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장애인…그 후
4~5년 전 ‘무슨 무슨 노예’로 포털 검색어 1위에 올랐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수십 년 세월 임금 한 푼 받지 못한 채 강제 노동에 시달렸습니다. 개밥만도 못한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축사에서 지친 몸을 뉘였습니다. 지적장애가 있는 이들을 사람들은 ‘사람’으로 대하지 않았습니다.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의 사연이 소개됐고, 국민적인 분노가 일었습니다. 가해자는 처벌을 받았고, 이들은 장애인 시설로 옮겨졌습니다. ‘무슨 무슨 노예’로 불렀던 이들을 사람들의…
용인 CU편의점주 자살 및 CU측 사망진단서 변조
갑을관계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5월 16일. 용인에서 CU 편의점을 운영하던 50대 남성이 경영악화로 CU측 직원과 계약해지 문제를 놓고 실랑이를 벌였다. CU 본사 직원은 계약 해지의 대가로 수 천만원의 위약금을 제시했고, 이에 격분한 남성은 수면유도제 40알을 먹고 쓰러져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다음날 오전 숨지고 말았다.경인일보는 지난 5월 21일자 1면에 고인의 억울한 죽음을 알렸다. 이후 CU측은 ‘해당 점포는 매월 수익이 470만원에 이른다’, ‘사망원인은 수면유도제 복용 때문이 아닌, 지병인
의문의 형집행정지
지난 2002년 부산의 모 재벌기업 사모님이 사위의 이종사촌 여동생 하지혜양을 불륜 상대로 의심해 청부살인까지 저지른 ‘이대 법대생 공기총 살인사건’. 고인의 아버지를 통해 접한 이야기는 믿기 어려웠습니다.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던 ‘사모님’ 윤 모씨가 감옥 대신 6년 넘게 세브란스 병원 VIP 병실에서 지내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수소문 끝에 경기도의 한 병원 특실로 옮겨 입원 중인 윤씨를 찾아냈습니다. 세브란스 병원 주치의의 진단서에 따르면 윤씨는 거동조차 불가능한 상태여야 했지만 취
추적 60분 - 19대 국회 땅 보고서
언론의 제1사명은 권력에 대한 감시다. 뉴스를 단순히 전달하기보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통해 언론은 그 역할을 비로소 시작한다는 뜻이다. 수상 후기의 첫 머리를 이렇게 거창한(?) 말로 시작하는 것은 이처럼 자명한 명제에 대해 모두가 동의하지 않는 것이 오늘 대한민국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을 많이 보았다. 권력에 대한 감시를 하지 않는 기자는 기자가 아니냐고…. 분명 ‘아니다.’ ‘19대 국회 땅 보고서’는 바로 이런 명제에서 시작됐다. 인사 청문회 대상인 고위
현장21 ‘가짜 베스트셀러’ 등 출판계 사재기
홍대 건너편에 위치한 연남동, 망원동, 동교동 일대는 수많은 출판사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파주 출판단지에 대형 출판사들이 위치해 있다면 홍대는 주로 중소형 출판사들이 밀집해 있다. 홍대에 거주한 지 10년 가까이 되다 보니 언제부턴가 출판인들과 자리를 함께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출판시장은 점점 작아지고 있지만 좋은 책을 만들겠다는 사명감과 지식과 상식을 전하는 최후의 보루에 서 있는 비장함…. 그런 그들과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도 술자리는 항상 알맞게 잘 익는다. ‘가짜 베스트셀러’ 아이템은 그
한국행 희망 탈북 청소년 9명 라오스에서 추방
취재는 깊은 밤 절박함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화에서 시작됐다. 탈북 청소년 9명이 중국을 거쳐 라오스까지 오는 데 성공했지만 라오스 정부에 의해 강제 추방됐다는 내용이었다.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오른 탈주의 길 끝에서 이들을 맞이한 것은 대한민국 대사관이 아닌 북한 보위부 요원들이었다. 정부는 북한 측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라오스 당국이 탈북 청소년들을 한국이 아닌 북한에 넘겨줬다며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럴 수도 있다. 이례적으로 불심 검문에 걸렸고, 유례없이 북한 당국의 레이더에 포착됐고,
국정원 정치공작 문건
2013년 상반기, 인터넷과 지면에 쓴 기사를 대충 꼽아봤다. 국정원 기사만 100건이 훌쩍 넘었다. ‘국정원 없이 올 상반기에 기자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이른바 국정원 댓글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황당한 사실을 보고 놀라는 건 기사를 본 독자나 취재한 기자나 똑같다.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반값등록금 영향력 차단’ 문건을 취재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확인 취재를 위해 만난 한 서울시 관계자는 “경찰 정보분석보고서도
주머니에 손 넣고…빌 게이츠식 악수
