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도층 성접대 의혹

제271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 / TV조선 안형영 기자


   
 
  ▲ TV조선 안형영 기자  
 
만약 사회지도층의 성접대 의혹이 역사에 기록된다면 어떤 무늬로 새겨질까? 문득 드는 생각에 아직까지는 답을 못하겠다. 경찰 수사는 이제 전환점을 돌았을 뿐이고 아직 결론도 안갯속이다.

처음 성접대 의혹 정보를 접했을 땐 취재팀 또한 단순한 치정극 내지는 모함이려니 생각했다. 이보다 더 소설 같은 얘기가 있을까? 하지만 취재팀에게 잡힌 진실의 한 끄트머리를 잡고 실마리를 잡아갈수록 놀라움과 충격 그 자체였다.

병원장, 사정기관 고위층, 감사원 전 국장 등 쟁쟁한 인물들이 건설업자의 성접대를 스스럼없이 받았고, 성접대에 동원된 여성들이 업소 종업원이 아닌 가정주부와 여성사업가, 예술가라는 팩트 앞에선 할 말을 잃었다. 떨리는 가슴과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데스크에 보고한 뒤, 긴 회의의 연속. 많은 고민과 전략 속에 ‘성접대 의혹’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러나 특종의 단맛도 잠시뿐. 냉담한 타 언론과 보이지 않는 으름장들. 그 참담함 속에 사흘 꼬박 외로운 보도를 내보냈다. 경찰이 신호탄을 올리고 모든 언론이 대서특필했지만 취재 내내 고통스러운 나날이었다. 누구는 선정적이라고, 누구는 애먼 사람 잡는다고 했다. 또 어떤 이는 소송이 두렵지 않느냐고도 반문했다.
잘못된 검증으로 비판을 받아야 할 청와대는 비판을 달게 받기보단 경찰이 괘씸하다며 보복성 인사를 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어떤 언론은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 부재나 권력층의 부도덕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문제의 동영상은 애초에 없었다’,‘여성들이 진술을 바꿨다’는 보도로 일관했다.

기자는 기사로 모든 것을 말한다. 언론계에서 불문율처럼 여겨지는 이 단어를 깡그리 무시한 채, 선배와 후배들에게 하소연도 마다하지 않았다. “스스로 성접대에 동원된 걸 인정하면서 처벌을 원하는 여성들이 있다. 여성들을 돕겠다고 나선 어떤 이는 오히려 여성을 이용했다.” 여러 번 확인한 팩트였기에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고, 돌아오는 답변은 “여자들도 웃긴다”였다.

여전히 성접대 의혹이 실체가 없다는 이들은 ‘당사자를 형사처벌하는 게 힘들 것’이라는 전문가 견해를 설파한다. 그러나 언론마저도 법률가적 시각으로 사건을 재단해야 하는가? 사건의 당사자는 여전히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러나 진실은 당사자가 가장 잘 아는 영역이다.

이런 모든 마음고생과 괴로움 속에서도 언론의 본분을 높이 평가해 준 많은 언론인들이 있다. 한 후배는 “기자가 취재하는 게 진실이라고 믿지 않습니다. 그냥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뿐”이라며 건투를 빌었고, 한 선배는 “소걸음처럼 천천히 가다보면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본부장과 부장은 힘들 때마다 ‘투철한 문제의식과 역사의 기록자로서의 사명감’을 강조하면서 활기를 불어넣어줬다. 취재는 끝나지 않았다. 아직 미완이다. 끝장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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