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는 실천이다
황우석 파동 이후 일부 신문과 방송이 사설과 칼럼 등을 통해 그동안의 관련 보도에 대해 자성했다. 서울대학교 조사위원회의 최종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서둘러 반성문을 쓴 언론도 있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특별히 여론 오도에 큰 몫을 한 주류 언론가운데는 원론적인 수준의 비판론을 제기하거나 아예 별다른 언급 없이 넘어간 경우도 있었다. 각 사의 자성 내용이 어떤 것이든 간에 대부분 언론은 이번 파동을 계기로 또 한 차례 국민의 신뢰를 크게 잃었다. 황우석 사태에 책임 큰 언론이란 제목의 한국일보 사설은 이번 파동에서 드러난 우리…
융합미디어 시대와 더블 컨버전스
미디어 역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21세기의 미디어 산업을 논함에 있어 항상 화두로 등장하는 컨버전스(Convergence)는 놀랍게도 그렇게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기원전 8세기에 그리스에서 시작된 문자 혁명은 알파벳과 파피루스의 컨버전스를 통해 지식 저장을 가능하게 했고, 뒤이은 인쇄혁명은 중국에서 발명된 종이와 구텐베르그의 금속활자의 컨버전스를 통해 15세기 중반부터 정보의 대중적 확산의 기초를 마련한다. 그로부터 400년이 지난 19세기 중반, 보다 발달된 종이와 증기기관을 이용한 대량 인쇄기술, 그리고 최초의 유선통신 수단인…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자기 연출이라는 개념을 발전시킨 캐나다 출신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에 따르면,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연극배우일 따름이다. 무대 앞에서 난치병 환자들의 구세주로 명성을 떨치고 수백 억 원의 국고를 아낌없이 지원받았던 황우석 박사는 커튼 뒤에서 초조감을 떨쳐내지 못한 채 줄기세포 조작에 여념에 없던, 표리부동한 생명공학 전공 배우에 불과했다.마침내 화려했던 연극이 끝났다. ‘상식의 저항’을 무릅쓰고 힘들게 취재했지만, 매국노라는 비난에 고개를 숙여야만 했던 MBC 제작팀의 명예는 2005년을 빛
일사불란(一絲不亂)을 증오하자
이번 ‘황우석 파동’ 또는 ‘PD수첩 파동’의 가장 큰 교훈은 무엇인가? 애국심에 투철한 우리 언론은 국제관계에서의 국익 관점에서 접근했다. 일리 있는 답이지만, 그걸 가장 큰 교훈으로 삼으면 남는 게 별로 없다. 이와 유사한 사태의 재발시 우리는 또다시 내부적인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일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황우석 파동’은 한국사회에 신뢰의 씨가 말랐음을 웅변해 주었다. 그 웅변은 언론매체들 사이의 대리전쟁으로 나타났다. 놀라운 일이었다. 아직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게 훨씬 더 많은 상황에서도 각 신문은 어느 한 지점을 향해…
여론 오도하는 주류 언론
지난달 12일 제럴드 섀튼 교수가 황우석 교수와의 결별을 선언한 이후 한 달 간 한국에서 벌어진 일은 과학적 논란에 대한 접근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고, 여기에는 이른바 `주류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나는 생각한다. 주류 언론은 네티즌에 영합하는데 급급했을 뿐더러 근거 없는 기사와 자의적 해석을 보태는 등으로 건강한 여론 형성에 오히려 부정적 역할을 했다. 과학연구에 대한 논란은 검증을 통해 밝혀야 하는 것이고, 또 과학은 늘 이런 과정의 반복을 통해 단련되고 발전해 왔다는 사실을 대부분 언론은 아예 무시하는 듯했다.특히 에 대해 광고
지상파DMB의 조속한 전국망 확대를 바라며
지난 수주일 동안 진행된 방송통신 융합과 디지털 콘텐츠 산업, 그리고 이동 멀티미디어 방송을 주제로 한 몇 차례의 국제 컨퍼런스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 표준이 단연 화두로 떠올랐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선도하고자 하는”이 맞는 표현이다. 부산 APEC에서 성공적으로 선을 보인 이동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인 와이브로(WiBro)와 함께 지난 12월 1일 본 방송에 돌입한 지상파DMB가 바로 대표적인 한국의 기술표준들이다. 그런데 그런 기술들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여유도 없이 컨퍼런스에 참여한 여러 해외 전문가들의…
경인민방 선정, 현상과 본질
경기, 인천 지역을 대표하는 새로운 지상파 방송사를 선정하기 위한 허가 추천 작업이 마무리됐다. 신청 마감일인 11월 24일, 방송위원회는 모두 5곳의 컨소시엄, 즉 Good TV, KIBS, 나라방송(NBC), 경인열린방송(KTB), TVK의 신청서류를 차례로 접수했다. 지난 해 12월 21일, 투자의향서 미비와 재정건전성 확보방안 미흡 등의 이유로 경인방송(iTV)이 방송위원회의 재허가 추천을 거부당한 지 1년 여 만에 경인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방송사 탄생이 마침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사실 경인방송 재허가 추천 거부는 우리나
당파성과 개입성
그간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 언론의 과도한 당파성을 지적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당파성이 곧잘 개입성과 혼동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과도한 당파성을 자제해야 한다는 선의의 거리두기 원칙이 사회 문제에 대한 적극적 개입을 회피하게 함으로써 신문의 사회적 영향력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문제마저 낳고 있다. 한국언론의 주요 특성으로 거론되는 ‘발표 저널리즘’은 한국언론이 사회적 개입에 소극적이며 주로 유력 취재원의 발표에 의존하는 취재 관행을 고수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이는 주로 취재비용의 문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즉, 가장 싸게