결례인가 문화차이인가.지난 4월22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 테라파워 회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이 반갑게 악수한 사진을 두고 논란이 일어났다. 빌 게이츠 회장이 주머니에 왼쪽 손을 넣은 채 악수를 한 게 문제가 된 것이다. 이 보도사진은 인터넷과 트위터를 통해 퍼져 네티즌 사이에서 삽시간에 ‘결례’, ‘문화차이’라는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문화상대주의론적 관점에서 보면 빌게이츠는 친구 혹은 협력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박 대통령과 편하게 악
환경의 역습? 한강·임진강 정체불명 ‘끈벌레’ 대량서식 국내 최초 확인
‘막막’에서 ‘희열’로, 다시 ‘열정’에서 ‘걱정’으로 뒤바뀐 한 달이었다.4월24일. 그저 막막했다. ‘끈벌레’라 불리는 유형동물이 한강 하류 경기도 구간(고양 행주대교 인근)에서 대량서식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생전 처음 접하는데다 끈벌레가 어떤 동물인지도 몰랐던 터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막막했다. 4월25일. 특종을 잡았다는 생각에 희열을 느꼈다. 사실관계 확인 중 고양시가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해양수산과
기아차 직원 세습 채용 합의서
광주의 몇 안 되는 소위 ‘좋은 직장’ 가운데 하나인 기아차에서 수년 만에 수백 명 단위의 신규 채용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올해 초였다. 일주일동안 지원자만 3만명 이상이 몰리면서 지역 사회 전체가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기아차 광주공장 노사가 정규직 자녀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채용에 불공정 논란을 빚어왔던 세습 채용 규정이 들어간다는 소문에 취재는 시작됐다.사실 확인은 녹록치 않았다. 지난 2011년 현대차 노사도 세습 채용 규정을 합의했다가 비정규직들의 거센
보훈처, 임을 위한 행진곡 퇴출 계획
취재진은 지난달 24일 ㈔5·18 민주유공자유족회 사무실을 찾았다. 5·18 민중항쟁 33주년 기념행사 취재를 위해서였다. 해마다 5월이 다가오면 5월 관련단체를 찾는 것은 지역 언론사의 일상적인 ‘루틴 체크’다. 올해 33주년 기념식의 최대 화두는 사실상 5·18 추모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여부였다.33주년 기념식과 관련 유족회원과 대화를 나누던 중 국가보훈처 직원 2명이 며칠 전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1호 사진의 비밀 - 김정은 체제 1년…노동신문 사진 전수조사
토요판이 생기면서 뜻하지 않게 사진기자가 지면에 긴 글을 쓸 수 있게 됐다. ‘1호 사진의 비밀-김정은 체제 1년…노동신문 사진 전수조사’라는 제목으로 동아일보 4월13일자 1, 2, 3면에 게재됐다.조금 엄살을 부리자면 이 기사를 쓰는데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2003년 개성공단 착공식에 풀 취재를 가면서 처음으로 북한을 경험했다. 카메라 속에 들어온 ‘흰 저고리와 검정 치마를 입은 아가씨들’의 정체에 대해 뭐라고 사진설명을 붙여야 할지 몰라 허둥대며 북한을 너무 모른다고…
무죄와 벌
한겨레21 연재기획 ‘무죄와 벌’에서 단독 보도한 ‘보령 삼남매의 살인 허위 자백 사건’은 지난 2009년 2월 처음 알았다. 초등학교 1학년, 5학년생은 경찰 조사에서 “큰언니(누나)가 작은언니(누나)와 말다툼을 하다 밀어 넘어뜨렸고 작은언니가 사망했다. 뒤늦게 귀가한 엄마가 작은언니의 사체를 차에 싣고 나가 버렸다”고 진술했다.동생들에 의해 범인으로 지목된 큰언니도 “엄마가 실종됐다고 신고한 여동생을 사실 내가 죽였다”고 자백한다. 하지만 엄마
‘경찰 고위층 국정원사건 축소 은폐 지시’ 폭로 파문
전화벨이 울린 건 양구이가 맛있다는 종로구 필운동의 한 식당에서였다. 마주앉은 캡과 바이스 옆에서 노심초사 소(牛) 부속물을 뒤집느라 정신없던 찰나였다. 휴대전화를 집어든 캡의 표정이 잿빛으로 변했고 그 자리에서 나는 ‘그녀’가 감금됐다고 주장하는 역삼동 오피스텔로 내달려야 했다. 2012년 12월11일, 소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의혹 사건은 그렇게 ‘발발’했다. 씹다만 양구이가 역류해 밤새 악취를 풍겼다.사건팀 내에서 강남라인은 전통적으로 가장 ‘모진’ 곳으로 불린다.
대기업 임원 승무원 폭행 파문
우연하게 들은 황당한 얘기 하나. 비행 중인 항공기 안에서 승무원이 맞았다. 그것도 비즈니스석에 탄 대기업 상무에게. 폭행 이유는 더 가관이었다. 끓여온 라면이 마음에 안 들었다는 이유였다. 애당초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생각했다.설마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취재. 고상하고 높게만 느껴졌던 대기업 임원의 행패는 어이없게도 모두 사실이었다. 심지어 해당 임원은 이 일로 미국 입국까지 거부당했다. 모범이 되기는커녕 국가 망신만 시키고 한국으로 되돌아온 대기업 임원의 이야기에 분노를 느꼈다. 기사가 나던 날은 토요일이었다. 쉬는 날이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