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이 안동호 도선 기름 빼돌린다
제279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 / 경북매일 권광순 기자
경북매일 권광순 기자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3.12.25 12:3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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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매일 권광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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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승객이 없는 빈 배를 호수 내에 정기 운항시킬까’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9월, 휴가차 안동댐 상류에서 낚시를 즐기던 중 지나가는 빈 관공선을 보면서 의문을 제기해 봤던 결과가 ‘이달의 기자상’에 선정될 줄이야….
육지 속의 바다. 안동댐 호수내 수운관리사업소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로웠으나 오랜 기간 동안 지방자치단체의 방관과 묵인 등 관리감독 부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지방 공무원 비리의 백화점이었습니다.
1976년 안동댐 축조 당시 끊긴 도로를 대신해 관용 선박을 운항시키기 시작했으나 댐 준공 당시와는 달리 호수 내에 교량이 가설되고, 도로 사정이 차츰 좋아져 뱃길은 필요치 않는 데도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인력 유지를 위해 계속적으로 주민들이 이용치 않는 텅 빈 도선을 호수 내에 운항시켜 온 것입니다.
이 같은 비리는 2013년 9월 7일부터 9월 16일까지 하루 10시간 씩 문제의 빈 배가 드나드는 선착장 인근에서 잠복취재 중 망원 카메라로 확보한 사진 한 장이 결정적인 증거로 잡혀서 고구마 줄기 캐듯 줄줄이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공무원들이 선박에 급유된 연료를 빼는 장면과 ‘비밀창고’를 만들어 다량의 연료를 집단으로 빼돌리는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 이를 근거로 수운관리사업소 소속 공무원들이 오랜 기간 조직적으로 저질러 온 뿌리 깊은 토착비리를 낱낱이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허위로 운항일지를 작성하는 수법으로 예산 소요 근거를 조작해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매년 수십억 원의 지원금을 받아 챙겨 낸 것은 주민들을 위한 행정이 아니라 공무원 자신들을 안위와 편의를 위한 행정이었습니다. 이 같은 비리가 드러나자 곧 경찰 수사로 이어져 공무원 10명이 연료 절취와 허위 공문서 작성에 가담한 사실과 최장 50여 일 동안 무단결근 및 근무지 무단이탈을 일삼은 사실도 추가로 밝혀졌습니다.
열거하면 할수록 손에 잡힐 듯 당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취재기간 내내 우리 사회가 올바르게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멀었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글쓰기는 언제나 어렵고 두렵습니다. 다른 어떤 분야 보다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만 겨우 결과가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정직한 손과 발자취’ 만큼은 분명히 좋은 결과를 낳는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부족한 저희에게 앞으로 더 잘하라고 이번 상을 주신 것으로 생각하고 더욱 열심히 뛸 것을 약속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