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유독물 공장 지도 공개
제280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2 / YTN 함형건 기자
YTN 함형건 기자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4.01.22 13:3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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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TN 함형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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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우리는 왜 10년, 20년 전과 거의 똑같은 방법으로 취재하고 일해야 하나?”
지난 여름 사내 후배들과 함께 처음 데이터 저널리즘 스터디를 하면서 꺼냈던 말이다. 틈나는대로 공부하고 준비하다가 방송제작에 실제로 활용하게 된 데이터 저널리즘 도구들.
화학물질 안전관리 문제를 주제로 삼은 건 과거 환경분야를 취재하면서 느꼈던 아쉬움에서 비롯됐다. 무엇보다 큰 피해가 나는 사고가 있어야 비로소 관심을 갖는 보도행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먼저 큰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어디에 얼마나 유독물 취급 사업장이 있고, 주변엔 어떤 시설이 있는가? 문제는 뭔가?
GIS를 활용하면 어렵지 않게 매핑과 분석이 가능했다. 문제는 공공 데이터를 원하는 형태로 정리하고 걸러내는 과정이었다. 환경부의 화학물질 배출량 정보 공개시스템에서 유독물 사업장만을 추려내 위치 정보 2800여개를 빼내고, 다시 각 사업장에서 보고한 유독물질 정보를 별도로 추출해 전체 데이터를 통합하는 과정을 거쳤다. 별도로 입수한 지난 10년간의 화학사고 발생 내역과 위치정보도 수작업으로 정리해나갔다.
GIS 전문소프트웨어 2가지로 교차 검증하면서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결과는 예상보다 심각해 보였다. 전국 유독물 취급 사업장 2800여 개 반경 500m안에만 어린이집 1,558개가 위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등도 수두룩했다. 사실상 유해화학물질 취급 공장 주변에 주거지와 교육시설을 세울 수 있게 한 허술한 법규가 문제였다. 현장 취재를 통해 공장 지대 주변의 학교와 주민들을 취재해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나아가 유독물 취급 사업장의 정보를 인터랙티브 지도로 만들어 인터넷 상에서 주민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공장 위치와 500m, 1km 반경의 보육·교육 시설뿐 아니라, 공장에서 취급하는 유독물질 내역, 유독물질 독성정보와 대응요령을 제공했다.
보도가 나간 뒤 정부보다 언론이 먼저 앞서 각 지역 주민이 꼭 알아야 할 정보를 가공해 제공했다는 전문가들의 격려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좀 더 구체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국내 언론계에 미래의 대안적 취재기법으로 데이터저널리즘이 종종 거론되고 있지만, 국내 공공데이터 환경은 아직 열악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양질의 기사를 꾸준히 생산하기엔 공공데이터의 양과 질이 미흡한 수준이다. 탐사보도와 데이터 저널리즘의 미래를 위해서는 무관심도 막연한 환상도 아닌 체계적인 지원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