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 역습? 한강·임진강 정체불명 ‘끈벌레’ 대량서식 국내 최초 확인
‘막막’에서 ‘희열’로, 다시 ‘열정’에서 ‘걱정’으로 뒤바뀐 한 달이었다.4월24일. 그저 막막했다. ‘끈벌레’라 불리는 유형동물이 한강 하류 경기도 구간(고양 행주대교 인근)에서 대량서식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생전 처음 접하는데다 끈벌레가 어떤 동물인지도 몰랐던 터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막막했다. 4월25일. 특종을 잡았다는 생각에 희열을 느꼈다. 사실관계 확인 중 고양시가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해양수산과
기아차 직원 세습 채용 합의서
광주의 몇 안 되는 소위 ‘좋은 직장’ 가운데 하나인 기아차에서 수년 만에 수백 명 단위의 신규 채용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올해 초였다. 일주일동안 지원자만 3만명 이상이 몰리면서 지역 사회 전체가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기아차 광주공장 노사가 정규직 자녀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채용에 불공정 논란을 빚어왔던 세습 채용 규정이 들어간다는 소문에 취재는 시작됐다.사실 확인은 녹록치 않았다. 지난 2011년 현대차 노사도 세습 채용 규정을 합의했다가 비정규직들의 거센
보훈처, 임을 위한 행진곡 퇴출 계획
취재진은 지난달 24일 ㈔5·18 민주유공자유족회 사무실을 찾았다. 5·18 민중항쟁 33주년 기념행사 취재를 위해서였다. 해마다 5월이 다가오면 5월 관련단체를 찾는 것은 지역 언론사의 일상적인 ‘루틴 체크’다. 올해 33주년 기념식의 최대 화두는 사실상 5·18 추모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여부였다.33주년 기념식과 관련 유족회원과 대화를 나누던 중 국가보훈처 직원 2명이 며칠 전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1호 사진의 비밀 - 김정은 체제 1년…노동신문 사진 전수조사
토요판이 생기면서 뜻하지 않게 사진기자가 지면에 긴 글을 쓸 수 있게 됐다. ‘1호 사진의 비밀-김정은 체제 1년…노동신문 사진 전수조사’라는 제목으로 동아일보 4월13일자 1, 2, 3면에 게재됐다.조금 엄살을 부리자면 이 기사를 쓰는데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2003년 개성공단 착공식에 풀 취재를 가면서 처음으로 북한을 경험했다. 카메라 속에 들어온 ‘흰 저고리와 검정 치마를 입은 아가씨들’의 정체에 대해 뭐라고 사진설명을 붙여야 할지 몰라 허둥대며 북한을 너무 모른다고…
무죄와 벌
한겨레21 연재기획 ‘무죄와 벌’에서 단독 보도한 ‘보령 삼남매의 살인 허위 자백 사건’은 지난 2009년 2월 처음 알았다. 초등학교 1학년, 5학년생은 경찰 조사에서 “큰언니(누나)가 작은언니(누나)와 말다툼을 하다 밀어 넘어뜨렸고 작은언니가 사망했다. 뒤늦게 귀가한 엄마가 작은언니의 사체를 차에 싣고 나가 버렸다”고 진술했다.동생들에 의해 범인으로 지목된 큰언니도 “엄마가 실종됐다고 신고한 여동생을 사실 내가 죽였다”고 자백한다. 하지만 엄마
‘경찰 고위층 국정원사건 축소 은폐 지시’ 폭로 파문
전화벨이 울린 건 양구이가 맛있다는 종로구 필운동의 한 식당에서였다. 마주앉은 캡과 바이스 옆에서 노심초사 소(牛) 부속물을 뒤집느라 정신없던 찰나였다. 휴대전화를 집어든 캡의 표정이 잿빛으로 변했고 그 자리에서 나는 ‘그녀’가 감금됐다고 주장하는 역삼동 오피스텔로 내달려야 했다. 2012년 12월11일, 소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의혹 사건은 그렇게 ‘발발’했다. 씹다만 양구이가 역류해 밤새 악취를 풍겼다.사건팀 내에서 강남라인은 전통적으로 가장 ‘모진’ 곳으로 불린다.
