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상]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
“나쁜 사람이라더라.”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대통령이 수첩을 보면서 한 말이다. 제보였다. 그 ‘나쁜 사람들’은 해당 부처의 국장과 과장이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이 부처 국장과 과장의 인사를 직접 챙겼다는 것이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오래지 않아 두 담당자가 2013년 5월 청와대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례적인 승마협회 조사의 담당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국장과 과장은 누군가의 말을 듣고 보고하라는 애초 지시와 달리 ‘중립적’인 입장에서 보고서를 작성해 나쁜 사람의 신세가 됐고, 요직에서 한직으로 밀려난 사실도 확인됐
[기자상]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
그때만 해도 몰랐습니다. 이름도 어려운 어느 ‘땅콩’에 관한 서비스 때문에 사달이 나서 그 비행기에 탔던 어느 ‘높은’ 분이 분노했고, 급기야 거대한 비행기가 후진을 해서 승무원을 내려놓고 이륙했다는 황당한 사실을 처음 알게 됐을 때만 해도, 이렇게 큰 사건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사건 관련 소식은 ‘땅콩 한 봉지가 모든 걸 다 덮었다’는 비유처럼 모든 국내 뉴스보다 중요하게 다뤄져왔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큰 화제가 됐습니다. 지난달 30일 열렸던 사건 관련 2차 공판 내용은 CNN 기자의 현장 중계를 통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방
진실을 말해줄 수 있는, ‘목격자’가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은 국토교통부에 출석해 국민 앞에 사과를 했지만, 누구에게 왜 사과하는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부당한 회항 지시와 승무원에 대한 폭행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박창진 사무장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수차례 연락을 시도한 끝에 박 사무장을 만나게 됐습니다. 박 사무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이 보고 겪은 사실을 담담히 얘기했습니다. 폭언과 폭행, 회항 지시 등은 없었다는 조 전 부사장의 해명은 거짓이었습니다. 대한항공 측에서 거짓 진술을 강요
[기자상] 국가기밀 원전 설계도 털렸다
‘무엇이 국가를 위한 길인가?’ 처음 해커로부터 원전 기밀자료 유출 사실에 관련된 이메일을 받고 가장 먼저 나에게 질문했다. 해커가 대 놓고 기사를 쓰라고 자료를 던졌기 때문이다. 해커가 보낸 메일에 담긴 링크에서 원전 도면을 확인하고도 섣불리 기사 쓸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해커가 원한 대로 사회혼란이 가중될 것이 불 보듯 뻔했다.그래도 과연 해당 도면이 진짜인지는 파악해야 했다. 당사자인 한국수력원자력에 관련 메일을 보내고 수사기관에 신고를 종용했다. 메일을 받고 3시간이 흘렀지만 기사화 여부 결정은 쉽지 않았다. 한수원은 자료의
[기자상] 기부금 제대로 쓰이나
“내가 낸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독자의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그러고 보니 기부금 대다수가 몰리는 겨울철인데도 언론사조차 기부를 촉진하는 기사만 낼 뿐, 제대로 된 기부단체가 어디인지에 대한 기사는 담고 있지 않았다. 이런 찜찜함이 남지 않도록 한다면 기부가 늘 텐데도, 누구도 검증에 적극적이지 못했다. 사전 취재에 나서보니 이유를 바로 알게 됐다. 기부단체에 대한 검증은 우리 사회에선 이미 금기시 돼 있던 거였다. 이들 단체가 투명성과 먼 존재로 국민에게 자리 잡게 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기자상] 뇌물 누명 ‘대쪽 해경’의 억울한 파면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의 열정은 인정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천박한 에너지였을 뿐이다. 크고 작은 기자상들을 받았지만, 나는 더 교만해졌고 이내 모든 일에 심드렁해져 버렸다.2009년 미국 미주리대학에서 1년 동안 연수하면서 나른한 삶이 ‘전복’되는 경험을 했다. 미국 기자들의 비극과 이를 극복하는 열정을 목도하면서부터다. 금융위기 여파로 수많은 기자들이 거리로 내몰렸음에도 그들의 저널리즘에 대한 열정은 조금도 꺾이지 않았다.느낀 바가 많았고, 각오도 굳혔다. 손톱만큼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계속 일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대쪽 해
[기자상] 기적 그 후 40년, 위기의 숲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친 뒤 화전이 성행하면서 ‘붉은 산’으로 불릴 정도로 산림이 황폐화되었다. 그러다 1967년 산림청이 발족하고 1973년부터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이 2차례에 걸쳐 87년까지 이어지면서 산림이 점차 푸르게 변했고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불과 40년 만에 ‘붉은 산’에서 ‘푸른 산’으로 기적을 이룬 것이다.산림청은 푸르게 변한 산에 있는 나무를 목재로써 활용하겠다며 지난 2009년부터 벌채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나무마다 다르지만 평균 40~50년이 지나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며 이를 베어낸
