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만리 제주밭담
제283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 / 한라일보 김지은 기자
한라일보 김지은 기자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4.05.07 15:4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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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일보 김지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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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다 본 제주는 수많은 조각을 짜 맞춘 듯하다. 사방에 펼쳐진 검은 밭담은 제주섬을 잘게 쪼개며 구불구불 흐른다. 그 모습이 검은 용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흑룡만리’. 제주의 미학을 대표한다.
제주밭담은 돌무더기가 산재하고 바람이 많아 농사짓기 힘든 화산섬에서 오랜 세월 제주 농업을 지켜왔다. 바람을 막아 농토와 작물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농경지 경계를 구분하고 우마의 침입을 막기도 했다. 오늘날 ‘제주 농업의 버팀목’ ‘살아있는 역사’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하지만 너무 흔해서였을까. 밭담은 그간 크게 조명 받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농업환경이 변하고 도시화되면서 빠른 속도로 파괴돼 갔다.
오랜 기간 제주 전역에 걸쳐 형성돼 왔지만 훼손율은 해마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존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파괴 속도를 걷잡을 수 없을 거라고 진단한다.
‘흑룡만리 제주밭담’ 기획보도는 이러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밭담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보존 움직임을 이끌어내기 위한 작업이었다.
때마침 밭담이 국가중요농업유산에 이름을 올리면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가 추진됐다. 이 과정을 집중 보도한 것은 ‘밭담의 재조명’이란 큰 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긴 여정이었다. 취재팀의 보도는 1년여 간 이어졌다. 밭담의 역사와 유형, 길이, 훼손실태 등을 되짚으며 밭담을 다각도로 살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가치를 알리기 위해선 제대로 보여줘야 했다.
쉽지만은 않았다. 농업유산으로서 밭담을 깊게 들여다본 연구가 드물었고 취재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전문가도 몇 안 됐다. 도내 밭담의 현황과 훼손율에 대한 연구도 6년 전 진행된 게 전부였다.
그동안의 무관심이 크게 다가올수록 취재 범위는 넓어졌다.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로 밭담의 보존과 활용을 위한 새로운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일본, 태국 등을 찾아 국제동향을 점검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행정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보존 계획의 한계를 지적하고 도민과의 공감대 형성을 강조해 왔다. 지난해 초부터 올해까지 정기 연재물 16회를 포함해 60여 회에 걸친 장기 기획이었다.
지난달 1일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제주밭담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된 것이다. 사계절을 밭담과 함께한 취재팀에게는 의미가 남달랐다. 사라져가는 밭담의 보존과 활용을 위한 후속 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생각에 뿌듯함이 앞선다.
취재를 도와준 전문가들과 보도하는 데 적극 지원해 준 오태현 편집국장님을 비롯한 데스크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린다. 보도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강시영 부국장님과 밭담의 다양한 모습을 카메라 앵글에 담아낸 강경민 선배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취재팀의 밭담 기획은 계속된다. 지금까지 밭담의 가치를 알리는 작업을 했다면 이제부터는 그것을 활용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에 방점을 찍고 보도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지역을 넘어 세계로 뻗어가는 밭담을 따라 한라일보도 함께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