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주지급 승려들의 밤샘 술판
제280회 이달의 기자상 사진보도 / 한겨레 김봉규 기자
한겨레 김봉규 기자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4.01.22 13:3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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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김봉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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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지난해 11월 28일 회사에서 전사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1박2일 일정의 치유 캠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장소는 충남 공주에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소속 연수원이었다. 그런데 그곳 연수원 식당에서 20여 명의 승려가 시끌벅적하게 저녁을 먹고 있었다. 불교 연수원 시설이라 승려들이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연수원 치유 캠프 참석자 모두가 곤히 잠든 밤 10시에 노래방 스피커 소리가 숙소 방바닥을 뒤흔들었다.
소리의 근원지는 연수원 시설 내 레크레이션룸이었다. 외부에서 두 개의 문을 열고 들어가서야 고성의 주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새끼손가락보다 작은 틈을 통해 살펴본 현장은 그야말로 진탕만탕 담배를 피워가며 폭탄주와 노래방 기계를 틀어 놓고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이었다. 10여 명의 승려는 대충 살펴보아도 중견급 이상의 고승들로 보였다.
숙소로 돌아와 카메라를 챙겨서 현장을 다시 찾았다. 작은 틈으로 숨을 멈춘 채 10여 장을 찍고서 현장을 빠져나왔다. 승려들을 더 관찰하기 위해 밖에서 모습을 살폈다. 승려들의 술판이 끝나면 현장으로 들어가 더 자세하게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10시부터 시작된 술판은 12시가 넘어서도 새벽 2, 3시를 넘겨서도 끝나지 않았다. 고성의 노랫소리는 새벽 4시30분이 돼서야 끝났고 술판은 아침 7시가 넘어서 끝났다.
언 몸을 녹이기 위해 숙소로 돌아와서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가 목격한 승려들은 일반 승려들이 아닐 것이다. 아무리 승려들이 타락했다지만 이렇게까진 아닐 것이라 믿고 싶었다. 하지만 밤샘 술판 자리는 연수원장 주지 스님이 주최했고 나머지 스님들은 연수원장 승가대 동기들로 밝혀졌다. 더군다나 연수원장 스님은 지난해 총무원장 선거 당시 자승 스님 캠프에서 활동한 조계종 중앙종회 3선 의원이고 술판에 참석한 나머지 승려들도 사찰의 주지급 승려들로 밝혀졌다.
조계종은 ‘한겨레’의 단독 보도를 근거로 승려들의 술판을 주관한 주지 스님을 해임하고, 나머지 술판에 참석한 10여 명의 주지급 승려들에 대한 조계종 호법 부에서 감찰 조사를 벌이고 있다.
돌이켜 생각건대 조용하게 덕담을 나누며 곡차 한 잔씩 하는 모습이었다면 기사화하지 않았을 사안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보도로 마음의 상처와 지위상 제재를 받았을 승려들을 생각하면 취재 보도한 기자였지만 마음이 편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스님들이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길 바라는 기자의 마음이 너무 순진한 마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