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격차사회를 넘어-밀려난 삶들의 공간

제270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 / 한겨레 전종휘 기자


   
 
  ▲ 한겨레 전종휘 기자  
 
기자로서 늘 목마름을 느낍니다. 세상의 진실을 원고지 5매짜리, 10매짜리 기사에 담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진실은 때로는 관료들이 생산한 비인격화한 숫자에 짓눌려 있거나, 전화 인터뷰 한두 명하고 노트북 자판을 두들기는 기자의 게으름에 은폐돼 있다는 의심을 평소에 강하게 갖고 있습니다.

양극화와 격차사회. 현재 한국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현안입니다. 모두가 중요하다는 것을 압니다. 관련 보도도 쏟아집니다. 하지만 늘 어디선가 본 듯한 내용입니다. 새롭지 않은 것은 뉴스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이런 분위기를 알리바이 삼아 현실을 눈감는 것은 기자가 할 일이 아닙니다. 한겨레 취재진의 고민이었습니다. 저와 이정국, 김선식 기자가 찾아낸 답은 ‘공간에 대한 천착’이었습니다. 격차사회의 현실이 그대로 녹아 있는 공간, 그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건 어떨까? 악마가 디테일에 있듯, ‘진실이라는 이름의 천사’ 또한 디테일에 있다는 게 취재진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찾은 곳이 바로 노인들의 일터, 고물상이었습니다. 고물을 나르며 고단한 노년을 보내는 그들의 삶은 곧 취재진의 미래이기도 했습니다. 이어 갈매마을 철거촌과 현대차 울산3공장, 아동일시보호소, 택시, 고시촌 피시방, 성수동 제화공장을 잇따라 찾았습니다.

현장은 기자에게 취재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배움터이기도 했습니다. “노동하다 다친 사람에게 국가는 왜 정당한 보상을 해주지 않느냐”는 고물상 ‘1톤 리어카’ 아저씨의 분노어린 눈길과 두 번씩이나 버려지는 운명의 슬픔을 간직한 혜진이의 눈망울, 기성세대를 향한 원망을 게임 모니터로 돌리는 청년 백수의 허망한 눈동자까지, 세상은 온통 가르침 투성이였습니다. 기자가 가야할 곳은 여전히 현장이었습니다.

이번 기획이 다소라도 빛이 났다면 그건 아마도 태양처럼 버티고 선 현장의 민중들과 달처럼 묵묵히 그 빛을 품고 적어 내려간 이정국, 김선식 두 후배의 노력 덕분입니다. 그들의 투지와 끈기가 있었기에 취재진은 사막 한가운데를 향해 한걸음이라도 더 발을 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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