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靑 행정관은 비리 면책특권' 청와대 징계시스템 변화 호평

제284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 기자상 심사위원회

EBS ‘글자에 갇힌 아이들’ 난독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대책 환기시켜

‘기레기’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세월호 참사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언론이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 정확한 보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할 때다.

제284회 이달의 기자상 후보로 올라온 작품은 모두 46건으로 예전 수준이었다. 예심이 까다로웠던지 본심에 올라간 6편 모두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부문은 역시 특종보도를 놓고 다투는 취재보도1부문이었다. 모두 14건이 올라왔지만 ‘청와대 행정관은 비리 면책특권’(세계일보)만 유일하게 당선작으로 뽑혔다. 이 기사는 제보로 취재가 시작됐으나, 자칫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은근슬쩍 넘어갈 수도 있었던 청와대 파견 고위 공직자의 비리를 파헤친 점이 점수를 땄다. 특히 이 보도로 인해 비위 공무원들에 대한 처벌 뿐 아니라 청와대의 징계시스템의 변경을 이끌어낸 점을 심사위원들은 높게 평가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는 취재보도1부문에서만도 ‘세월호 사고 진도관제센터 의혹’(한겨레신문)과 ‘해양수산부와 해운단체 유착 비리’(한국일보) 등 7건의 단독 기사들이 추천돼 올라왔다. 하지만 세월호 문제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데다가 각 출품작은 전체 세월호 보도의 일부분이라는 점에서 진상 규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시점에 한꺼번에 평가하기로 했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당선작이 나오지 않았지만 롯데홈쇼핑의 비리를 끈질기게 파헤친 ‘롯데홈쇼핑 납품 비리 갑을관계 관행 추적’(동아일보)이 심사위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모두 7편이 경쟁한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한계 넘은 보따리상’(농민신문)과 ‘동아시아 핵발전 현장을 가다’(한겨레21) 2편이 수상하게 됐다. 농민신문의 기사는 참깨와 고추, 마늘 등 중국산 농산물이 정식 수입 경로가 아니라 보따리상을 통해 평택항으로 들어온 뒤 전국으로 유통되는 실태를 추적한 노력이 돋보였다.

중국과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의 핵발전소 건설문제를 종합적인 틀에서 바라본 한겨레21 기사는 현장 취재를 통해 국경을 초월하는 핵 발전의 위험을 짚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학습 부진을 겪는 학생들의 난독증을 집중 조명한 ‘글자에 갇힌 아이들’(EBS)이 뽑혔다. 3개월에 걸쳐 국내외 전문가와 난독증 어린이 및 부모 등을 인터뷰하고, 국내 최초로 초등학교 난독증 출현율 조사를 실시해 사회적 관심과 대책을 환기시켰다는 평가가 많았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서는 모두 7건이 올라왔으나 아쉽게도 수상작이 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KT&G의 면세담배 불법 유통’(인천일보)과 ‘지자체 몰래 도박장을 개설한 국민체육진흥공단’(경기일보) 등은 언론의 감시 기능을 잘 발휘한 좋은 기사라는 평을 받았다.

지역취재보도 방송부문에서는 3천6백억원이 들어간 영산강의 뱃길 복원 사업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현장 취재한 KBS광주의 ‘시사현장 맥’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전문보도부문에서는 한달 이상 같은 장소에서 서울 하늘을 관찰하면서 미세먼지를 사진으로 시각화한 ‘하늘 맑다고 미세먼지 안심 마세요’(한국일보)가 다수 의견으로 뽑혔다. 이 밖에 본심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맨발의 황제노역 회장’(조선일보)과 ‘팔걸이 의자에서 라면 먹는 교육부 장관’(오마이뉴스) 등도 순간을 잘 포착한 좋은 보도 사진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심사에서는 뉴시스가 제283회 기자상 심사 결과 자사의 ‘파주 야산서 무인항공기 발견’ 기사가 탈락한 것과 관련해 이의를 제기해 온 데 대해 논의했다. 심사위원들은 뉴시스 기사가 비록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좋은 작품이었다는 데에 다시 한 번 의견을 같이 하면서 수상에서 탈락한 사유를 설명하는 심사평의 내용이 평가의 의견들을 압축적인 표현으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뉴시스 기자들의 오해를 불러 일으킨 점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기자상 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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