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제대로 쓰이나

제292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 한국일보 박관규 기자

“내가 낸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독자의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그러고 보니 기부금 대다수가 몰리는 겨울철인데도 언론사조차 기부를 촉진하는 기사만 낼 뿐, 제대로 된 기부단체가 어디인지에 대한 기사는 담고 있지 않았다. 이런 찜찜함이 남지 않도록 한다면 기부가 늘 텐데도, 누구도 검증에 적극적이지 못했다. 사전 취재에 나서보니 이유를 바로 알게 됐다. 기부단체에 대한 검증은 우리 사회에선 이미 금기시 돼 있던 거였다. 이들 단체가 투명성과 먼 존재로 국민에게 자리 잡게 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철저히 기부자의 입장에서 들여다보기로 했다. 어떤 단체에 기부하면 될지, 또 어떤 부분을 유념해 어떻게 기부해야 할지 가이드를 제공해 볼 요량이었다. 시작부터 막혔다. 비영리단체의 역사가 짧은 탓에 선진국처럼 기부단체를 검증할 공신력 있는 기관도, 검증 기준도 사실상 마련돼 있지 않았다. 공시된 정보조차 제멋대로였다. 국내 최초로 검증한다는 사명감 아래 최대한 엄격하면서도, 논란이 없도록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살펴봤다.


결과적으로 운영비만도 상당할 걸로 짐작되지만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이를 알 수 없는 단체가 나왔고, 사업 성격상 인건비가 사업비의 대다수를 차지해 안타깝게 순위가 밀린 단체도 있었다. 규모가 작아 검증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단체가 생긴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보도 후 격려와 함께 많은 제보가 쏟아졌다. 고맙게도 “기부자 입장에서 살펴보고 개선하겠다”는 기부단체가 생겨난 것처럼 이제라도 모두가 노력하면 된다. 기부단체 검증이 기부 활성화에 앞장서기 위한 언론의 역할이기에 올해도 이 무모한 짓을 또 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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