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밖에서 보는 한국 언론
나라 밖에서 보는 요즘 우리 언론의 현실은 씁쓸하기 짝이 없다. 경제난에 따른 수지악화로 인원감축이 이뤄지면서 각 사의 50대 이상 베테랑 기자의 수가 손꼽을 정도가 됐다는 보도를 보았다. 다양한 취재경험과 균형감각이 사실보도와 논설의 기본이 돼야 하는 언론에서 걱정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경영난은 신문의 미래에 대한 어두운 전망과 겹쳐지면서 기자들에게 과거에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선택을 하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기관이나 기업 등의 홍보요원 모집에 내노라 하는 중견 기자들이 대거 지원하는 현상은 서글프다.하지만 나는
‘킬러 콘텐츠’… 결국 그 중심은 인간
방학을 맞아 제일 바쁜 일이 그간의 빚 청산이다. 학기 중이라는 핑계로 미뤄왔던 외부 특강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의 외부 강의 요청은 주로 매체 환경의 변화에 대한 것이 주를 이룬다. 급변하는 매체환경이 자신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으며, 또 어떤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지에 관한 언론사, 인터넷 기업, 시민단체, 그리고 정부기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 주체들이 관심은 필사적이라 할 만큼 뜨겁다. 하나의 정보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다양한 형태로 전달할 수 있어야 미래에 생존할 수 있다는 코프(COPE:Create Once, P
최문순 사장님 큰 ‘순이’가 되십시오.
세 ‘순이’가 MBC 문화방송에서 맹활약이라 한다. 세 ‘순이’는 금순, 삼순, 문순을 가리킨단다. 문화방송의 경영진에서 나온 말이다. 최문순 사장이 맹활약이라는 소식은 다른 두 ‘순이’의 활약 소식보다 더 반갑게 들린다. 조기 위기라는 진단 후에 행해진 선출이었기에 그의 활약 소식은 한 공영방송의 소생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최사장이 다른 영역을 제쳐두고 유독 돈이 될만한 두 ‘순이’와 함께 엮여져 논의되고 있음에는 불안과 불만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젠가 한 칼럼을 통해 MBC는 약점성 강점을 지니
진보의 마지막 조언
김우중 ‘공과론’이 드세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대표적이다. “과거 젊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선처를 바란다”고 했다. 동병상련이라고 봐야 하나? 과거에 대한, 그것도 지독히 개인적인 편견으로 색칠된 기억을 갖고 현재에 대해 훈수하고, 미래에 관해 조언한다. 문제는 철저히 사적인 그의 생각이 이를 단순 되풀이하는 신문, 방송에 의해 공적 언술로 포장되는 과정이다. 최소한 2천만 명 이상 보통사람들의 공분보다 이 회장이라는 권력자의 한마디가 더 위력을 떨치는 서글픈 현실이 문제다.…
사악한 신문법? 우둔한 신문법
신문법에 대한 시비가 끊이질 않고 있다. 한 쪽에서는 신문법이 사악(邪惡)하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그 주장이 오히려 사악하다고 반격한다. 조선일보가 6월 9일 신문법 주요 조항들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제출하고, 그 내용을 3면에 걸쳐 소개했다. 동아일보도 위헌소송을 한 바 있다. WAN 서울 총회에서도 신문법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WAN 회장 개빈 오렐리가 개막 연설에서, 한국이 법으로 신문 점유율과 독자의 신문 선택권을 제한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 지적은 틀린 것이다. 신문법은 단지, 시장지배적 사업자
공공부문 해외 홍보 ‘유감’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서울대학교 황우석 박사가 전세계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최근 황 박사 팀이 발표한 배아 줄기세포의 연구 결과는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한 것으로서 질병 치료에 있어 획기적인 성과이고 의학계에 큰 희망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가 전 세계에서 뉴스거리가 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자신의 연구 결과를 보다 많은 언론에 알리려는 황 박사의 부지런한 노력이 그것이다.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영국을 방문한 중에도 새벽 6시부터 밤늦게까지 뉴욕타임즈, 타임, 뉴스위크 등 세계 각지에서 걸려오는 기자들의…
불륜 끊기
‘삼성 공화국’의 싹쓸이가 점입가경이다. 자본력과 사회적 신임을 양 날개로 한 사회 인재 쌍끌이가 한창이다. 방송사의 간판 기자, 신문사의 민완기자, 검찰의 주요 포스트 보직검사, 법원의 판사 모두가 삼성이라는 블랙홀의 먹이가 되고 있다. 먹이가 되는 것은 그들만이 아니다. 곶감 빼먹듯 빼내지는 인사들과 함께 그물망 같은 정보망과 고급 정보도 휩쓸려 들어가고 있다. 인재난, 정보력에 허덕이며 아마추어리즘으로 욕바가지를 먹는 참여정부와 비교해보면 삼성이야말로 제대로 된 엔진을 단 ‘공화국’이라는 명칭이 가히 허세는 아닌 듯 하다. 삼
이인용 전무께
안녕하십니까? 회사 일로 아주 바쁘시죠? 늦게나마 스카우트되심을 축하드립니다. 솔직하게는 섭섭하고 서글픈 마음이 더 큽니다. 언론과 문화를 공부하는 학자로서, 공영방송사 최고의 앵커가 최대 재벌의 임원으로 자리 옮긴 것을 어떻게 학생들에게 전해야 할지 우선 갑갑했습니다. 궁금한 게 많습니다.그래서 늦게나마 편지를 씁니다. 물론 전무께서는 저를 잘 모를 겁니다. 저도 뭐 전무님에 관해 제대로 아는 게 없습니다. 텔레비전에 앵커로 나올 때 자주 봤고, 선한 외양과 차분한 말투의 기억이 많은 정도입니다. 이 편지를 쓸려고 이 전무께서 남
