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신문 볼거리 강조한 새로운 시도

제225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 홍정표 경인일보 정치부장


   
 
  ▲ 홍정표 경인일보 정치부장  
 
1차 예심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취재보도부문에 출품한 9개 작품이 모두 탈락한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최소한 한두 편이라도 본심에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 심사위원은 취재보도 부문이 예심에서 전멸한 사례는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라고 했다. 9개 작품을 다시 들여다봤다. 결론은 ‘수준이 안 되면 올리지 않는 게 맞다’는 쪽이었다.

궁금증을 덜어주기 위해 취재부문 심사 내용을 좀 더 자세하게 전한다. 9개 작품 가운데 6개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된 기사였다. 출품한 SBS와 KNN, 연합뉴스, 경남신문은 노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을 최초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결론은 모두 특종이라고 보기에 무리가 있고, 단 몇 분, 몇 초 차이가 상을 줄 만큼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다만 노 전대통령 서거 사실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신문을 통해 알렸다는 경남신문은 정황상 사건 인지부터 취재 과정까지 타 언론사들을 월등히 앞선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신문 발행 시점(오전 11시께)에는 이미 통신과 방송을 통해 사실이 전달된 뒤였다. 일부 심사위원들은 인터넷으로 먼저 올렸으면 평가가 크게 달랐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마산MBC와 BBS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수사가 부실하거나 경호관의 서거상황 은폐 기도를 출품했으나 역시 큰 흐름의 한 갈래에 불과하다는 평이었다.

8개 부문 총 33편의 출품작 가운데 11개만 최종심사 대상에 올랐다. 결과는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의 ‘그림으로 보는 문화지리학 공간+너머’(국민일보)와 기획보도 방송부문의 ‘뉴스추적-그들은 왜 죽어갔나, 보령 암마을의 비밀’(SBS), 지역취재보도부문의 ‘녹색 짓밟는 녹색에너지’(안동MBC), 지역기획 신문·통신부문의 ‘철거냐 존치냐 기로에 선 대전차 방호벽’(경인일보) 등 4편만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그림으로 보는…’은 문화지리학 개념에 뛰어난 비주얼 효과로 포장해 신문이 볼거리를 주는 새로운 시도였다는 평을 받았다. 화가가 그리고 전문가가 집필을 한 점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기획이라기보다는 전문보도 부문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나왔지만 신문의 한계를 뛰어넘으려 한 창의적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수작이라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국민일보의 또 다른 출품작인 ‘집중분석 18대 의원들의 투표’는 탐사보도 기법을 사용해 국회상황을 실증적으로 보도하려 했다는 점이 인정받았으나 주제가 진부했고, 파장이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쉽게 탈락했다.

‘그들은 왜 죽어갔나…’는 소문만 듣고 취재에 들어가 군이 관계된 특수성을 극복하고 집단 발병사실을 보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보령시의 물 검사 결과 은폐사실을 들춰냈고, 공식 사과를 이끌어냈다. 다만 지하수의 발암물질과 암 발생과의 상관관계 규명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녹색 짓밟는…’은 녹색에너지를 만들겠다며 녹색 산림을 파괴하는 어처구니없는 불법 현장을 고발, 잘못을 바로잡고 재발방지 약속을 이끌어내는 고발기사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녹색성장이 대세로 각 지자체들이 앞다퉈 시행하고 있는 그린에너지 정책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등 시기적으로도 적절했다.

경기일보의 ‘선생님들이 교생 성추행’은 교직사회의 잘못된 인식과 행태를 고발해 파장이 컸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으나 일반화된 일이고 전교조라는 점을 의도적으로 부각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면서 아깝게 탈락했다. 강원일보의 ‘춘천수렵장 17개월간 무법천지’는 10명이 넘는 공무원들이 자칭 조폭임을 자처하는 50대에게 1년이 넘도록 폭행을 당했다는 쇼킹한 내용으로 주목받았으나 아직 피의자가 잡히지 않아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직은 의문이라고 결론지었다.

‘철거냐 존치냐…’는 우리가 흔히 보고 지나가는 방호벽에 의문부호를 달고 3개월간 발품을 팔아 결국 군으로부터 철거약속을 받아낸 보도 과정이 돋보였다는 평이다. 다만 방호벽을 철거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한 분석과 설명이 다소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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