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어린이집 교사의 네 살배기 폭행…
“손으로 머리를 1차례 때렸다” 경찰의 설명으로는 숨을 헐떡이며 흐느끼는 부모들의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은 살인사건 현장검증에서나 마주하는 피해자 가족들의 개탄과 흡사했다. 얼마 뒤 보육교사가 아동을 때리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보고 나서야 이들의 분노를 공감했다. 곧바로 노트북을 열었다.인천 송도 어린이집 폭행사건 기사에 대한 반응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도 교사의 폭행과 학대가 있었다”는 제보가 곳곳에서 빗발쳤다. 잇따라 수십 건의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기사화됐다.피해아동…
북한 무장탈영병 중국서 조선족 4명 살해…
지난해 12월 27일 권총을 든 북한 병사가 두만강을 건너와 중국 지린 성 허룽 시 난핑 촌 마을 주민 4명을 살해한 사건은 국내는 물론 중국과 홍콩 대만 등 중화권 언론에서 높은 관심을 보였다. ‘병사’라는 것만 빼면 북중 변경 지대에서는 북한에서 넘어온 사람이 변경 마을의 중국 주민, 특히 조선족 주민을 살해한 사건은 드물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 건도 보도된 적이 없다.동아일보의 보도가 나간 후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중국 국민의 변경 살해 사건을 한국 언론을 보고 알아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중국 언론에 대한 자성
MB 31조 자원외교 대해부
멋 부릴 말이 없습니다. 극적인 제보도, 결정적 장면도 없었습니다.‘MB 자원외교’는 되레 ‘탐사취재하겠다’ 작정하기도 어려운 주제입니다. 몇해간 국정감사에서 굵직한 사업들과 관계자가 조명되었고, 와중에 전체 사업비용이 40조네, 50조네 꼭짓점을 찍었으며 결국 국정조사까지 합의한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취재인력과 자원을 투입한 만큼 새 뉴스를 채굴할 수 있을지, 그러한들 회수율, 자주개발률, 탐사자원량, 발견잠재자원량 따위를 대중들이 넘고 읽어낼까 묻고 물을 수밖에 없었습니다.계산이 복잡했습니다. 꽤 주저했습니다. 단 하나의 이유
미니학교의 진실…
임대아파트 아이들이 이웃들에 의해 따돌려지는 사례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안 것은 ‘임대아파트엔 어린이집이 없다?’ 보도를 취재하면서였다. 당시 취재차 만난 주민에게 처음 들었는데 당시에는 뭐 ‘유별난 학부모님들 몇 분이 그러시나보다’ 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취재를 좀 진행해 본 결과 그 정도가 아니었다. 그래서 정말 ‘본격’ 취재에 나섰다.“공무원이시기 이전에 교육자시잖아요, 이건 해도 너무한 것 아닙니까, 조금의 실마리만이라도 주십시오.” 이번 취재를 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인 것 같다. 임대아파트 아이들을 따돌리는 이웃들,…
“뱃속 ‘새별이’ 얼굴도 못보고…”
‘크림빵 뺑소니’ 사고는 숱한 뺑소니 사고 중 하나에 불과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번 사고 보도를 통해 국민의 관심과 제보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일깨워 줬습니다.이 사건은 단순 발생 기사로만 처리하기에는 애잔한 사연이 숨어 있었습니다. 뚜렷한 증인이나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보도를 통해 경찰수사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첫 보도 이후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확산된 사연은 국민들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결국 경찰은 국민적 관심사에 교통사고로는 이례적으로 강력계 형사까지 동원된 수사본부를 차렸고,…
일제강점 사료 방치…재산 환수 구멍…
시작은 조달청의 보도자료였다. 조달청은 토지 정리를 위해 전국의 ‘주인 없는 땅’을 정리하면서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 땅 1.5㎢(여의도 면적 1/4 수준)까지 찾았노라 밝혔다. 내용에 수긍이 가기보다는 의문이 커졌다. ‘왜 아직까지 일본인 땅이 남아있을까? 얼마나 더 남아있는 걸까?’취재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특히 지난 2006년부터 4년 동안 친일파 재산을 찾아 국고로 환수했던 과거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 위원들의 도움이 컸다. 당시 위원회의 조사기법과 확인 가능한 문서를 토대로 현재 남아있는 일본인 땅 규
고등학교 시험과목 바꿔치기 파문…
취재는 한 통의 전화에서 시작됐다. 고등학교 지리시험에 과학 문제가, 과학시험에 지리 문제가 출제되고 있다는 믿기지 않은 내부 고발이었다. 하지만 증명 자료가 없어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교육청이 감사를 했지만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상황이어서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취재에 착수한 지 1주일째…. 해당 시험지를 입수하면서 취재는 본격화 됐다. 연속 보도로 교육당국은 재감사에 착수해 결국 시험과목 바꿔치기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이같은 잘못된 관행은 우리나라 교육정책에 있다. 이과생들에게 ‘지리’는 이수과목이지만 수능시험을…
항체형성률 100% 구제역…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10년 발생한 구제역으로 2조7천억원이 넘는 피해를 입었다. 이후 정부는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포기하고 ‘예방 백신 접종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번 구제역 발생과 확산 과정을 보면 구제역 대재앙의 교훈을 잊었다.구제역은 법정 제1종 가축전염병이지만 정부는 구제역 발생의 책임을 축산 농가의 탓으로 돌렸다. 백신의 효능은 충분히 검증받았는데 농가들이 백신 접종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축산 농가에서는 백신 접종을 해도 항체형성이 되지 않고 이상육이 발생한다며 오래 전부터 백신의 효
