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의 반란 2-분뇨사슬
제280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경제보도 / 전주MBC 유룡 기자
전주MBC 유룡 기자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4.01.22 13:3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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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MBC 유룡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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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뇨사슬’이 방송된 뒤 농촌이 술렁였다. 네덜란드를 모델로 작은 나라인 한국도 축산 강국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네덜란드는 가축분뇨로 청색증을 앓고 있다. 청색증은 토양에 질산염이 축적되면서 지하수가 오염되고 그 물을 마신 임신부의 태아가 죽거나 어른도 아닌 어린이에게서 암이 발생하는 병이다.
그동안 무수한 정부 관계자와 학자, 언론인, 축산업자들이 네덜란드를 방문했지만 어떻게 이런 경고가 국민들에게 전달되지 않고 여전히 네덜란드를 축산 강국으로 미화하는 이야기만 전해져왔는지 취재를 하면 할수록 답답한 마음이 계속됐다. 한국이 네덜란드의 뒤를 이어 토양 오염의 잠재적 위험도가 가장 높다는 지적이 OECD로부터 10년 전부터 전달되고 있었지만 그동안 정부는 고기 팔아주기에 열중했지 국토를 돌보지 않았던 것이다.
한국의 축산업은 지난 20년 동안 기형적으로 성장했다. 사람이 먹을 곡식을 50%도 자급하지 못하는 작은 나라가 해마다 1조원이 넘는 사료를 수입해 필요한 육류의 70%를 자급했다.
한국의 가축은 1990년 대 초에 연간 3000만 마리에 불과했지만 96년 1억 마리를 돌파했고 2001년에 1억5000 마리를 넘어섰고 지금은 2억 마리를 웃돈다. 그러는 사이 가축분뇨를 농경지에 무한정 뿌리는 것이 자연 순환인 것처럼 포장됐다. 한국의 땅은 퇴비와 액비로 검게 얼룩져 회복 불가능한 상황이다. 주요 강줄기에는 질산염 과다로 녹조가 피어올라 식수원을 위협한다. 한국은 대책 없는 축산 공화국이다.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그동안 축산업이 가능하고 돈까지 되었다는 것 자체가 사리에 맞지 않는다. 한국 축산업의 성장 이면에는 사료는 수입하고 분뇨는 불법 투기했다는 사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먹이사슬’의 이면에는 ‘분뇨사슬’이 있다. ‘분뇨사슬’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생산자, 유통업자와 정부 모두 육류 소비를 줄이고 사육 두수 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지난 2012년 ‘분뇨사슬’의 전편인 ‘마블링의 음모’가 방송되고 국민 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낭비적인 축산물 생산 구조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한우자조금위원회는 억대의 돈을 풀어 쇠고기 마블링이 좋다는 홍보 다큐를 주문 제작하는 등 마블링 선전에 열을 올렸다. 속편인 ‘분뇨사슬’은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 축산이 어떻게 환경을 오염시키고 국민 세금을 축내는 지를 잘 보여준다. 이번에는 축산업계가 어떻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것인지 궁금하다. 다큐멘터리는 역사의 기록이다. 역사는 바른 방향으로 흘러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