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 구조개편위원회에 바란다




  현대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현대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방송통신 구조개편을 위해 정부 차원의 본격적인 논의가 재가동된다고 하니 환영할 일이다. 지난해 봄에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전력이 있어서인지 반응들이 제각각이다. 늦었지만 잘되어야 한다는 기대와 희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이번에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뭔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우선 그간에 방송통신 융합의 핵심적인 두 주체라고 할 수 있는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여러 사안들을 놓고 심각한 갈등과 대립적 관계를 심화시킴으로써 학계와 산업계, 국회 그리고 정부에 이르기까지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공감대가 무르익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또 다른 사실은 대통령 공약 사항이기도 했던 방송통신 융합 구조개편이 그 구체적 실행을 위해서는 이제 사실상 마지막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방송통신 융합을 총괄하는 새로운 법제도 정비와 이에 기초한 위원회의 출범을 위해서는 최소 6개월 정도의 실무 준비 작업이 필요하며, 바로 이런 실무 작업을 수행할 기구가 이번에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방송통신 구조개편위원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계획대로 진행된다고 해도 올해 말에나 그 실체가 드러나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다음 정부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계산이 또 다른 이유이다.



벌써부터 방송통신 구조개편위원회의 역할과 소속, 위원 구성 및 운영 그리고 활동기한 등을 놓고 말들이 무성하다. 구조개편위원회가 결국 방송통신 융합의 새로운 틀과 방향들을 결정짓고 이에 따르는 구조조정의 중심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매우 민감하고 또 대단히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렇게 한정된 지면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관련 부서들의 실무진들로 특별준비팀이 구성되는 이 시점에서 판단의 기준이자 동시에 추후 평가의 근거가 되는 몇 가지 원칙들을 함께 점검해 보는 일은 매우 유의미해 보인다.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원칙의 설정과 합의가 우선이 되고 이를 토대로 논의를 진행할 때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과 오해, 그리고 극단적 이기주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될 것이다.



첫째로 미래지향 원칙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자칫 논의의 방향이 부처간의 이해득실에 근거한 현실적 타협이 돼서는 안 된다. 기술과 서비스의 지속적 진화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의 변화 없이 기득권 위주의 몸집 불리기에서도 탈피해야 한다. 둘째로 빅 파이(Big Pie) 원칙을 들 수 있다. 즉 국제적 무한 경쟁 시대에 걸맞게 과감한 탈규제와 경쟁 체제 도입으로 전체 시장을 활성화하고 그 규모를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로 이용자 우선 원칙 즉 모든 결정의 중심은 바로 이용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경제의 중심은 더 이상 생산자 또는 제공자가 아닌 이용자 또는 수용자가 되기 때문이다. 이들이 디지털 경제의 기획, 제작, 유통, 그리고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 적극적 참여를 통해 승자를 결정하는 주인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공정 경쟁의 원칙을 생각할 수 있다. 새로운 게임의 법칙은 기존의 주체들과 앞으로 진입하는 새로운 주체들 간의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선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공익성과 다양성, 보편적 접근권 등과 같은 기본 원칙들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근본적인 구조개편과 이를 위한 새로운 게임의 법칙과 구조를 결정지어야 할 때이다. 그리고 단호하게 기약 없는 논의의 긴 꼬리를 잘라내야 할 때이다. 원칙에 충실한 냉철한 논의와 긍정적이고 확실한 결과물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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