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 세월호-죽은 자의 기록 산 자의 증언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수많은 학생들이, 사람들이, 통째로 바다 속에 가라앉는 상황에서 너무 무기력한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이 참사를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4월 16일 세월호-죽은 자의 기록 산 자의 증언’은 그 질문에서부터 시작했다. 2014년 4월 16일 그날, 그 시각, 세월호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시간은 최대한 잘게 쪼개고, 공간은 최대한 좁게, 하나 하나 꼼꼼히. 우리는 기록하는 자들이 아닌가.최
생포된 임 병장…절규하는 아버지
수상 소식을 들었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내게는 큰 기회였지만 누군가에겐 큰 절망과 슬픔이었다. 지난 6월23일 고성 총기난사사건에서 목격한 임 병장과 절규하는 그의 아버지 모습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생포된 임 병장…절규하는 아버지’는 혼자 이뤄낸 결과가 아니다. 현장과 취재 데스크에서 취재 방향을 잡아 준 사진부 선배들과 고성에서 같이 땀 흘리며 사건을 끈질기게 추적한 타사 선배들과 함께 이뤄낸 성과라고 생각한다. 본격적으로 군 통제가 시작되기 전인 새벽에 현장진입에 성공한 덕분에
40년 만에 드러난 연료단지 진폐증
1986년 서울 상봉동 연탄공장 인근에서 발생한 진폐증 사건. 16살에 서울에 올라와 갖은 고생 끝에 연탄공장 옆에 작은 보금자리를 마련한 박길래씨가 공장에서 날아온 석탄 가루에 노출돼 진폐증 판정을 받은 사건이다. 박 씨의 안타까운 사연에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검은 민들레’라고 불렀다.박 씨의 폐를 까맣게 만든 서울 상봉동 연탄공장은 초고층 주상 복합 건물로 바뀌었지만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대구 안심연료단지 연탄공장은 아직도 시커먼 연탄을 찍어내고 있다. 연료단지가 들어선 1971년부터 현재까지 40년 넘
시사기획 창-해외부동산 추적보고서
국내 재벌과 주식 부호 일가에 대한 해외부동산 추적은 지난해 보도했던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조세회피처 페이퍼컴퍼니 보도가 계기였습니다. 국내에서는 ‘뉴스타파’가 ICIJ와 단독 제휴를 통해서 국내 유명 인사들의 페이퍼컴퍼니 설립 실태를 추적, 보도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이들이 조세피난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로 도대체 무슨 일을 했는지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러한 아쉬움을 계기로 저희 취재팀은 해외 부동산에 주목했습니다. 부동산만이 사실상 제3자가 자
국어死전, 맥끊긴 민족지혜의 심장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하겠다. 우리 집에는 국어사전이 없다. 내 기억 속에는 분명히 검은색 표지에 금색으로 ‘새국어사전’이라고 써 있는 중사전이 있었는데 책장을 아무리 뒤져봐도 찾을 수 없었다. 국어사전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영어사전만 2권 나란히 놓여있었다. 국어사전의 위기를 취재한다면서 정작 우리 집에 국어사전이 없다니 양심에 걸렸다. 취재를 할수록 부끄러움은 안타까움으로 바뀌었다. 우리 국어사전은 대부분 뜻풀이가 비슷하고 내용은 10년 전과 비교해 추가된 것이 거의 없었다. 국가에서 큰돈을 들여 만든 국어
신용등급 조작, 신용 잃은 신용평가사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두 달간 국내 신용평가 3사에 대한 특별검사를 벌였다. 이 검사는 당초 신평사들이 그 해 9~10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양그룹 5개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제대로 매겨왔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기획된 것이었다.하지만 검사가 시작되자 금감원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검사 대상을 3개 신평사들이 최근 3년간 실시한 신용평가 전반으로 확대했다. 회사채 시장에서는 금감원이 검사 과정에서 신평사들의 ‘신용등급 장사’ 등 위법·부당행위를 다수 적발하자 검사를 대대적으로 확대한 것이 아니냐
양극화, 문제는 분배다
“분배 시리즈를 해보자” ㅇ선배가 분배 시리즈를 처음 꺼냈던 건 올 봄이었던 것 같다. 방대한 자료 분석을 바탕으로 불평등 문제를 다룬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이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했던 즈음이다. 소득 불평등 해소를 위해 분배를 늘려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가볍지 않은 주제였다. 이를 식상하지 않으면서도 가독성 있고, 무겁지 않으면서도 분석적으로 풀어가는 것이 숙제였다. 피케티식 분석에서 힌트를 얻어 우리 사회가 양극화됐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연속 보도
