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말해줄 수 있는, ‘목격자’가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은 국토교통부에 출석해 국민 앞에 사과를 했지만, 누구에게 왜 사과하는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부당한 회항 지시와 승무원에 대한 폭행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박창진 사무장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수차례 연락을 시도한 끝에 박 사무장을 만나게 됐습니다. 박 사무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이 보고 겪은 사실을 담담히 얘기했습니다. 폭언과 폭행, 회항 지시 등은 없었다는 조 전 부사장의 해명은 거짓이었습니다. 대한항공 측에서 거짓 진술을 강요하고 증거를 은폐하려 했다는 사실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박 사무장에게 신뢰를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보도 이후 모른 척 하지 않겠다는 믿음을 말입니다. 박 사무장은 고맙게도 용기로 화답해주었습니다. 뉴스를 불과 한 시간 남짓 앞둔 상황에서 극적으로 인터뷰가 성사됐습니다. 당시 기내에서 조 전 부사장이 폭언과 폭행을 했는지, 또 대한항공 측의 사건 은폐 시도가 있었는지 등을 중심으로 박 사무장의 증언을 담았습니다.
박 사무장은 인생을 걸며 진실을 폭로했지만 당시 국토교통부의 조사는 여전히 대한항공에 대한 봐주기로 일관했습니다. 재벌 2,3세들의 이른바 ‘갑질’도 문제였지만, 그 횡포를 감싸는 정부 당국의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이런 일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 사무장은 이번에도 용기를 내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두 번째 인터뷰가 방송에 나간 다음날, 국토부는 담당 조사관들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