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밀 원전 설계도 털렸다

제292회 이달의 기자상 경제보도부문 / 전자신문 김인순 기자

‘무엇이 국가를 위한 길인가?’
처음 해커로부터 원전 기밀자료 유출 사실에 관련된 이메일을 받고 가장 먼저 나에게 질문했다. 해커가 대 놓고 기사를 쓰라고 자료를 던졌기 때문이다. 해커가 보낸 메일에 담긴 링크에서 원전 도면을 확인하고도 섣불리 기사 쓸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해커가 원한 대로 사회혼란이 가중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그래도 과연 해당 도면이 진짜인지는 파악해야 했다. 당사자인 한국수력원자력에 관련 메일을 보내고 수사기관에 신고를 종용했다. 메일을 받고 3시간이 흘렀지만 기사화 여부 결정은 쉽지 않았다. 한수원은 자료의 진위여부 파악은 해주지 않고 끊임없이 전화를 걸어 기사화를 막는 데 열을 올렸다. 유출된 자료를 꼼꼼히 보고 공격자의 행적을 추적하면서 그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기사를 안 쓸 수 없었다. 내가 침묵해도 그들은 다른 통로로 알리기를 시도할 것이 자명했다. 국가 주요기반 시설에 보안구멍이 뚫렸으니 눈 감고 모른 척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사실만 간결하게 전달하고 정보보호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원전은 국민 생활과 직결된 시설이다. 사이버테러가 물리적 테러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민감한 주제였다.


기사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지만 여전히 뒷맛은 개운치 않다. 아직 공격자가 누구인지 밝혀내지 못했다. 해커 움직임이 잠잠해졌을 뿐이지 그들이 활동하면 또 다시 사회혼란을 불러올 것이 뻔하다. 마치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기분이다. 기자이기에 앞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원전 해킹사고와 같은 특종은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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