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은행 사기 실태 연속보도
취재는 회사로 걸려 온 한 통의 전화에서 시작됐습니다. “제가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데, 꼭 만나고 싶습니다.” 황당한 말이라 나중에 다시 통화하자고 했지만 제보자는 막무가내로 회사까지 달려왔습니다. 제보자는 4~5년 전쯤 한국농어촌공사 담당 과장, 농지 브로커와 짜고 농지은행의 농지구입비를 가로챘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런데 일이 잘못되자 공모한 과장이 폭력배들을 동원해서 자신의 생명을 위협해 1년째 도피 생활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의외로 큰 사건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곧장 취재에 착수했습니다. 일단 제보
‘엉터리 등기행정’ 수십억 주택채권 날벼락 파문
법원은 뻔뻔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당당했다. “법도 제대로 모르면서 쓸데없이 불평한다”고 국민을 윽박질렀다.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하든지, 아파트 등기를 포기하든지 알아서 하라”고 억지 부렸다.알고 보니 법을 제대로 모르는 쪽은 법원이었다.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남부산등기소는 전혀 엉뚱한 법률 근거로 740여 명의 서민아파트 집주인들에게 거액의 경제적 부담과 손해를 강요했다. 주거환경개선지구 내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는 경제적 약자들은 가구당 300만~500만 원에 달하는 국민주택채권을
다원(옛 적준용역) 철거범죄 2차 보고서
몇 차례 기사를 쓰는 동안 여러 사람이 진담 반 농담 반으로 걱정했습니다. “밤길 조심하라”는 말부터 “얼굴 가리고 다니라”는 말까지 다양했습니다. 수사기관에선 “그들이 예의주시하고 있으니 몸조심 하라”며 겁도 줬습니다. 철거업계 1위 다원이 떨쳐온 ‘악명’이 그만큼 높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998년 12개 시민사회단체는 ‘다원건설(옛 적준용역) 철거범죄 보고서’를 펴낸 바 있습니다. 국내 재개발 및 철거현장을 살
기업 내 보수격차 대해부 연속보도
우리는 임원 보수에 대해서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왔습니다. 어느 기업 임원이 되면 이러저러한 혜택이 주어진다 수준의 이야기만 반복됐습니다. 거의 가십성으로 다뤄지다보니 임원보수에 대해 좀 더 진지한 접근을 담은 기사를 보기 힘들었습니다. 보수란 기업 내 자원 배분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이 있습니다. 동시에 보수의 책정 방식은 성과와도 상당한 관련성이 있습니다. 정의론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도 있고 실용적인 관점으로도 접근할 수 있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겠다 싶어서, 또 희소성이 있는 기사가 되겠다 싶어서 덜컥 ‘
이석기 의원 참석 비밀회합 녹취록 단독 입수 보도
흔히 ‘게이트’로 불리는 대형수사의 경우 사건 관련자들의 녹취록이 결정적인 물증으로 활용된 적이 많습니다. 녹취록에 담긴 꾸밈없는 이야기는 다른 어떤 단서보다 사건의 실체를 명확히 드러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일보도 이 점에 착안해 처음부터 취재활동의 초점을 녹취록 확보에 맞추고 사회부 기자 8명이 전방위로 움직였습니다.국가정보원이 8월28일 이석기 의원이 포함된 지하혁명조직(RO)에 대해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해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이번 사건은 단번에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했습니다. 언론보도가 쏟아졌고 특히…
한국 ‘이석기 의원 보도’ 심사위원 열띤 토론 속 최고점 영예
KBS춘천 ‘농지은행 사기 실태 보도’ 현장 취재 호평제276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서는 대부분의 심사위원들이 한국일보의 ‘이석기 의원 참석 비밀회합 녹취록 단독입수 보도’가 사안의 비중과 파장의 기준으로 볼 때 매우 뛰어난 단독보도가 분명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한 이 기사는 예비채점에서도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신청자가 공적설명서에서 녹취록 입수 경위를 “녹취록을 입수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한 끝에 A4용지 62쪽 분량의 녹취록을 입수했다”고 간략히
한국일보 ‘이석기 녹취록 보도’ 등 6편 선정
제276회(8월)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이 선정됐다. 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률)가 주관하는 한국기자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는 23일 심사회의를 열고 한국일보의 ‘이석기 의원 참석 비밀회합 녹취록 단독 입수 보도’ 등 총 6편을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시상식은 오는 30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다음은 수상 내역이다. ◇취재보도1 부문△한국일보 사회부 이진희, 강철원, 남상욱, 김청환, 김혜영, 정재호, 조원일, 김기중 기자 ‘이석기 의원 참
TV조선 ‘전두환 압수수색’ 오랜 준비와 노력 돋보인 ‘수작’
