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

제292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부문 / 한겨레신문 하어영 기자

“나쁜 사람이라더라.”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대통령이 수첩을 보면서 한 말이다. 제보였다. 그 ‘나쁜 사람들’은 해당 부처의 국장과 과장이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이 부처 국장과 과장의 인사를 직접 챙겼다는 것이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오래지 않아 두 담당자가 2013년 5월 청와대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례적인 승마협회 조사의 담당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국장과 과장은 누군가의 말을 듣고 보고하라는 애초 지시와 달리 ‘중립적’인 입장에서 보고서를 작성해 나쁜 사람의 신세가 됐고, 요직에서 한직으로 밀려난 사실도 확인됐다. 무엇보다 승마협회는 비선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씨 딸의 국가대표 선발과 관련돼 논란이 된 바 있는 곳이었다. 따라서 비선실세 국정개입의 실체를 드러낼 수 있는 기회라는 판단 아래 해당 부처 기자 등이 공조해 즉각적인 취재에 들어갔다.


다른 방법은 없었다. 맨땅으로 돌진했다. 한 달여의 취재 끝에 제보가 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 과정 중 세계일보의 청와대 문건보도가 있었다. 취재해 오던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한겨레의 보도가 나온 것은 12월3일이었다. 12월4일, 5일. 연이은 보도로 비선실세 국정농단의 생생한 속살을 드러냈다. 정치권을 비롯한 독자들의 큰 반향을 불러왔다. 검찰도 수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한 달이 흘렀다. 문체부 장관 관련 수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도 비선실세 의혹은 여전히 살아있는 주제다.


석진환, 김원철, 김외현 기자가 취재를 함께한 주인공들이다. 또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선·후배 등 많은 동료들의 협업이 보도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영광은 모두 그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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