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탈북자 이은혜'

제270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방송 / KBS 안양봉 기자


   
 
  ▲ KBS 안양봉 기자  
 
‘탈북자 이은혜’편의 메인 음악은 모두 이탈리아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Ludovico Einaudi)’의 음악을 사용했다. 특히 이 다큐멘터리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조난 나흘째 밤, 탈북여성과 취재진이 만나는 장면에서는 4분58초 동안 ‘FUORI DAL MONDO(이 세상의 바깥)’를 배경 음악으로 사용했다.

방송 전 중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느낌을 물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느낌이에요. 굉장히 힘들었고 슬프지만 아름답게 끝나는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그런 느낌이에요.” 이 말을 듣고 얼마나 아들이 대견스럽고 감사했는지 모른다. 다큐멘터리로 전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우리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특별한 포장 없이, 그 음악처럼 잔잔하게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사건의 시작은 2010년 10월말이다. 중국 은신 탈북자들의 극단적 인권 침해 상황을 전하기 위해 나선 취재였다. 탈북자들이 어떤 과정을 밟아 한국으로 들어오는지를 담으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인권 NGO단체의 소개로 만난 탈북 여성 이은혜씨 일행 4명이 영하 10도의 추위에 중국 북방 산악지역에서 조난당하는 전혀 예상치 않았던 상황이 발생했다. 그들의 유일한 희망은 취재 편의를 위해 건네준 위성전화기로 통화할 수 있는 우리들밖에 없었다.

그들은 배고픔과 추위, 갈증 그리고 공포에 휩싸인 목소리로 다급한 사정을 전해왔다. 취재원 조난이라는 급박한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제3국과 현지 대사관에 그들의 상황을 알리고, 우리도 조난당한 국경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숨 가쁜 나흘이 흘러갔다. 그리고 그들과 우리는 마침내 죽음의 문턱에서 극적으로 만났다. 이은혜씨 일행은 2011년 한국에 들어왔고, 한국 정착 교육을 마치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들만의 기억으로 남길 수 있었던 2010년 당시를 방송으로 제작해 모두의 이야깃거리로 풀어내는 데는 용기가 필요했다. 무엇보다 이은혜씨에게 감사드린다.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언제 그렇게 간절하게 ‘꼭 좀 살려주세요’라는 말을 들어볼 수 있을까? 항상 그 간절함을 가지고 살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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