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쌈 '황금알 민자사업'
제224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방송부문 / KBS 정수영 기자
KBS 정수영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9.07.01 14: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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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정수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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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레 뚫린 고속도로와 다리, 터널을 지날 때 이 도로 주인은 누구일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도로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나랏돈이 아닌 민간 자본으로 닦은 길이라는 사실은 쉽게 눈치 채기 어렵다.
요금소에 이르러 2천원, 3천원씩 하는 통행료를 지갑에서 꺼낼 때가 되더라도 ‘생각보다 비싸군’ 하고 이내 잊기 마련이다. 누군가 내가 낸 통행료로 돈을 벌고 있고 그것도 수백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벌고 있으며 그렇게 벌어들인 수입에 대해서는 세금도 물릴 수 없도록 은밀한 기법을 동원하고 있다고는 더더욱 상상하기 힘들다.
이번 KBS 탐사보도팀 보도가 제기한 핵심 문제는 바로 이 점이었다. 민자사업에 투자한 기업들이 국민들이 낸 통행료로 돈을 벌 수는 있지만 벌어들인 수입이 분명한데도 갖가지 교묘한 수단으로 세금을 피하는 일이 용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민자사업 투자자들이 벌어들인 천문학적 수입 가운데 상당 부분은 국가나 지방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지불한 재정지원금이다. 세금으로 돈을 벌면서 정작 자신들이 내야 할 세금은 피하는 민자사업 투자자들의 행태를 지켜보며 분노를 억누르기 어려웠다.
수백 억원대 국민 세금이 왔다 갔다 하는 민자사업의 타당성을 가늠할 교통량 예측이 어떤 과정을 거쳐 엉터리로 산출됐는지를 추적하고 막대한 지방 재정을 축낸 사업을 추진한 핵심 공무원들이 인사 영전에 훈장마저 추서받고 있는 상황에 이르러서는 취재기자에 앞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허탈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취재는 그리 쉽지 않았다. 한 점 오류도 용납될 수 없었기에 몇 달 동안 주말을 반납한 채 수천 장에 이르는 회계 감사보고서와 공시 자료, 계약 서류, 각종 법조문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취재 내용을 묻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만난 전직 국세청 출신 세무사는 굳은 표정으로 ‘우리 국세청을 너무 우습게 본 것 같다’고 말했다. 한 회계사는 적잖이 분개한 목소리로 ‘우리의 세금이 이중으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성토했다.
방송이 나간 뒤 한 국세청 고위 간부는 ‘전문적인 내용을 완벽하게 취재한 데 감탄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정작 세금 회피 문제를 조사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애써 언급을 피했다.
민자사업 문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기획재정부 역시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민자사업에 얽힌 문제를 건드렸다가는 자칫 ‘토건 프렌들리’한 현 정권 기조를 거스를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을까. 정부 책임자들이 굳게 침묵하는 데 대해 의아함과 아쉬움을 떨칠 수 없었다.
이번 아이템 취재, 제작을 처음부터 기획하고 총괄한 김태형 선배, 멀리 호주를 오가며 충실한 내용을 만들어낸 동기 정정훈씨, 그리고 최고의 영상과 녹취를 내놓는 데 노고를 아끼지 않았던 신기호·안정환·강승혁 촬영기자 선배들이 쏟은 노고가 이번 방송으로 이어졌다.
유무형으로 부딪힌 갖가지 어려움을 조용히 해결해 준 권순범 팀장과 윤석구 데스크에게도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