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짓밟는 녹색에너지
제225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 / 안동MBC 홍석준 기자
안동MBC 홍석준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9.08.05 14:5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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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동MBC 홍석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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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청 신도시 특집을 위해 한국을 떠난 지도 벌써 열흘이 지났습니다.
해외취재가 주는 압박감이 만만치 않고 더구나 45일 일정으로 지구 한 바퀴를 도는 장거리 취재가 심신을 지치게 만듭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이달의 기자상’소식을 들었습니다.
낮에는 폭염에 지치고, 밤에는 고문(?)같은 ‘백야’로 잠 못 이루고….
심신이 파김치가 됐지만 회사에서 날아온 기자상 선정 소식은 모든 것을 기분 좋게 만드는 청량제나 다름 없었습니다.
지금 제가 있는 핀란드 헬싱키는 백야의 본산입니다. 그렇지만 헬싱키의 밤은 이제 고통스러운 밤이 아니라, 내일 귀국을 앞두고 아쉬운 마음으로 북구의 백야를 즐기는 여행자의 마지막 밤처럼 느껴집니다.
녹색에너지의 중심인 유럽은 어느새 ‘탄소배출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강력한 시장을 만들어 냈습니다. 우리보다 10년은 먼저 녹색에너지 사업에 주력했지만 어디에도 우리처럼 산을 밀어내고 경관을 헤치며 들어선 풍력단지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풍력발전기를 세울 때도,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할 때도 늘 산을 밀어내고 나무를 뽑습니다. ‘녹색’이란 명분만 손에 쥐면 거칠 것이 없는 나라. 녹색에너지를 얻기 위해 녹색을 짓밟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은 지금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돈이 ‘외자’라면 ‘성역의 반열’에 오르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우리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며 시공사 관계자가 했던 말이 새삼 떠오릅니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 하는 일을…. 쯧쯧.”
그리고 한마디 더,
“지방방송에서 나왔대. 뭐 알겠어?”
나라와 나라 사이에 하는 일에는 환경영향평가가 없어도 될까요? 지방방송에서 취재하면 환경영향평가도, 사안의 핵심도 모를까요?
평원으로 이루어진 유럽에서 우리처럼 산을 깎아내고 울창한 산림을 밀어내면서 풍력발전기를 세우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설령 평원이라 해도 환경을 파괴하고 경관을 헤친다면 그들은 아마도 녹색에너지라는 개념을 세우지 못했을 것입니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그런 어리석은 사람들은 아닐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