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 16개 광역자치단체장 업무추진비
제226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부문 / 한겨레 권오성 기자
한겨레 권오성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9.09.02 14:51:07
| |
 |
|
| |
| |
▲ 권오성 기자 |
|
| |
‘해부, 16개 광역자치단체장 업무추진비’ 기사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해명자료를 보내왔다. 대부분 해명자료가 그렇듯 이 해명자료 역시 ‘사정을 알고 보면 우리가 그렇게 잘못된 건 아니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중에도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년 하반기는 당시 도정 최대 현안사업들의 국가예산 확보가 집중되던 시기. 우리 자치단체에서는 지휘부는 물론 실무부서 공무원들까지 국회, 중앙부처, 전문가 등을 전 방위적으로 방문하여 입장을 설명하고 협조를 당부해 왔음.’
‘결과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그 과정에서 도청 지휘부와 실무 공무원들에게 업무 부담과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 특히 많은 공무원들이 사비를 털어 업무를 추진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했다는 내용도 덧붙여져 있었다. 해명자료는 업무추진비가 국회, 중앙부처 관계자들에게 지급된 것처럼 잘못 기재되었을 뿐 사실은 이토록 고생한 공무원에게 격려금 조로 지급됐다는 내용으로 끝을 맺고 있었다.
그 해명자료는 어느 정도 사실을 담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지방에서 서울로 파견된 공무원들은 ‘생고생’을 했을 것이다. ‘우리 고장’을 포함한 시·도의 발전을 위해 발에 땀나게 뛰던 날들도 있었을 것이다.
한 대학교수(행정학)는 “업무추진비는 투명성과 함께 생산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봐야죠. 도지사가 사리사욕을 위해서 업무추진비로 부인 자동차를 산다든가 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도정 사업을 위해 중앙부처 공무원과 만나 협조 요청을 하고 밥 먹는 건 지자체를 위해 쓸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자체의 사업을 위해 지방 공무원들이 ‘자기 돈’ 써가며 서울에 와 과중한 업무를 뛰고, 업무추진비를 편법적으로 끌어다 메우게 만드는 한국의 상황이 있다는 점이다. 그 중 일부는 국회나 중앙부처 관계자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갔으리라는 의심도 가시지 않는다.
이쯤 되니 ‘부적절한 업무추진비’는 그 자체도 문제지만, 보다 중요한 어떤 문제의 ‘현상’이 아닐까 싶다. 지자체의 업무추진비는 지금 지방자치제의 수준이라는 윗물에서 흘러 내려와 고인 아랫물의 현실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또 ‘결국 우리 고장 위한 좋은 일’이라는 명분으로 현장 공무원들에게 위법·편법적인 쓰임을 반복해서 체험하게 하는 제도 역시 문제다. 정말 필요한 예산이라면 업무추진비가 아니라 사업 예산에 편성해 두는 게 옳다.
아무튼 부족한 기획에 큰 상을 주심에 감사드린다. “지원해 보라”며 독려해 주신 편집국의 선배들께 감사드린다. 그 분들이 없었으면 못 받았을 상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앞서 기획을 진행하다가 자리를 옮기면서 믿고 맡겨준 송경화 기자, 함께 고생한 김민경 기자, 그리고 더 고생하신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 분들께 영광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