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년의 참회록' 약자에 대한 사회편견 고발

제224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이석우 서울신문 기자(부장급)



   
 
  ▲ 이석우 서울신문 기자(부장급)  
 
공적설명서 제출시 취재경위·과정 등 보다 자세한 설명 필요


올해 4번째인 제224회 ‘이달의 기자상’에서는 당연스럽게 여겨져 온 관행과 상식의 허술함, 그리고 약자에 대한 사회적 폭력을 고발하고 낯선 눈으로 새롭게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출품작들이 돋보였다. 39편의 출품작 가운데 5건이 뽑혔다.

지역기획 방송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한센병 백년 특집 다큐멘터리, 100년의 참회록’(KBS순천 정길훈 등)은 우리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짓밟고 편견에 가득 찬 눈으로 대해 왔는지를 탄탄한 구성으로 설득력 있게 고발했다는 일치된 평가를 받았다. 한국과 일본에 나뉘어 40여 년 동안 생이별 속에 격리된 삶을 살아온 오누이의 한과 절망. 알려진 바와 달리 1990년대에도 시행된 ‘단종 시술’. 타이완 한센인들의 행복한 삶을 일궈나가는 사례 등의 대비 등도 공감을 일으켰다.

시사기획 쌈 ‘황금알 민자 사업 1,2부’(KBS 김태형)는 개발사업의 만능 해결책으로 여겨져 온 민자 사업이 장밋빛 미래에 대한 통념과 달리 불평등한 계약 속에 자칫 지역과 국가 재정에 발목을 잡고 민간 사업자들의 배만 불려주는 애물단지가 될 수 있음을 다양한 실례와 밀착 취재를 통해 보여 줬다는 점에서 기획보도(방송부문) 수상작으로 이견이 없었다.

16편의 출품작들이 우열을 다툰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선 ‘감시되지 않은 살인가스 COE’(전남CBS 박형주)가 수상했다. 지나치기 쉬운 사안을 물고 늘어져 문제를 제기하고 거대 기업으로부터 시정조치까지 얻어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았다. 다만 COE 가스의 위험성과 관련 사고들의 사례 등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보여주는 입체적인 접근이 아쉬웠다는 지적이 있었다.

같은 부문의 ‘신종 부재자투표(거소투표) 부정선거의 실체’(중도일보 맹창호 등)는 무더기 대리투표를 고발하는 등 사회적 반향과 파급효과가 적잖은 특종보도였다. 정치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 우리 주위에서 버젓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파헤치고 경종을 울린 보도였다는 평가가 대체적이었지만 심사위원 과반수 문턱을 간발의 차로 넘지 못했다.

기자상을 출품하는 기자들이 기자협회에 제출하는 공적 설명서에 기사 취재 경위와 과정을 보다 친절하고 투명하게 설명하는 노력은 정당한 평가를 위해서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들도 나왔다.

같은 부문의 ‘희생양은 사회복지기금’ 연속보도(KBS원주 송승룡 등)는 적절한 문제 제기란 점에서 ‘이마트서 가짜 삼겹살 판매’(KBS전주 이지현 등)도 대기업의 의도적 비행에 대한 고발이란 점에서 평가를 받았지만 모두 수상에는 이르지 못했다.

지역기획(신문통신)부문의 ‘대구 도심재창조 시리즈’(매일신문 김재경 등)는 논란 속에 있는 재개발사업이 가야 할 길을 시민들의 참여 유도를 통한  시민저널리즘의 노력 속에서 짜임새 있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공감을 얻었다.

취재보도부문의 ‘모든 연체이자율, 약정이자 1.3배로 제한’(서울경제 우승호)은 법률 조항을 기자가 꼼꼼하게 분석하고 문제점을 제기해 개정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았다. 기사를 쉽게 풀어쓰면서 일반 독자들에게 다가가야 했다는 아쉬움은 남았다.

취재보도부문에선 올 들어 우리 사회를 뒤흔들어왔던 ‘박연차 로비’와 관련된 CBS, KBS, 문화일보 등의 출품작이 있었다. 사건의 흐름을 앞서 전했고 사회적 반향도 있었다는 점은 인정됐다. 그렇지만 큰 흐름에서 의혹을 진일보하게 밝혀내고 진행 방향을 주도적으로 보여주기에는 미흡했다는 평이 많았다. 그렇지만 출품된 세 건의 기사 모두 돈과 권력의 수수관계의 진실을 규명하려는 기자들의 치열한 노력과 땀방울이 엿보였다. 또 칼자루를 움켜쥐고 정보를 쥐락펴락하는 검찰과의 신경전 등 현장 기자들이 벌이고 있을 또 하나의 힘겨운 전선에서의 분투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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