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려간 소녀들, 버마전선에서 사라지다

제300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방송 / 노윤정 KBS 기자

광복 70년을 맞아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보라는 임무를 받았을 때 고민이 참 많았습니다. 1~2년마다 한번 꼴로 제작되는 위안부 다큐멘터리, 어떻게 하면 다르게 만들 수 있을까.


결론은 ‘탐사’스럽게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여전히 잘 모르는 위안부의 진실. 생생한 현지 취재와 자료 발굴로 접근해 보자는 구상이었습니다.


그러기에 석 달은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취재 과정에 몇 번의 굉장한 행운을 만났습니다. 태국 국립문서보관소에 위안부로 추정되는 한인 여성포로 명단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태국 연구자, 미얀마에서 1년 넘게 체류하면서 故 문옥주 할머니의 회고록을 집필했던 일본 작가, 중국 윈난성에서 10년 간 수천 명을 면접 조사했다는 70대 전문가 할아버지. 이 세 분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프로그램 제작은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리고 방송 직전, 태국에서 발견한 포로 명부에 실제 위안부 피해 신고자의 이름이 있다는 사실을 기적처럼 알게 돼 뭔가 아쉬움이 남았던 취재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습니다.


방송이 나간 뒤, 여성가족부는 KBS로부터 포로 명부를 받아가 분석하고 있습니다. 태국 국립문서보관소 자료 발굴 프로젝트도 계획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여가부는 유사한 자료가 없어 의미있는 사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실로 확인되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에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밝혀왔습니다.


또 중국 CCTV가 판권을 구입해 가 중국 전역에 방송했습니다. 시청자 수가 기하급수로 늘어나 더 많은 사람들이 위안부 문제를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돼 기쁩니다. 방대한 분량의 일본어 자료를 깨알같이 검토해 준 탐사팀 리서처 김지혜씨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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