일그러진 관계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의 ‘워싱턴 출장 보고서’와 이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인터넷 댓글을 읽으면서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어쩌다 국정 최고책임자와 고위 당국자의 품위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을까 하는 생각에서다.설령 일부 사실관계를 다투는 부분이 있다 해도 악의가 없는 중견기자의 글을 ‘소설’로 깍아내리면서 ‘몰상식한 칼럼’이니 애국적이 아니니 하는 조 수석의 글쓰기는 너무 실망스럽고, 이에 댓글을 통해 “그 소설 가만 둘 건가요”라며 대응을 촉구하는 듯한 노 대통령의 화답에서는 국정 최고책임자의 진중함을 찾아볼 수 없다
디지털 미디어 관련 개별법 발의를 지켜보며
요즘 커뮤니케이션 정책을 전공하는 교수들이 모이면 의례하는 걱정이 있다. 바로 소년 소녀 가장에 대한 것이다. 왜 뜬금없이 소년소녀 가장이냐고 의아해할 독자들이 많이 계실 것이다. 바로 요즘의 방송 통신 융합 환경 하의 디지털 미디어 산업이 철없이 이혼한 부모 밑에서 혼자 살 궁리를 해야 하는 똑똑한 자녀들과 같다는 말이다. 문화관광부와 방송위원회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방송 산업의 규제틀과 정보통신부라는 통신과 IT 산업의 규제틀이 하나의 통합적 체제로 융합되는 일이 요원해지면서 많은 이들이 이들 똑똑한 소년소녀 가장들에 대해 걱정들
업계-학회-언론, 공생의 그늘
에드워드 버나이스가 쓴 라는 책을 읽다보면, 재미있는 일화가 등장한다. 호텔의 명성을 높이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경영진들이 홍보 전문가에게 아이디어를 구했다. 인테리어를 새롭게 단장한다든지, 훌륭한 요리사를 구한다든지 등을 예상하고 있던 호텔 경영진에게 홍보 전문가가 제시한 묘책은 호텔 개장 30주년 기념식을 성대하게 거행하자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지역유지들이 참가한 화려한 연회가 개최되고, 언론이 이 행사를 적극적으로 보도하면서, 호텔 측은 자신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다.다분히 냉소적인…
몰입은 위험하다
나는 과거 수많은 논쟁을 하면서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되었다. 그건 “몰입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깨닫기가 쉽지 않다. 몰입은 주로 성실성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논쟁의 상대편에 대해 성실하다는 건 미덕이지만, 그건 논쟁이 관객을 전제로 한 게임이라는 사실을 소홀히 여기게 만든다.예컨대, 논쟁의 상대편이 진지성도 성실성도 갖추지 않은 채 내 주장에 대해 악의적이거나 편의적인 왜곡을 일삼는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나 그 왜곡은 교묘하다. 관객은 잘 모르거나 신경 쓰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그 상황에서 몰입하는 나는…
새 뉴스모델 발굴하길
연합뉴스가 워싱턴특파원의 수를 크게 늘리고, 미국 주요 도시와 캐나다 토론토, 멕시코시티, 상파울루 등지의 특파원과 통신원들로 미주 취재망을 구성하기로 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세계 11위의 경제력에 걸맞지 않게 지나치게 외신에 의존해온 우리 언론, 그리고 더 나아가 세계동향에 무관심한 채 우물안 개구리처럼 국내문제에만 몰입해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 차츰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워싱턴특파원의 역할과 기능은 그렇지 않아도 이미 전환기에 있었다. 인터넷의 발달로 미 행정 각 부처의 정례브리핑 등 뉴스 소재를 누
누가 승자여야 하는가?
커뮤니케이션 정책의 중요성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그리고 일본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이 앞 다투어 관련 산업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과거 정치 사회 경제 정책의 하위 개념에 머물렀던 커뮤니케이션 정책들이 국가 정책의 핵심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정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히 커지면서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정책에 대한 수많은 논쟁들의 종착역은 과연 누가 승자이며 누가 패자인가 하는 것이다. 요즘과 같이 새로운 플랫폼과 서비스들이 무서울 정도로 쏟아져 나오
국감보도를 감사(監査)하다
또다시 국정감사의 계절이 찾아왔다. 9월 22일부터 10월 11일까지 모두 20일 동안 진행되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어떻게 해서든 언론의 주목을 받고 싶어 하는 국회의원들의 돌출행동과 무책임한 정보공개가 난무하고 있다. 기자들 역시 각 정당의 기자회견장에서 숨 가쁘게 벌어지는 브리핑 내용을 청취하랴, 국회의원들이 제각기 준비한 보도자료 중 옥석을 가려내랴,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고 있을 것이다.그렇다면 2005년 국정감사 관련 뉴스보도는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과거에 비해 얼마나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사실 이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