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에 갇힌 아이들
제284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방송 / EBS 이윤녕 기자
EBS 이윤녕 기자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4.06.11 13: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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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 이윤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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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녕아, 난독증이라는 거 혹시 알아?”
올해 초 겨울, 선배가 건넨 말 한 마디로 시작된 기획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난독증이라는 게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다. 그냥 글을 잘 못 읽는 증상이겠거니 했다.
난독증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난독증이 무엇인지 사람들에게 알리고 숨어 있는 아이들을 찾아내 적절한 교육과 지원을 하는 것이었다. 또 값비싼 난독증 민간 치료기관의 실태와 학부모 피해 사례, 국내에서는 한 번도 소개된 적이 없는 선진국 사례까지 소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취재와 섭외는 그야말로 난항이었다. 국내에선 자문을 구할 전문가들이 한정돼 있었고 민간 치료기관에서 수 천 만원의 피해를 본 사례자를 찾아 카메라 앞에 세우기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난독증 실태조사와 관련한 취재 때는 서로 자기 소관이 아니라는 교육부와 핑퐁게임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오기가 생겼다. 실제로 취재를 하면서 만난 난독증 아이와 학부모들의 고통은 상상 그 이상이었고, 온라인 카페를 통해 겨우 정보만 공유하고 있는 학부모들도 수 천 명에 달했다. 나는 이 문제를 반드시 이슈화 시켜 정부 차원의 대책을 강구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총 21편의 기획보도. 난독증 하나로 이렇게 많은 기사를 써낼 수 있었던 건 어찌 보면 그만큼 쓰고 싶은 이야기, 아니 그동안 누구도 쓰지 않았지만 써야만 하는 이야기들이 많았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오랜 기간 열정과 정성을 다해 취재한 결과물이 전파를 타고 곳곳에서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보며 나는 누구보다 큰 보람을 느꼈다. 방송이 나가고 교육부에서는 난독증 지원 교육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해 논의가 시작되었고, 방송을 본 수많은 학부모들은 증상을 보이는 아이를 데리고 전문기관을 스스로 찾기도 했으며, 교육계에 20년 이상을 몸담은 분들도 방송을 통해 난독증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며 공감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우리 사회의 난독증 문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적절한 지원과 교육이 이뤄지면 이 아이들은 누구보다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 아이들이 학습부진아로 치부돼 공부를 포기하느냐, 아니면 재능을 살려 유능한 영화감독, 과학자, 예술가 등으로 자라날 수 있느냐는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아인슈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끝으로 기나긴 취재를 함께 한 민진기 선배, 이동현 기자, 그리고 이번 기획을 함께 한 영상취재팀, 편집팀 이하 우리 EBS 교육뉴스팀 모두를 비롯해 취재에 도움을 주신 좋은교사운동본부의 김중훈 선생님, 한국난독증본부의 신영화 본부장님, 그리고 인터뷰에 응해주신 학부모님 등 모든 관계자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