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한만수, 국외에 수십억 비자금 계좌' 추적보도 모범 '호평'

제271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 기자상 심사위원회

KBS춘천 ‘동해안 경제자유구역 MOU 실적 조작’ 투자협상 허상 파헤쳐

제271회 이달의 기자상에 출품된 기사 건수는 총 30건. 평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인사 검증 보도 등이 쏟아졌던 연초와 달리 기자사회가 숨 고르기에 접어든 양상이다.

이달의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된 것은 7편. 이중 가장 경합이 치열했던 분야는 취재보도 부문이었다. 심사 대상에 오른 8건 중 3건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는데, 이중에서도 ‘한만수, 국외에 수십억 비자금 계좌’(한겨레신문) 보도가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애초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종합소득세 탈루 의혹을 보도한 것은 YTN이었다. 그러나 단순 의혹 제기에 그친 YTN과 달리 한겨레는 이것이 한 후보자가 운용하던 해외 비자금 계좌와 관련돼 있었음을 파헤침으로써 추적 보도의 모범을 보여주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기업을 오랫동안 출입한 전문기자(곽정수 선임기자)가 해당 특종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기자사회에 귀감을 보여주었다는 평도 있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지시말씀 단독보도’(한겨레) 또한 깔끔한 특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비록 국회의원의 도움을 일부 받기는 했지만, 국정원 사내 게시판에 오른 ‘원장 지시말씀’이라는 명백한 물증을 통해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다시금 환기시키고 여기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연루돼 있음을 최초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 이 보도 이후 검찰이 원 전 국정원장을 소환 조사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 또한 가점 요소가 됐다.

또 하나의 수상작인 ‘사회 지도층 성접대 의혹 연속보도’(TV조선)는 증권가 정보지에 떠돌던 루머 수준의 첩보를 끈질긴 추적을 통해 처음 기사화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아직 사안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을 주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일부 있었으나, 이른바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사회적 주의를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그 기여를 높이 사기로 했다. 한편 성접대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실명을 공개함으로써 당사자의 자진 사퇴를 이끌어내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한 채널A 또한 심사 대상에 올랐지만 김 전 차관이 접대를 받았는지 여부가 아직 불확실하다는 점, 반론 보도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점 등이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수상에는 아쉽게 미치지 못했다.

기획보도 신문 부문에서는 두 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편의점 불공정 계약문제 연속 보도’(경향신문)는 점주의 자살 사건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편의점 계약의 불공정성 문제를 시의적절하고도 깊이 있게 다룸으로써 사회적 반향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하나의 수상작으로 결정된 ‘죄의식 없는 표절 대한민국’(조선일보)은 앞의 편의점 기획 보도와 마찬가지로 주제 자체가 참신한 것은 아니나 입체감 있는 기획과 구성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았다. 단, 국가 차원의 지식 관리 시스템 부재로 표절 시비가 끊이지 않는 점 등 구조적인 문제점을 짚어주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경제보도 부문에서는 오랜만에 수상작이 나왔다. ‘ISS 보고서 단독 보도 외 지배구조 관련 연속보도’(서울경제신문)는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 외국인 주주들이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을 발 빠르게 포착해 기사화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외국계 투자 자문기관(ISS)의 보고서에 지나치게 의존한 점이 눈에 거슬린다는 지적도 있었다.

모두 8편이 출품된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동해안 경제자유구역 MOU 실적 조작 연속보도’(KBS 춘천)가 유일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강원도가 외국 기업 128곳과 체결했다는 투자 협약의 이면을 파고든 이 기사는 맨땅에 헤딩하는 식의 현장 취재를 마다하지 않고 그 부실한 허상을 드러냄으로써 지역 여론을 환기시키고 결국 감사원의 예비 감사까지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우호적인 평가를 받았다. 단, MOU라는 것이 특성상 확정된 투자 계약서는 아닌 만큼 강원도가 투자 실적을 의도적으로 조작한 것인지, 단지 과잉 홍보한 것인지의 문제를 명쾌하게 가려내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기자상 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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