기자, 가수, 개그맨 - 기자의 전문직주의
중.북부 유럽이나 북미 국가들에 비해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 남부 유럽 국가에는 언론인의 전문직주의(professionalism)가 덜 발달되어 있다. 약간 차이가 있긴 하지만 프랑스도 그런 나라의 하나다. 서 유럽과 북미 18개 국가의 미디어 시스템을 비교 분석한 홀린과 만치니*에 따르면 이런 나라에서는 방송 등 다른 미디어에 비해 신문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정치권력이 언론을 도구화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나라들은 대체로 사회적 합리성과 투명성 수준도 낮다.전문직주의가 덜 발달되었다고 해서, 언론인의 교육수준이 낮
고1 딸을 둔 학부모의 소회
한국의 교육 현실에 대한 기사는 외국이 주목하는 주요 기사 중 하나이다. 기러기 아빠들의 애환 혹은 핸드폰을 이용한 수능 부정의 얘기 등은 외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한국만의 기사인 만큼 관심이 크다. 모두 한국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교육 현실에 연유한다. 치열한 경쟁이 수반되는 대학 입학 제도와 여기에 따르는 수험생들의 중압감, 혹은 학부형들의 희생 등 기사가 갖춰야 할 흥미성, 독특성 등 여러 가지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최근에 논란이 되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교실 내에서의 무한 경쟁도 마찬가지다. 바뀐 입시 제도로 인해 고등
방송위원회의 도덕적 리더십(?)
대중매체 논의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개별 매체에 대한 단편 논의에서 매체 정경(mediascape)에 대한 종합 논의로 변하고 있다. 인터넷 포탈 서비스 논란이 그 대표적인 예다. 포탈 서비스가 신문이나 통신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한 담론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포탈 서비스가 여타 매체를 무력화시키고 사회 여론을 독점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고, 그에 맞추어 규제 혹은 제어할 사회적 수단을 갖추자는 담론들이 제시되었다. 최근의 방송, 통신 융합과 관련된 논의들도 마찬가지다. 무엇이 통신이고, 방송영역인지를 따지며 힘을 허
KBS와 정연주
요즘 방송계는 KBS와 정연주 사장을 빼놓고 이야기가 안된다. 일본 산케이 신문과 턱 하니 인터뷰를 해놓은 조영남이 자기변명을 하기도 바쁠 텐데 KBS로 불똥이 튈까봐 노심초사할 정도다. 문광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이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집단 퇴장한 사건이 터진 직후라 모두가 여간 예민하지 않다. 뭔가 대폭발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초 긴장상태다. 수상쩍은 분위기가 팽배하고, 온갖 쑥덕공론이 무성하다. 사실 말하기 얼마나 재미있는가? 노선을 달리하고 이해관계가 다른 노조가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감사라는 자는 사장의 정치 편향성 때
국제화시대 언론의 역할
얼마 전 일본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 거의 신적인 존재가 되어 버린 욘사마 배용준에 관한 기사를 취재 보도한 적이 있다. 비행기를 전세 내고 한국을 찾은 일본 여성들이 남이섬, 춘천 등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를 찾아 가서 욘사마에 대한 자신들의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을 다룬 기사였다. 욘사마가 앉았던 벤치에 앉아서 사진 찍는 팬들, 혹은 욘사마가 찾았던 식당을 찾아 식사하는 팬들, 그들의 거의 광적인 욘사마 사랑을 취재하며 한일 관계에도 바야흐로 진정한 선린 우호의 장이 열린다고 성급한 결론을 내렸었다. 일본에서 욘사마나 보아의 인기
저널리스트들의 정상적 이직(移職)을 위하여
언론현장에선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초라해졌다며 논의 자체를 거부할지도 모르겠다. 최근 기자들의 언론현장으로부터의 엑소더스를 목도하고는 짧게 고민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논의를 제대로 펼쳐야겠다는 맘을 먹었던 적이 있었다. 행정부 혹은 산하기관의 홍보, 공보와 관련된 자리의 공채에 10년, 15년차의 현직 기자들이 대거 지원하고 있다. 유능한 지원자가 너무 많아 선발과 제외 과정에서 애를 먹고 심지어는 선정을 미루는 예도 많다고 한다. 기자들이 엑소더스하는 대상은 공공기관에 한정되지 않는다. 대기업으로의
라이스를 읽다
채 하루가 못 되는 짧은 일정으로 라이스가 한국을 찾았다. 말 그대로 번갯불에 콩 볶듯 바쁜 걸음이다. 중국 가는 길에 잠깐 들렀을 수 있겠으나, 여기 저기 기사를 살펴보면 그래도 꽤 다급한 용건이 있었음을 눈치 챌 수 있다. 독도와 교과서 문제 등으로 한참 속상해 있는 우리 면전에 대고 미국은 일본의 안보리 진출을 지지한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것 만해도 그렇다. 눈썰미가 없어도 한참 없다. 오만한 제국 출신이라 자신이 방문할 집 형편이 제대로 눈에 띄지 않는 걸까? 쓸데없는 분란 일으키지 말고 미국이 이끄는 ‘미래지향적 삼각체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