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대 총수 돈 관리 대기업 직원, 몰래 사채로 운용
8월 초였다. 10여 년 전 사건기자 때 만난 한 지인은 지나가는 투로 말했다. “경찰에서 대기업과 조직폭력이 연계된 사건을 수사하는가 보더라구.” 여러 사람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툭 내뱉은 것이었지만 흘려들을 수는 없었다. 술집에서 벌어지는 별것 아닌 실랑이가 재벌 총수의 보복 폭행일 수도 있는 것이 사건 기사의 특성이 아닌가. 그 뒤부터 아주 가끔 사건기자 시절 옛 취재원을 접촉할 때면 “조직폭력과 연계된 대기업 수사는 어떻게 돼가나요?”라고 묻곤 했다. 그냥 넘어가자니 찜찜했고, 사
제217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제주MBC ‘어메니티’ 6개월간의 국내외 현장취재·사례분석 돋보여제217회 이달의 기자상 후보에는 총 35편의 기사가 출품됐으나 11편만 예선을 통과했다.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대기업 총수의 개인 자금 담당 직원이 비자금을 사채로 운용하다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청부살인까지 계획한 전모를 파헤친 동아일보(조수진, 김기현 기자)의 ‘200억대 총수 돈 관리 대기업 직원, 몰래 사채로 운용’ 기사가 선정됐다. 다른 매체의 보도와 달리, 후속보도에서도 관련 대기업을 익명 처리한 데 대해…
제2백18회 이달의 기자상 선정
기자상 심사위원회(위원장 김학순)는 25일 한국기자협회 회의실에서 제2백18회(10월)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회를 열고 국민일보 노용택 기자의 ‘쌀 소득보전 직불금 불법 수령 사태’ 등 모두 7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국민일보는 기획보도 부문에서도 수상자를 냈다. 시상식은 다음 달 2일 오전 11시30분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수상작은 다음과 같다. ◇ 취재보도 부문 △ 국민일보 정치부 노용택, 사회부 김원철, 박지훈 기자 ‘쌀 소득보전 직불금 불법 수령 사태’ △ 뉴시
'KBS 사장 인선 비밀 대책회의'' 만장일치 수상 결정
제216회(8월) 이달의 기자상에는 7개 부문 37건의 기사가 출품돼 7건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전체 37건의 작품 중 예심을 통과한 것은 19건이다.11건이 출품된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경향신문의 ‘청와대, KBS사장 인선 비밀대책회의’, 중앙일보의 ‘레나테 홍 할머니 47년 만에 평양에서 남편 상봉’, 한겨레신문의 ‘군, 대학교재-베스트셀러도 불온서적’ 등 3편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KBS 비밀대책회의 보도의 경우 첩보를 접한 취재팀이 끈질
낙동강 불법매립 탐사보도
행정기관에 착근된 불법 관행의 고리가 얼마나 깊은지 다시 한번 실감케 하는 보도였다. 취재진이 위성사진과 지적도, 하천도면 등을 지리정보시스템(GIS) 기법으로 교차분석해 파악한 낙동강 일대 불법 매립 면적은 1백만 제곱미터. 부산 중구의 절반에 이르는 면적이다. 수십 년 간 지속된 부산 낙동강 일대의 불법 매립은 낙동강 하구의 지형 자체를 바꿔놓았다. 낙동강은 문화재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 등 5개의 법안에 규제를 받고 있다. 관련기관도 국토관리청, 낙동강유역환경청, 부산시청 등 최소 6곳에 이른다. 조항도, 기관도 많았지만 규제는
AI 기획리포트-앵무새의 경고
지난여름 앵무새 취재를 위해 태국에 간다고 하니 주위에서는 “앵무새 한 마리 때문에 해외취재를 가느냐”는 반응도 있었다.그러나 앵무새를 찾아 머나먼 해외로 날아간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앵무새 밀수가 조류인플루엔자(AI) 전염의 유력한 용의자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고 그 밀수가 국내 애완조류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앵무새나 알을 AI 발생국으로부터 밀수하는 것은 AI를 전염시킬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밀수꾼에게는 이윤이 높은 품목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태국에서 앵무새나 알을 국
벌금 90만원의 비밀-정치인 재판 결과 대해부
이재용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정치자금법 위반죄로 1심에서 벌금 5백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지난 3월 선고된 항소심에서는 특별한 이유 없이 벌금 80만원으로 형량이 대폭 깎였다. 벌금 1백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파격적인 감경조치였다. 이 전 이사장의 벌금형은 그대로 확정됐고, 그는 곧 18대 총선에 출마했다. 항소심 변호사가 전관이라는 점 때문에 ‘전관예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면죄부 판결’이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이번 기획의 출발
정부수립 60년, 국가를 묻는다
