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넘은 보따리상

제284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 / 농민신문 성홍기 기자


   
 
  ▲ 농민신문 성홍기 기자  
 
사실 ‘한계 넘은 보따리상’ 아이템을 정하기 이전 ‘보따리상’에 대한 막연함이 있었다. 1997년 IMF 구제금융 위기를 전후한 노숙자들의 일자리, 혹은 국내 노인들의 생계수단으로 법적 관용이 일정부문 통용되는 분야 정도로만 생각했다.

지난 3월 데스크가 보따리상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중국산 농산물을 수집·판매하겠다고 한다면서 이를 한 번 다뤄보자고 했을 때 뭔가에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자가 소비용이 아닌 보따리 농산물 수집과 유통은 엄연한 불법인데, 대놓고 수집해 판매하겠다니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기획과 취재는 여기서 시작됐다. 먼저 보따리상 문제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었던 터라 꼼꼼하고 주도면밀한 취재가 필요했다. 또 취재 스펙트럼이 넓은 만큼 할 일도 많았다. 사실 확인을 위해 가야 할 곳과 만나야 할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취재가 진행되면서 드러나기 시작한 보따리상의 맨 얼굴은 충격 그 자체였다. 어렵게 허가를 받아 들어간 평택항 출입국관리장(CIQ)에선 왜 세관이 그 곳의 외부공개를 꺼렸는지 의문이 저절로 풀렸다. 보따리 농산물이란 이름으로 쏟아져 나오는 수 백 여개의 포대는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서도 믿겨지지 않았다.
보따리 농산물이 대한민국의 법질서를 비웃기라도 하듯 백주에 불법으로 유통되는 현장보도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렇게 1년 동안 들여온 참깨 한 품목만 해도 국내 전체 1년 참깨 생산량의 절반을 넘는다는 보도에 농가와 소비자들은 아연실색했다.

특히나 보따리상이 우리 모두가 알고 있었던 사회적 약자가 더 이상 아니라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냈다. 절반 이상은 이미 중국인 ‘다이공(帶工)’들이었고 30~40대 젊은 층도 많았다.

관세청은 기획보도 이후 보따리상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고, 국회에서도 정부 책임자들을 불러 불호령을 내렸지만 역시나 한 달 쯤 뒤인 5월13일 인천항을 찾았을 때 보따리상의 불법 수집행위는 달라진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보따리상의 불법 농산물 반입·유통 문제는 국내 농업보호는 물론 법질서와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위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과제다. 다행히 국회와 정부에서 1인당 반입량 하향조정 등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니 지켜 볼 것이다. 아울러 보따리상 기획보도는 일단 끝났지만 본지의 취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끝으로 한국기자협회가 ‘한계 넘은 보따리상’ 기획보도를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으로 선정한 것은 시상영역을 전문언론 분야로까지 넓혔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싶고, 깊은 감사를 드린다. 특별취재팀장으로 머리를 맞댄 한형수 부장과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준 권남회 편집국장, 편집국 선후배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