
수수료 실적으로 채용…인턴 울린 증권사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한 증권사가 60명의 인턴을 모집했습니다. 2주간 간단한 교육을 시킨 뒤 영업장에 내보냈습니다. 실적을 평가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베테랑도 고전하던 하락장세였습니다. 취업이 걸린 인턴사원들은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왔습니다. 부모돈, 친척돈, 그동안 차곡차곡 모은 적금도 쏟아부었습니다. 증권사가 차지하는 거래수수료도 평가항목이었습니다. 인턴사원들은 손해볼 줄 알면서도 거래버튼을 눌러댔습니다. 인턴이 끝났습니다. 16명이 채용됐습니다. 나머지는 수천만원 거래 손실에 대한 책임만 떠안게 됐습니다. 이게 제 보도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