‘정부수립 60년, 국가를 묻는다’ 기획 보도는 이명박 정부가 단초를 제공했다. 정부는 올해를 ‘건국 60주년의 해’로 선포하고 8·15를 건국절로 제정하자는 주장 아래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 박정희를 산업화의 아버지로 치켜세우려는 작업을 시작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는 대한민국 60년 현대사를 ‘승리의 역사’로만 기술하려는 정부의 의도와도 연계된 것이었고 결국 대한민국을 이끌어 온 수많은 민초들의 땀과 피의 숭고함은 져버리는 지배 엘리트 중심의 역사
군 대학교재·베스트셀러도 불온서적
“한 편의 촌극이었습니다.”지난 7월31일 한겨레 지면을 통해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 및 통제 소식을 전하면서 가장 처음 들었던 생각이었습니다. 인터넷만 있으면 전 세계 곳곳의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2008년, 대한민국 국방부는 23권의 책에 ‘불온’하다는 딱지를 붙이고 있었습니다.이 책들의 반입을 통제하기 위한 대책도 기가 막혔습니다. 병사들에게 편지가 도착했을 때 간부 입회 하에 개봉하고 내용물을 확인하라고 합니다. 불시에 장병 생활실을 점검하고 ‘
레나테 홍 할머니, 47년만에 평양서 남편 상봉
“꿈은 이루어진다.” 그랬다. 레나테 홍 할머니는 47년간 품어왔던 북한 남편 상봉의 꿈을 마침내 이뤘다. 외국언론들은 이를 가리켜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맞는 말이다. 북한당국이 정권 출범 후 외국인을 초청해 이산가족과의 상봉을 허용한 것 자체가 기적과 같은 일이다. 홍 할머니와의 첫 만남은 기자가 독일 특파원이었던 2006년 가을이었다. 그는 독일 동부의 대학도시 예나의 교민사회에선 알려진 분이었다. 생이별한 남편이 북한 출신이란 인연 때문일까. 현지 한국인들을 집으로 초대하거나 때론 자상한 후견인 역할을 마
청와대, KBS 사장 인선 비밀 대책회의
수상의 기쁨보다 씁쓸함이 앞선다. 상을 받게 된 기사의 내용이 말해주듯 ‘민주화’를 넘어 ‘밀레니엄’을 운위한지 8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후진적인 사회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다는 자괴감에서다. 어느날 귓가에 다가온 “청와대가 KBS 사장 인선을 위해 유력 후보들과 서울 시내 호텔에서 비밀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한마디의 소문.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해 미디어업계를 취재 영역으로 삼고 있는 기자로서는 참으로 경악할 만한 일이었다.역대 정권에서 공영방송 사장 선임시 정권의 의
‘묻지마 보험료’ 보험사 경종 울린 전형적 탐사보도
KBS부산 ‘장애아 거부 예술중’ 끈질긴 차별사례 추적…당사자 해당학교 진학 결과물 보여제215회 이달의 기자상 후보에는 7개 부문 33개 작품이 출품됐으나 14개 작품만 예심을 통과했다.7개 작품이 경쟁한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KBS의 `미, 독도 표기 관련 연속보도’가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비록 첫 보도는 단독이 아니었으나 끈질긴 추적을 바탕으로 한 잇따른 후속보도를 통해 미국의 잘못된 독도 표기를 바로잡는 성과를 이끌어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KBS의 또 다른 경쟁작인 `금감원, 통계조
장애아 거부하는 예술중학교
‘장애아들은 예술중학교에 입학할 수 없다는 얘긴가?’보도는 이처럼 아주 기본적인 물음에서 시작됐다. ‘그래도 학교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합당한 이유가 있겠지’라며 학교와 교육청의 입장을 충분히 더듬으며 취재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들 기관의 입장은 의외로 단순하고도 꼿꼿했다. 학교는 ‘특수학교에 다녔던 아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었고, 교육청은 ‘특성화 학교는 관여할 수 없다’는 논리로 학교의 주장을 두둔했다. 선진국을 지향한다는 대한민국 교
두 얼굴의 변호사들
취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간단했다. 어머니 때문이었다. 형제들과 함께 간단한 민사소송을 하게 됐는데 알고 보니 재판을 해서 받을 수 있는 돈보다 변호사에게 주는 돈이 더 많더라는 게 어머니의 얘기였다. 한마디로 배보다 배꼽이 큰 것이었는데, 그럴 수 있다는 걸 어머니도, 형제들도 몰랐고 변호사 역시 설명해 주지 않았다. 경찰기자 야근할 때 말고는 법원 근처에도 가 본 적 없는 나는 ‘도대체 민사소송하려면 돈이 얼마나 들고, 형사소송하려면 어떤 변호사를 어떻게 찾아가야 될까’ 하는 궁금증을 그대로 아이템으로 연
빛 바랜 BK21
쫓는 자와 쫓기는 자, 중앙아시아의 한복판 우즈베키스탄의 한 골프장에서 난데없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해 발표가 진행되는 시간에 골프를 치는 이유를 따져 묻는 기자, 곤혹스러운 질문에 연방 기자를 피하다 이내 달아나는 교수.사실 해외 취재를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 장면이 연출되리라고는 취재진도 예상하지 못했다. 취재의 시작은 외국에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가 이름과는 전혀 달리 ‘한국인들만의 학술대회’로 전락하고 있음을 밝히는 데 있었다. 그래서 사전에 학술대회 참가자 명단을 입수해 참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