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도층 성접대 의혹
제271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 / TV조선 안형영 기자
TV조선 안형영 기자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3.05.01 14: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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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안형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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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사회지도층의 성접대 의혹이 역사에 기록된다면 어떤 무늬로 새겨질까? 문득 드는 생각에 아직까지는 답을 못하겠다. 경찰 수사는 이제 전환점을 돌았을 뿐이고 아직 결론도 안갯속이다.
처음 성접대 의혹 정보를 접했을 땐 취재팀 또한 단순한 치정극 내지는 모함이려니 생각했다. 이보다 더 소설 같은 얘기가 있을까? 하지만 취재팀에게 잡힌 진실의 한 끄트머리를 잡고 실마리를 잡아갈수록 놀라움과 충격 그 자체였다.
병원장, 사정기관 고위층, 감사원 전 국장 등 쟁쟁한 인물들이 건설업자의 성접대를 스스럼없이 받았고, 성접대에 동원된 여성들이 업소 종업원이 아닌 가정주부와 여성사업가, 예술가라는 팩트 앞에선 할 말을 잃었다. 떨리는 가슴과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데스크에 보고한 뒤, 긴 회의의 연속. 많은 고민과 전략 속에 ‘성접대 의혹’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러나 특종의 단맛도 잠시뿐. 냉담한 타 언론과 보이지 않는 으름장들. 그 참담함 속에 사흘 꼬박 외로운 보도를 내보냈다. 경찰이 신호탄을 올리고 모든 언론이 대서특필했지만 취재 내내 고통스러운 나날이었다. 누구는 선정적이라고, 누구는 애먼 사람 잡는다고 했다. 또 어떤 이는 소송이 두렵지 않느냐고도 반문했다.
잘못된 검증으로 비판을 받아야 할 청와대는 비판을 달게 받기보단 경찰이 괘씸하다며 보복성 인사를 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어떤 언론은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 부재나 권력층의 부도덕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문제의 동영상은 애초에 없었다’,‘여성들이 진술을 바꿨다’는 보도로 일관했다.
기자는 기사로 모든 것을 말한다. 언론계에서 불문율처럼 여겨지는 이 단어를 깡그리 무시한 채, 선배와 후배들에게 하소연도 마다하지 않았다. “스스로 성접대에 동원된 걸 인정하면서 처벌을 원하는 여성들이 있다. 여성들을 돕겠다고 나선 어떤 이는 오히려 여성을 이용했다.” 여러 번 확인한 팩트였기에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고, 돌아오는 답변은 “여자들도 웃긴다”였다.
여전히 성접대 의혹이 실체가 없다는 이들은 ‘당사자를 형사처벌하는 게 힘들 것’이라는 전문가 견해를 설파한다. 그러나 언론마저도 법률가적 시각으로 사건을 재단해야 하는가? 사건의 당사자는 여전히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러나 진실은 당사자가 가장 잘 아는 영역이다.
이런 모든 마음고생과 괴로움 속에서도 언론의 본분을 높이 평가해 준 많은 언론인들이 있다. 한 후배는 “기자가 취재하는 게 진실이라고 믿지 않습니다. 그냥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뿐”이라며 건투를 빌었고, 한 선배는 “소걸음처럼 천천히 가다보면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본부장과 부장은 힘들 때마다 ‘투철한 문제의식과 역사의 기록자로서의 사명감’을 강조하면서 활기를 불어넣어줬다. 취재는 끝나지 않았다. 아직 미완이다. 끝장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