대기업 임원 승무원 폭행 파문
우연하게 들은 황당한 얘기 하나. 비행 중인 항공기 안에서 승무원이 맞았다. 그것도 비즈니스석에 탄 대기업 상무에게. 폭행 이유는 더 가관이었다. 끓여온 라면이 마음에 안 들었다는 이유였다. 애당초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생각했다.설마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취재. 고상하고 높게만 느껴졌던 대기업 임원의 행패는 어이없게도 모두 사실이었다. 심지어 해당 임원은 이 일로 미국 입국까지 거부당했다. 모범이 되기는커녕 국가 망신만 시키고 한국으로 되돌아온 대기업 임원의 이야기에 분노를 느꼈다. 기사가 나던 날은 토요일이었다. 쉬는 날이었지만
연합 ‘경찰 고위층 국정원사건 축소…’ 출품작 중 가장 높은 완성도
KBC광주방송 ‘기아차 세습 채용 합의서’ 甲 역할 해온 노조 고발 호평제272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여느 때보다 많은 45편의 작품이 출품돼 올 봄에 그만큼 많은 이슈가 휩쓸고 지나갔음을 실감케 했다. 그 과정에서 기자들이 발품을 팔아 건져낸 아젠다들이 우리 사회의 구석진 곳을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언론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음을 반영하는 증좌이기도 하다.연합뉴스의 ‘경찰 고위층 국정원사건 축소 은폐 지시’ 폭로 파문 기사는 취재원 보호에 역점을 두면서 국정원의 선거개입사건의 이
YTN ‘대기업 임원 승무원 폭행’ 보도 등 선정
제272회(4월)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이 선정됐다. 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률)가 주관하는 한국기자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는 28일 이달의 기자상 심사회의를 열고 YTN의 ‘대기업 임원 승무원 폭행 파문’ 등 총 8편을 수상작으로 발표했다.시상식은 오는 31일 1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다음은 수상작 내역이다.◇취재보도부문 △YTN 사회1부 조임정, 한연희 기자 ‘대기업 임원 승무원 폭행 파문’△연합뉴스 사회부 고상민 기자 &lsq
동해안 경제자유구역 MOU 실적 조작
변변한 산업시설이 제대로 없는 강원도의 산업 경제 지표는 언제나 전국 최하위권이다. 강원도는 이런 현실을 늘 바꾸고 싶어 했고 ‘경제자유구역 유치’라는 돌파구를 찾아냈다. 많은 외국기업을 강원도로 유치해 동해안의 산업 지도를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며 도민들에게 홍보해왔다. 이 다짐은 투자 의향 ‘128개 기업 MOU 체결’이라는 수치로 구체화됐다.“진짜 올까?” 취재는 상식적인 의문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강원도는 처음부터 제대로 된 실적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의문은 의
죄의식 없는 표절 대한민국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가 100% 번역 수준으로 표절했다.” 믿을 수 없는 정보였다. 공개 취재에 착수했다. 서울대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했다. 제보 자체의 신빙성이 의심되기 시작했다. 한 달에 걸친 취재가 수포로 돌아갈 즈음이었다. 한 취재원의 입에서 “정치외교학부의 한 교수가 최근 사직했다”는 말이 나왔다. 하마터면 영영 묻힐 뻔했던, 서울대 교수 논문 표절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은 그렇게 드러났다.판도라의 상자를 연 기분이었다. 한번 시작된
편의점 불공정 계약
지난해 말부터 편의점 운영이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느 대학 홍보실 직원, 편의점을 운영하는 부모님을 둔 학교 후배 등으로부터였다. “편의점 운영이 그렇게 힘든가?” 배부른 소리는 아닐까 생각했다. ‘여유자금이 있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업종’, ‘ 깔끔하고 운영이 쉽다’, ‘큰돈은 벌지 못하지만 안정적이다’…평소 편의점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이다.“편의점이 힘들다면 너무 많은 편의점이 문제인걸까?” 처음엔 과도한
ISS 보고서 단독보도
‘IMF:BIS=MSCI:ISS’1997년 11월 21일 밤10시. 임창열 부총리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2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기업과 금융 부실로 IMF에게 손을 벌렸다.IMF는 지원조건으로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라는 칼날에 100년 된 은행도 문을 닫았다. 정부는 168조원의 공적자금을 쏟아 부었다. IMF는 사외이사 제도도 요구했다. “이사회가 대주주와 경영진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해 기업
사회 지도층 성접대 의혹
만약 사회지도층의 성접대 의혹이 역사에 기록된다면 어떤 무늬로 새겨질까? 문득 드는 생각에 아직까지는 답을 못하겠다. 경찰 수사는 이제 전환점을 돌았을 뿐이고 아직 결론도 안갯속이다.처음 성접대 의혹 정보를 접했을 땐 취재팀 또한 단순한 치정극 내지는 모함이려니 생각했다. 이보다 더 소설 같은 얘기가 있을까? 하지만 취재팀에게 잡힌 진실의 한 끄트머리를 잡고 실마리를 잡아갈수록 놀라움과 충격 그 자체였다. 병원장, 사정기관 고위층, 감사원 전 국장 등 쟁쟁한 인물들이 건설업자의 성접대를 스스럼없이 받았고, 성접대에 동원된 여성들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지시 말씀
지난해 12월 11일, 국정원 직원의 대선 여론 조작 의혹이 불거진 뒤 5개월 가까이 흘렀다. 5개월에 가까운 취재기간 동안 항상 앞에는 ‘국정원’이라는 두꺼운 벽이 서 있었다. 취재를 처음 시작할 때만해도 그 벽 뒤에 무엇이 있을지 몰랐다. 마냥 두드릴 뿐이었다. 두드리다보니 벽도 조금씩 허물어졌다. 처음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을 봤을 때에는 당황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여당과 정부 정책을 꼼꼼하게 챙긴 것에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