[기자상] 250개의 책상이 주인을 잃었습니다. 슬픈 2014
지난해 11월 단원고 재학생들의 학부모들이 ‘2학년 교실 정리’ 문제를 제기했다. 면학분위기 조성과 단원고에 진학을 원하는 학생이 없어져 학교가 존폐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는 이유였다. 학교·유가족·재학생 학부모·경기도교육청은 2학년 교실의 정리 여부를 논의했고 2학년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는 교실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교실 정리에 대한 보도를 보면서 해가 가기 전에 아이들의 빈 책상과 교실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도 끝나지 않는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는 교실을 기록해 아이들이 부모들의 가슴속에 살아 있다는 것을 전
[기자상] 원전회의록-그림으로 읽는 32가지 원전이야기
2014년에는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을 둘러싼 중요뉴스가 많았다. 원전부품 비리와 안전 소홀문제, 노후화를 비롯한 문제들이 잇따라 제기됐다. 문제는 언제나 독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듯했다. 내용을 풀어서 설명하기 녹록지 않은데다 지면의 한계까지 겹쳐 있었다. 이래서는 시민사회에서 널리 토론이 이뤄지기 쉽지 않았다.이 ‘재미없는’ 원전뉴스를 ‘재미있는’ 뉴스로 만드는 것이 경향신문 디지털스토리텔링 ‘원전회의록’의 으뜸 과제였다. 쉬운 목표는 아니었지만 자신 있었다. 우리 팀은 앞서 국가기관의 2012년 대선개입 사건을 다룬
[미디어] 짓밟힌 입사 3년차 PD의 꿈
MBC가 지난달 30일 권성민 PD 해고를 확정했다. 권 PD가 자신의 블로그와 SNS에 올린 만화 ‘예능국 이야기’에서 경인지사 발령을 ‘유배’로 표현하는 등 회사를 비방했다는 이유다. 구성원들은 권 PD 해고가 MBC의 좌표를 보여준다며 “‘표현의 자유’에 대한 해고”라고 성토했다.지난달 28일 재심을 진행한 MBC는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권 PD 해고는)반복적 해사행위에 대한 기본과 원칙에 입각한 조치”라며 “공개된 공간에서 회사에 대한 해사행위로 징계를 받은 직원이 같은 행위를 반복할 때 회사가 취해야 할 조치는 명백하
[미디어] 2030세대 모바일 이용률 TV 앞질러
30대의 모바일 기기 이용률이 지난해 처음으로 TV 이용률을 앞지르는 등 ‘모바일 돌풍’이 거센 것으로 나타났다.지난달 30일 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14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지난 1주일 간 미디어 이용을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5061명 중 94.4%가 TV를 본다고 답했다. 이어 이동형 인터넷(69.5%), 고정형 인터넷(57.8%), 소셜미디어(49.9%), 종이신문(30.7%), 라디오(23.4%), 종이잡지(5.3%)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하지만 연령대별로 보면 30대의 이동형 인터넷(모바일) 이용률은 95
[미디어] 닮고 싶은 언론인 김호성·정필모
기자 생활 내내 접했던 가장 어려운 문제를 꼽으라면 나는 ‘자사 이기주의’를 들겠다. 평소 바른 말 잘 하고 판단력 날카롭던 사람도 자기 회사와 관련된 문제에서는 언제든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웠다. 언론학자들 중에는 자사 이기주의가 한국 언론이 보여주는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보는 분들도 있다.나는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회사의 방송기자들과 언론학 교수들이 참여해 만든 ‘저널리즘특별위원회’에서 방송 저널리즘의 문제를 탐구하고 개선 방향을 찾는 활동을 해왔다. 오늘 소개하는 분들은 여기서 만난 KBS의 정필모 선배와 Y
[만평] 기협만평 2015.2.4
[미디어] 아동 폭행 영상만 무한반복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메인 뉴스가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아동 폭행 영상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정치권 대책을 무비판적으로 옮기는 데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지난달 29일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최초로 보도된 1월13일부터 20일까지 8일간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의 메인 뉴스에 보도된 132개 기사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지상파 방송에서는 KBS ‘뉴스9’이 관련 기사 수가 17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MBC ‘뉴스데스크’ 15개, SBS ‘8뉴스’ 13개 순이었다
[미디어] 신문협회 포털 공동협상 30개사 동의
한국신문협회가 추진 중인 포털 공동대응이 정상 궤도에 오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지난 2일 신문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신문협회 소속 언론사 47개사 중 30개사가 포털 공동협상 동의서를 제출했다.종합일간지 중에선 국민일보, 세계일보, 중앙일보 등이 접수 마감(1월31일) 전에 동의서를 제출했고, 서울신문은 3일 조건부로 냈다. 반면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한겨레신문, 한국일보, 연합뉴스, 한국경제 등은 아직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신문협회는 지난달 말 동의서 접수가 마무리되면 공동협상팀 구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