부산일보 ‘소년범들에게 희망을’ 교정시스템 문제 지적·해결책 모색 ‘호평’제275회 이달의 기자상에선 취재보도 2부문(문화·체육·레저·과학·환경, 국제, 영자신문)에 세 작품이 출품돼 그중 2건이 수상했다. 그동안 1부문(정치·사회)에 비해 2부문은 출품작과 수상작이 희귀할 정도였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하다. 2부문은 주로 전문분야로 구성됐다. 정치, 사회 일반분야에 비해 사회적 의미와 파장이 크고 뜨거운 소재를 찾기
소년범들에게 희망을
18살 현재의 꿈은 미용사였다. 특수 강도로 소년원에서 2년 보호처분을 받았지만 사회로 나가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현재는 소년원생 중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소년범에 속했다.그런 현재가 소년원에서 나온 지 1년도 채 안되어 도로 위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여자 친구가 보고 싶어 보호관찰 주거지에서 무단이탈했고, 친구와 술을 마시다 뺑소니 차량에 치여 숨진 것이었다. 현재의 죽음은 표면적으로는 개인의 잘못 때문이었다. 범죄를 저지른 것도, 보호관찰 주거지를 벗어난 것도 현재 개인의 선택에 따른 결과였다.하지만 개인의 비극은
사라진 1500개의 약속 - 광역의원 공약 이행실태 집중분석
“누가 관심이나 있나요? 다들 ‘그냥 그런게 있었겠지’라고 생각하고 말죠.”경기도의원들의 공약에 대해 취재를 시작하면서 그들의 공약에 대해 아는 것이 있냐고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식의 대답을 했다. 취재 초기 단계에서 아무에게도 관심이 없는 지방의원의 공약에 대해 기획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그들이 내걸었던 공약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이 않을까라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큰 약속이든, 작은 약속이든 약속은 소중한 것이고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rsquo
당신의 비밀이 거래되고 있다
“중요한 개인정보, 기업정보가 담긴 디지털 저장장치가 국내외에서 몰래 거래되고 있다.”취재를 시작하고 나니 예상보다 심각한 실태에 어떻게 이걸 다뤄야 하나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하드디스크, 스마트 폰 등 중요한 개인정보가 담겨 있는 디지털 장치들은 우리가 삭제했다고 생각한 조치로는 삭제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담긴 정보들은 쉽게 복원돼 거래되고 있었습니다.용산상가를 돌아다니면서 중고 하드디스크 속 데이터가 삭제된 채 거래되는 지를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가게에서는 데이터가 복원이 안 되도록…
60년 악습, 깜깜이 예산 편성
우리나라 한 해 국가예산은 350조원이 넘습니다. 정부가 예산 편성을 잘못하면 혈세가 낭비되거나 국민들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세금을 낼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복지공약 이행을 위해 135조원을 마련해야 하니 역대 어느 정부보다 예산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5년 뒤 나라 곳간은 텅비고 빚만 잔뜩 남을 수 있습니다. ‘60년 악습, 깜깜이 예산 편성’ 시리즈는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취재는 쉽지 않았습니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와 감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이명박 정부의 미군기지 환경주권 포기
노무현 정부 시절 반환 미군기지 오염 조사 방식과 정화 주체를 놓고 한미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미국이 끝까지 정화 책임을 지지 않은 가운데 이명박 정부가 출범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1년만인 2009년 3월 JEAP(공동환경평가절차서)에 의한 ‘위해성 평가’ 방식으로 미군기지를 반환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다음해인 2010년 1월 부산 하야리아 기지(현재 부산시민공원 조성 중) 등 7개 기지가 위해성 평가에 의해 반환됐다. 그리고 그 이후로 미군기지 환경 문제는 모두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말았다.지난해
한국, 미국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제안
“시간은 15분, 질문은 정전협정 기념일 관련으로 제한, 사진과 동영상 촬영 금지.”펜타곤이 헤이글 국방장관과의 단독 인터뷰를 주선하면서 내건 조건들은 까다로웠다. 어떻게든 인터뷰만 성사시키면 될 줄 알았는데,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이었다. 인터뷰를 성사시켰다는 보고에 회사의 기대는 매우 컸다. 개인적으로도 미국 정부 최고위 인사를 만나 의례적인 얘기만 듣고 올 수도 있다는 중압감에 시달렸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마음을 열면 상대가 입을 열지 않겠는가?’옛날 앨범을 뒤져 17년 전 미군들
비밀문건으로 들통난 4대강 대국민 사기극
재작년 6월로 기억된다. 한창 진행되고 있던 4대강 사업을 점검하는 길에 경북 상주시 중동면 오상리의 야산에 올랐다. 200미터 아래에 펼쳐진 아름다운 낙동강의 풍경과 마주한 나는 문득 강이란 시간이 만들어낸 예술품,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저기 저 강의 모습은 인류가 이곳에 출현하기 전부터 저 모습 저대로 아름다웠을 것이다. 강의 북쪽 풍광에 심취해 있던 내 시선이 강의 남쪽에 다다르자 어울리지 않는 인공 구조물이 물살을 막고 있었다. 바로 낙동강 상주보였다. 태어난지 4년밖에 안 된 이명박 정권이 자연의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