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맑다고 미세먼지 안심 마세요!

제284회 이달의 기자상 전문보도 사진 / 한국일보 박서강 기자


   
 
  ▲ 한국일보 박서강 기자  
 
수상 소식에 날듯이 기뻤다. 인력 공백을 무릅쓰고 사진부 내 기획팀을 구성한지 6개월 만에 처음 누리는 영광이라 더욱 감격스럽다. 그래서 기대치가 높아지는 부담스러운 상황마저도 일단은 즐기기로 했다.
‘하늘 맑다고 미세먼지 안심하지 마세요’는 단연 발로 뛰어 만들어낸 기획물이다. 45일 동안 단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주말, 주중 가릴 것 없이 매일 남산을 오르내리며 데이터를 분석한 막내 김주영 기자와 최흥수 기자의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 지면 레이아웃을 책임진 편집부 이직 기자와 강준구 기자 그리고 사진부원들의 든든한 후원과 응원에도 감사 드린다.

‘한번 해볼까?’로 가볍게 시작했다. 매년 3, 4, 5월은 황사와 함께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게 나타나는 시기이다. 그래서인지 서울의 봄 하늘은 왠지 항상 뿌옇고 탁하다. 올 봄 역시 최악의 황사와 미세먼지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다.

3월 1일부터 시작해 매일 서울 하늘을 기록하기로 했다. 만약 45일 내내 뿌옇거나 누런 하늘만 찍힌다면 그 자체로 대기오염 문제에 대한 생생한 경고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도 최소한 며칠이나 쾌청했고 또 며칠이 뿌옇게 오염되었는지를 기록한 살아 있는 데이터는 만들 수 있는 작업이었다.

사진과 함께 서울 시내 각 자치구의 시간대별 미세먼지 농도 데이터도 매일 수집했는데 약 보름 정도 되었을 때 애초의 예상이 빗나가고 있음을 알게 됐다.

서울 하늘이 거의 매일 뿌옇게 흐렸던데 반해 미세먼지의 농도는 그리 높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농도는 높은데 하늘이 맑은 경우도 있었다.

취재기간 내내 기다리던 최악의 황사는 오지 않았고 우리 팀은 미세먼지 농도와 시계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취재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측정기관이 제공하는 미세먼지 농도 데이터의 신뢰도마저 의심스러워졌다. 같은 날 같은 시간대라도 지역에 따라 평균치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편차가 컸기 때문이다.

또, 미세먼지에 대한 국내 기준이 국제기준에 비해 2배나 더 관대하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하늘 맑다고 미세먼지 안심 마세요’를 통해 미세먼지 예보나 실시간 농도 데이터조차 믿기 어려운 우리 환경정책의 현실을 지적하고 싶었다.

그러나 45일간의 숫자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보다 체계적이고 명료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해 아쉽다. 능력부족으로 인해 짧지 않은 취재 기간을 온라인용 콘텐츠 제작에 전혀 활용하지 못한 점 또한 두고두고 반성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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