한국일보 ‘현직 판사, 사채왕과 유착 커넥션’ 끈질긴 추적·기자정신 돋보여
KBS청주 ‘항체형성률 100% 구제역’ 탁상행정이 불러온 일방적 축산정책 고발2015년 새해에도 기자들의 진실을 향한 열정은 뜨겁다. 제293회 이달의 기자상은 새해 첫 심사임에도 모두 65편이 출품돼 9편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이번 수상작에는 진실을 감추려는 사람과 기관을 대상으로 집요한 추적을 통해 어둠을 밝혀낸 기사, 단순한 뺑소니 사고로 넘어갈 수 있던 기사를 사회적 공감 스토리로 만들어 전 국민의 분노를 이끌어 낸 작품 등 그 어느 때보다 기자들의 발품이 만들어낸 특종이 많았다. 또 그동안 상대적으로 수상작이 적었던 지역
‘거액 금품수수 현직판사 사채왕과 유착 커넥션 추적’ 등 9편 선정
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률)가 주관하는 한국기자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는 24일 제293회(2015년 1월) 이달의 기자상에 한국일보의 ‘거액 금품수수 현직판사 사채왕과 유착 커넥션 추적’ 등 총 9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시상식은 다음달 2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다음은 수상 내역이다. ◇취재보도1 부문△한국일보 사회부 강철원, 김정우, 남상욱, 김청환, 정재호, 조원일 기자 ‘거액 금품수수 현직판사 사채왕과 유착 커넥션 추적’△연합뉴스 인천취재본부 강종구, 배상희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
세계일보가 지난해 11월28일 불과 두 쪽에 불과한 청와대 문건을 일부 공개한 뒤 대한민국은 큰 충격과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본지 보도 후 정치권과 언론계, 시민단체, 국민 여론 등 각계각층은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규명을 촉구하며 특검과 국정조사, 청와대 쇄신을 요구했습니다.취재팀은 박근혜 대통령 전 비서실장인 정윤회씨가 국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문건을 입수한 뒤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취재원을 통해 내용의 진위 등을 확인하는 지난한 작업을 거쳤습니다.세계일보는 청와대 문건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면 박 대통령이 대대적…
“나쁜 사람이라더라.”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대통령이 수첩을 보면서 한 말이다. 제보였다. 그 ‘나쁜 사람들’은 해당 부처의 국장과 과장이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이 부처 국장과 과장의 인사를 직접 챙겼다는 것이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오래지 않아 두 담당자가 2013년 5월 청와대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례적인 승마협회 조사의 담당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국장과 과장은 누군가의 말을 듣고 보고하라는 애초 지시와 달리 ‘중립적’인 입장에서 보고서를 작성해 나쁜 사람의 신세가 됐고, 요직에서 한직으로 밀려난 사실도 확인됐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
그때만 해도 몰랐습니다. 이름도 어려운 어느 ‘땅콩’에 관한 서비스 때문에 사달이 나서 그 비행기에 탔던 어느 ‘높은’ 분이 분노했고, 급기야 거대한 비행기가 후진을 해서 승무원을 내려놓고 이륙했다는 황당한 사실을 처음 알게 됐을 때만 해도, 이렇게 큰 사건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사건 관련 소식은 ‘땅콩 한 봉지가 모든 걸 다 덮었다’는 비유처럼 모든 국내 뉴스보다 중요하게 다뤄져왔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큰 화제가 됐습니다. 지난달 30일 열렸던 사건 관련 2차 공판 내용은 CNN 기자의 현장 중계를 통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방
진실을 말해줄 수 있는, ‘목격자’가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은 국토교통부에 출석해 국민 앞에 사과를 했지만, 누구에게 왜 사과하는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부당한 회항 지시와 승무원에 대한 폭행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박창진 사무장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수차례 연락을 시도한 끝에 박 사무장을 만나게 됐습니다. 박 사무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이 보고 겪은 사실을 담담히 얘기했습니다. 폭언과 폭행, 회항 지시 등은 없었다는 조 전 부사장의 해명은 거짓이었습니다. 대한항공 측에서 거짓 진술을 강요
국가기밀 원전 설계도 털렸다…
‘무엇이 국가를 위한 길인가?’ 처음 해커로부터 원전 기밀자료 유출 사실에 관련된 이메일을 받고 가장 먼저 나에게 질문했다. 해커가 대 놓고 기사를 쓰라고 자료를 던졌기 때문이다. 해커가 보낸 메일에 담긴 링크에서 원전 도면을 확인하고도 섣불리 기사 쓸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해커가 원한 대로 사회혼란이 가중될 것이 불 보듯 뻔했다.그래도 과연 해당 도면이 진짜인지는 파악해야 했다. 당사자인 한국수력원자력에 관련 메일을 보내고 수사기관에 신고를 종용했다. 메일을 받고 3시간이 흘렀지만 기사화 여부 결정은 쉽지 않았다. 한수원은 자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