세월호 보도의 물꼬는 당시 진심을 다해 설득했던 실종자 가족 아버지의 인터뷰에서부터였다. 사고 다음날, jtbc는 단원고 실종 여학생의 아버지 김중열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 여기서 방송과는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들은 그걸 아셔야 한다. 방송에서 보이는 화면이 이곳 상황의 전부가 아니다”는 내용을 전했다. 정부가 수 백 명의 잠수부를 동원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되던 그때, “침몰한 배 주변에 배가 한 척도 없었다. 조명탄만 터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를 토하는 듯한
해양수산부의 해운단체 유착비리
선박 평형수 처리설비 미국 인증기관 신청을 둘러싼 해수부와 한국 선급간의 부적절한 커넥션. 지난 2월 처음 이 문제를 접했을 때는 기사로 내보낼 자신이 없었다. 무슨 수로 이 길고 불친절한 단어를 독자들 앞에 펼쳐 놓나. 취재원들에게 지난 몇 년 간 해수부와 한국선급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전해 들을수록 지면에 옮기고 싶은 마음만큼 난해함도 커졌다. 그 때, 세월호가 가라앉았다. 그리고 바다 속으로 함께 가라앉은 ‘진실’은 충격과 혼란에 잠긴 국민 대다수를 강제학습으로 내몰았다. 대다수 사람들이 평형수가 뭔지,…
박근혜 정부 2기 내각 고위 공직후보자 인사검증
문창극 총리후보자가 지명된 날 인사검증TF팀도 첫 회의를 했다. 고위 공직 경력이 없는 후보자여서 관보를 통해 재산내역을 확인할 수 없었다. 재산내역이 없으니 납세 부분도 길이 막혔다. 인사검증 보도는 속도전이다. 탕, 하고 출발은 했는데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었다. 제대로 뛸 자신이 없었던 나는 다른 취재로 잠시나마 자리를 비울 수 있다는 걸 위안 삼았다.아직도 의문이다. 다른 취재를 가는 차 안에서 왜 ‘문창극’이란 이름을 다시 검색했는지, 교회 장로임을 알게 됐는데 왜 교회 홈페이지까지 들어가서 설교자명으로
KBS ‘고위 공직후보자 인사검증’ 심사위원 호평 잇달아
4~6월 세월호 참사 관련 출품작 포함 67건 치열한 경합 기성세대의 탐욕과 무능으로 많은 생명을 잃은 4·16 세월호 참사를 전후해 우리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과 불신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온 국민을 황망케했던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언론은 편파·왜곡보도와 함께 오보를 양산하고 유족을 모욕하는 보도로 ‘기레기’라는 오명을 들어야했다. 언론자유와 공정보도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선배 언론인이나 최선을 다해 보도한 현장 언론인의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장21 ‘각본대로 선발전’
승부의 세계는 냉정합니다. 승자는 태극마크를 달고 국민적 영웅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영광을 누릴 수도 있지만 패자는 다시 처음부터 고된 훈련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서 선수들의 땀과 노력의 결과를 놓고 심판의 판정은 매우 공정해야 합니다.그러나 태권도계의 승부는 여전히 공정하지 않았습니다. 권력의 비호를 받는 선수에겐 결승전에서 경기를 치르지도 않고 기권승을 따내는 특혜가 주어졌습니다. 권력에 덜 가까이 있는 선수들은 실력으로 결승에 진출해도 금메달은 목에 걸 수 없었습니다. 도덕불감증은 여전히 태권도계를 휘감고 있었습니다. (지
안대희, 총리 물망 시점에 세월호 3억원 기부
“도대체 왜?”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검증작업은 ‘의심’과 ‘확인’의 연속이었다. 짧은 기간 벌어들인 높은 수익에 대해 그가 해명할 때마다 확인 작업을 진행했고 적절하지 않음을 증명해 갔다. 안 후보자의 ‘세월호 3억원 기부’ 및 ‘10개월 27억원 소득’ 등의 단독 보도는 그렇게 나왔다.안 후보자는 ‘5개월 17억원 소득’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자, 수익의 30%에 가까운 4억7000만원을…
전쟁지휘부 합참설계도 외부유출
기사가 나가고 난 뒤 국회쪽에서 합참설계도 유출은 ‘국방부가 갑질을 한 사건’이라는 자료가 나왔다. 북한의 잠재적 위협인 전자폭탄을 대비하는 EMP방호시설 설계도를 만들어 국방부에 제출한 업체는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공사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었다. 국가기밀이라던 EMP방호시설은 결국 EMP시공 경험이 전무한 업체가 이 업체의 설계도를 활용해 공사를 했고, 국방부는 이 같은 사실을 눈 감았다.업체 측은 국방부에 설계비를 달라고 요구했지만 국방부는 이 업체와 정식 계약을 맺고 있지 않아서 줄 수 없다며 버티
YTN ‘합참 설계도 외부 유출’ 국방부 안이한 사업자 관리 경종 호평
기자상 심사위원회, 세월호 관련 보도 284~286회 종합 평가하기로근래 보기 드문 과작이었다. 제285회 이달의 기자상 출품작은 32개로 평소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기자상 심사는 2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1차적으로 심사위원들이 각자 평점을 매긴 뒤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작품들을 토론대상으로 삼아 최종 선정한다. 5월에 보도된 작품들을 대상으로 하는 285회 심사가 유독 어려웠던 이유의 하나는 한국사회가 그렇듯이, 한국 언론 역시 아직 4·16 세월호 참사의 여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전체 출품작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