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범에 의해 다시 한국으로 넘어온 관세음보살좌상

제270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 / 충청투데이 고형석 기자


   
 
  ▲ 충청투데이 고형석 기자  
 
일본에서 불상 2점을 훔쳐 우리나라로 밀반입한 일당 일부가 경찰에 검거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당시만 해도 그냥 대수롭지 않은 사건 정도로만 생각했다.

문화재청 관계자가 동석한 브리핑 자리에서 이 관계자는 불상이 장물이기 때문에 유네스코 협약 등에 따라 불상을 일본에 돌려주게 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 이해가 되질 않았다. 아무리 장물이라지만, 그래도 원래 우리 것이었는데 무조건 돌려줘야 한다니.

타부서 선배에게 귀가 솔깃한 정보를 들었다. 불상들이 최초로 만들어졌던 충남 서산 부석사에서 근무했던 스님을 잘 알고 있다는 얘기였다. 연락을 취해 스님을 만났다. 스님은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털어놨다. 2점의 불상 가운데 적어도 관세음보살좌상은 일본에 넘겨주지 않아도 될 만한 증거가 있다고 했다.

10년 전 관세음보살좌상이 일본에 보관돼 있을 당시 대마도 관음사 주지스님이 부석사를 방문했고 이 스님은 “불상 안을 들여다봤는데 그 안에 각종 복장물(오곡·오학·직물·복장기)이 들어있었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었다.

불교에서 복장물은 불상 제작에 주요 증거가 된다. 관세음보살좌상이 만들어졌던 고려시대에 불교를 일본에 전파하기 위해 불상을 넘겨줬다면 몸 안의 복장물을 비우거나 새롭게 만든 불상을 만들어주는 것이 불교계의 관례다. 하지만 관세음보살좌상처럼 복장물이 있었다는 것은 적어도 당시 일본에 선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 된다. 즉 일본이 약탈해갔다는 것이다. 또 이미 17년 전 서산 부석사에서 관세음보살좌상을 돌려줄 것을 일본 측에 요청한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불상이 과거 14세기, 일본에 약탈된 것이라는 일본인이 작성한 논문을 입수하기도 했다.

이후 전국 시민단체와 불교계, 정치권은 잇따라 성명을 냈고 문화재청은 관세음보살좌상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넘어간 것이 맞는지와 그 시기, 배경 등에 대한 학술연구 추진을 발표하기도 했다. 20여일에 걸쳐 모두 16차례가 이뤄진 추적보도를 하는 동안 주변 사람들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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