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IT 술술 풀어드려요"
[기자 파워 블로거] 한경 김광현 기획부장의 '광파리의 글로벌 IT이야기'
민왕기 기자
wanki@journalist.or.kr
2009.02.25 15: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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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현 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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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정보 전달 아닌 쌍방향 소통 우선시
국내외 독자들과 인적 네트워크 ‘일석이조’미디어 환경을 둘러싼 변화의 물살은 짐작보다 빠르고 거셌다. 신문업계가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지만, 편집국에서 기획 부서로 자리를 옮긴 김광현 한국경제 기획부장에겐 새삼 뼈저린 사실로 다가왔다. 새로운 미디어 등장에 대처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기획일이 생소하기만 했던 그는 해외언론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국내외 독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파악해야 했고, 정보를 모으는 과정에서 전문가들이 즐비한 블로고스피어(blogosphere)에 번쩍 눈이 뜨였다.
김 기자가 블로그에 발을 들인 계기는 그렇게 업무 때문이었다. 하지만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blog.hankyung.com/kim215)를 개설한 지 10개월 만에 그는 글로벌 IT 분야에선 이미 손에 꼽히는 파워블로거가 됐다. 누적방문자 수만 2백만명을 훌쩍 넘겼다. 현재까지 포스팅 수는 2백여개, 3일에 2개꼴로 부지런히 쓴 셈이다.
지난해 8월 애플사가 ‘아이폰 3G’를 내놓았을 때 블로거로 맹활약하며 이름을 알렸다. 아이폰의 내장 기능보다 앱스토어, 즉 응용 프로그램을 사고파는 직거래 기능이 바로 ‘모바일 혁명’이라는 글을 올렸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아이폰이 가진 무수한 기능을 중심으로 펼쳐지던 블로그 논쟁이 앱스토어로 옮겨 붙게 한 것이다.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지만 보람을 찾기에는 충분했다.
김 기자는 이 밖에도 ‘미국 중국 러시아 간 사이버 전쟁’ ‘괴물기업 중국 화웨이’ ‘전자책·전자신문’ ‘아이폰과 킨들의 싸움’ 등 각종 IT 분야에 대한 흥미진진하고 의미 있는 글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첨단 과학을 쉬운 글로 풀어 설명하는 까닭에 그의 블로그를 찾는 고정독자들의 방문 빈도는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중요한 건 지명도와 유명세가 아니라고 단언했다. 블로그를 통해 소통과 대화, 참여라는 가치를 배운 것이 더 의미 있다는 설명이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 김 기자도 악플에 시달렸다. 왜 악플이 달리는지 이유를 잘 몰랐다. 결국 고민 끝에 자신이 일방적 정보전달에 익숙한 기자였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고 쌍방향 소통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됐다고 한다.
“처음엔 잘난 척을 좀 했던 것 같아요. 기자생활을 20년 했고 IT 부장도 4년이나 했던 터라 내가 아는 것이 전부라는 듯 글을 쓴 것 같습니다. 또 완벽한 글을 써서 올려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있었지요. 하지만 이젠 70% 정도의 완성도로 글을 올려요. 그러면 전문가들이 와서 ‘이런 것도 있다’는 정보를 주고 갑니다. 자연스럽게 글이 완성되는 거죠. 각 분야 전문가들과 소통하고 또 많이 배워요. 그래서 블로깅을 통해 미디어가 단방향에서 양방향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블로그로 자신을 개방하고 공유하고 다른 사람 글에 댓글로 참여하며 자신의 세계를 넓혀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인도 많이 사귀었다. 두바이에서 회사를 경영하는 한 사업가는 한국에 올 때마다 그를 찾는다. 벤처기업가 이찬진씨도 그의 애독자다. 이 밖에도 국내외 독자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다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가 후배기자들에게 ‘블로그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하라’고 추천하는 이유다. 그래서 지난해 한국경제 기자블로그 활성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기자라면 독자들이 뭘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행히 지금은 기자 블로그가 활성화돼 저보다 나은 기자 블로거가 많아졌습니다.”
그가 쉽고 재미있는 글쓰기를 하는 것도, 후배 기자들에게 블로깅을 권유하는 것도 모두 소통을 위해서다. 일례로 그의 필명이 ‘광파리’인 이유도 그랬다.
“기자 초년시절 토요일 오후에 기자들끼리 고스톱을 칠 때 광 팔고 죽기 일쑤였던 지라 ‘광파리’가 제 별명이 됐어요. 그걸 가져다 쓴 겁니다. 기자란 타이틀을 달면 독자는 선입견을 갖게 되잖아요. 일종의 프리미엄이죠. 그런데 광파리라고 하면 얼마나 만만하고 좋습니까.(웃음)”
김 기자는 업무시간엔 절대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매일 아침 6시30분쯤 출근해 외신기사를 뒤지거나, 저녁 늦게 남아 글을 쓴다. 특히 주말엔 블로거 끼리 경쟁이라도 붙으면 밤을 꼬박 새우기도 한다. “힘들 것 같다”는 말에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답하며 웃는 그다. 그만큼 부지런하고 소탈했다.
김광현 기자는 “제 글을 읽는 분들에게 시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자는 게 제 블로그 철학”이라며 “독자들에게 쉬운 글로 글로벌 IT의 흐름을 잡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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