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핵발전 현장을 가다
제284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 / 한겨레21 김성환 기자
한겨레21 김성환 기자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4.06.11 13: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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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21 김성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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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9+50+8+5=140
이 숫자는 무엇을 의미할까. 연결고리를 쉽게 찾을 수 없을 이 숫자들은 한국·중국·일본·대만 그리고 북한에서 현재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원자로 숫자다.
동아시아의 핵발전 현황을 숫자를 통해 들여다보면 좀 더 놀랍다. 핵발전소가 얼마나 촘촘히 있는지를 나타내는 ‘원자로 1기당 국토면적(㎢)’은 한국이 세계 1위(4335.7㎢), 대만이 3위(5996.7㎢), 일본은 4위(7873.2㎢)다. 게다가 동아시아는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이후 20년 만에 일어난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겪은 지역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핵 집중 아시아’다.
창간 20주년을 맞은 한겨레21은 그동안 숫자로만 그려오던 ‘핵 집중 아시아’의 실체에 주목했다. 핵발전소로 둘러싸인 동아시아의 현주소를 숫자가 아닌 현장을 통해 그려보기로 했다. 첨단 문명의 재앙과도 같은 핵발전소 사고를 겪었음에도 정작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는 동아시아를 ‘위험 공동체’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자는 시도였다.
그동안 국내 언론이 다루지 않았던 접근이었다는 점에서 취재 과정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중국 핵발전소 취재를 위해 우리나라 원자력안전위원회를 통해 중국국가핵안전국(NNSA)에 공식 취재를 요청했다. 홍콩 중화전력공사(CLP)에도 공식 취재 요청을 했으나 보안 등을 이유로 거절 당했다.
예상대로 핵발전소에 대한 정보 접근이 어려웠지만, 중국 현지에서 만난 현지 주민, 익명의 중국 공무원, 그리고 홍콩 등의 핵발전 전문가와 해외 활동 중인 중국 환경운동가 등을 통해 중국 핵발전 현황에 최대한 접근하려 노력했다.
특히 한반도와 가까운 산둥반도 일대의 하이양·스다오완 핵발전소 건설 현장의 취재 경험은 ‘위험 공동체’로 얽혀 있는 동아시아에 시급한 일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줬다.
또 핵발전소 사고 3년을 맞은 일본 후쿠시마 현지에서는 재난 이후 일본 내부의 갈등에 주목했다. 핵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대만 사회의 대립을 통해 핵발전소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각을 되짚어봤다.
무엇보다도 이번 기획의 의미는 기획 보도를 단순히 지면에 그치지 않고, 처음부터 ‘인터랙티브 뉴스’로도 내보내기 위한 실험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기사는 꼭지 이름이 두 개다. ‘동아시아 핵발전 현장을 가다’, 그리고 ‘핵 아시아’.
기획을 진행하면서 “동아시아는 핵발전 밀집 지역이다”라는 오래된 진실을 나름 색다른 방식으로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었던 계기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시도는 더 큰 고민을 남기긴 했지만, 빛나는 아이디어를 모으는 경험을 한 한겨레21부의 팀워크로 앞으로도 새로운 형식과 심층 보도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