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과 IMF경제위기의 단상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북한 미사일 발사로 동북아 지역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언론들은 연일 정부의 대응방식에 비판의 초점을 가하고 있다. 특히, 대다수 언론은 정부의 대북 정보력에 많은 의구심을 던지고 있다. 언론의 이 같은 비판은 정부에 대한 감시자로서 타당하고 정당한 문제제기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와 관련한 국내 언론보도를 접하면서, 문득 1997년과 98년의 IMF통화사태와 연이은 경제위기가 생각나는 것은 왜 일까? 당시 국내 언론은 통화정책의 실패와 국제 경제정보에 대한 취약성 등을 들면서 호되게 정부를 비판했다. 기업들에게는 글로벌한 스탠더드를 강조하며 경영의 투명성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강조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 많은 민간 기업들이 경영혁신의 성과를 거두고 위기를 극복한 반면 비판자로서 목청을 돋우었던 언론사들의 상황은 전반적으로 악화되었다. 이는 실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급격한 독자이탈과 그에 따른 신문산업위축이 일어났다. 신문사의 경영 투명성과 보도의 공정성 시비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효율적인 조직운영을 위한 성공적 구조조정 사례는 발견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비판’과 ‘수행’은 다른 차원의 것인가 보다.



정부의 정보수집과 정보평가 능력을 비판하는 한국언론의 내면을 보면 실망스런 속살이 보인다. 이번 사태는 한국언론이 국제적인 정보수집능력과 취재망이 많이 뒤쳐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북한 미사일 사태가 발생한 이후 거의 모든 국내언론은 CNN이나 NHK, 그리고 아사히신문 등을 번역해서 옮기기에 급급했다. 적어도 사건발생 이틀 동안 우리 언론보도는 외신을 누가 빨리 전달하는가를 다투는 ‘번역기 경쟁’에 가까웠다.



사건발생 초기에 사실확인과 신속한 전달이 중요하다는 점과 국내에는 다룰만한 정보가 부족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우리 언론의 외신 요약은 해외 취재 네트워크의 허약함을 노출시킨 것이다. 직접 자료를 수집하고 인터뷰한 1차정보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의 기사들은 이미 외신에서 보도된 2차정보를 가공하고 있다. 특파원 보도도 예외는 아니다.



북한 미사일 발사는 언론의 입장에서 준비 가능한 사건이었지만, 해외 전문가나 공직자에게 전화 인터뷰를 시도한 기사도 만나기 어렵다. 이 문제와 관련한 취재망이 구축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이용 가능한 네트워크를 활용하지 못하는 것도 보인다. ‘입항이 금지된 만경봉호’를 다룬 일본언론 보도는 전달하면서 정작 조총련계 동포들에 대한 직간접 인터뷰 기사는 없다. 이것은 국제문제에 대한 우리언론의 전문성 부족과 통신사와 외신에만 의존하는 ‘내근관행’과 관련이 있다. 해외 취재원의 부재는 국제문제를 외국언론의 시각에서 바라보게 만들기에 바람직하지 않다.



어쩌면 국제보도의 품질을 언급하는 것이 우리 언론시장 규모를 감안했을 때 지나친 기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독자들이 글로벌 정보환경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언론의 품질경쟁은 우리 국경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신문이나 텔레비전뉴스와 비교했을 때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라디오저널리즘에서 보여준 다양한 취재원 활용방식은 이것이 비용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을 말해준다. ‘비판’과 ‘수행’은 다른 차원의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좋은 수행능력은 좋은 비판의 전제조건이 되는 것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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