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부, 앙굴렘 국제 만화제 위안부展 방해

제281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2 / TV조선 전병남 기자


   
 
  ▲ TV조선 전병남 기자  
 
“프랑스 앙굴렘 만화제에서 위안부 특별전을 열 계획인데 일본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지나가는 말 한마디에서 취재가 시작됐습니다. 프랑스 앙굴렘 만화제는 세계 최고의 만화축제입니다. 우리 정부는 만화제에서 일본군 위안부 특별전을 열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초 행사를 ‘주최’하려던 여성가족부가 은근슬쩍 ‘후원’으로 입장을 바꿨습니다. 석연치 않았습니다.

당사자인 여성가족부와 외교부는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며 취재를 거부했습니다. 외교 문제가 될 사안이라면 분명 일본 정부가 개입됐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일본 외무성과 프랑스 행사 사무국 등으로 취재를 넓혔습니다.
처음엔 응대조차 않던 일본 정부. 끈질긴 설득과 취재 끝에 결국 “한국 정부와 프랑스 사무국에 위안부 특별전을 열지 말 것을 요구했다”며 TV조선에 정부 공식 입장을 내놨습니다. 우익 단체도 아닌, 일본 정부가 직접 나서 위안부 국제 행사를 방해했다는 사실을 시인한 겁니다.

일본 정부의 입장을 확보하니 일본 우익과 프랑스 현지 관계자, 한국 정부 등 다른 취재도 급물살을 탔습니다. 결국 묻힐 뻔했던 치졸한 방해 공작의 전말은 모두 10여개 리포트로 제작, 방송됐습니다.

반향은 중국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환구시보의 추종보도에 중국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TV조선의 보도 내용을 일본어로 번역해 프랑스 주재 일본 대사관에 보낼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곧 한국을 포함한 각국 언론에서 후속보도가 이어졌습니다. 결국 프랑크 봉두 앙굴렘 국제만화제 조직위원장도 “일본 정부가 행사 철회를 요구해왔다”며 TV조선의 보도를 확인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일본 정부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일본 관방 장관까지 진화에 나서야 할 정도였습니다.

일본 정부는 망신만 톡톡히 당했고, 위안부 특별전은 큰 관심 속에 무사히 끝났습니다.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취재 전선을 국제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삶을 다룬 출품작들을 미리 접할 수 있었습니다. 한 인간으로서,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마음이 몹시 아팠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만화가 김광성 선생님은 “출품작이 일본어로 번역돼 일본인들이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기셨습니다.

일본의 역사 왜곡 시도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도 요원합니다. 이젠 아예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를 역사에서 지울 태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특종으로 상을 받는 마음 한편은 솔직히, 무겁습니다. 기자로서 더 많은 힘을 보태라는 의미로 상을 주셨다고 생각하겠습니다.

끝으로 취재 전 과정을 이끌어주신 이진동 사회부장께 존경의 마음을 표합니다. 동료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만행의 진실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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