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소중함 전하고 싶습니다"

[기자 파워 블로거]국제신문 백한기 팀장의 '한국의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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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새를 유심히 관찰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 천공을 가로지르며 세상을 마음껏 부유하는 새를 막연히 부러운 눈길로 바라본 때는 많았다. 하지만 새들의 세계 속에서 그들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인간도 자연의 하나’라는 생각으로 새들의 세계 속에 자신을 과감히 던져넣고 그 속에서 새들을 관찰해온 이가 있다. 바로 국제신문 백한기 팀장(정보자료팀)이다.

그는 무려 17년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새 사진을 찍었다. 그의 발자취는 블로그 ‘한국의 새(bird.kookje.co.kr)’에 빼곡히 기록돼 있다. 그의 블로그에 들어가자마자 먹이를 쫓아 강가를 응시하는 흑로부터 20여 마리의 새 사진이 눈길을 확 사로잡는다. 마치 자연에 들어와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1988년 사진기자로 출발한 그는 우연한 기회에 ‘참새’를 찍으면서 새 사진을 남기기 시작했다. 초년 기자 시절 아이가 먹다가 흘린 빵 부스러기를 참새가 날아와 쪼아 먹던 모습을 찍게 됐던 것. 아주 작은 계기였지만 그를 사로잡기엔 충분했다. 그때부터 그는 닥치는 대로 새 사진을 찍었다. 취미를 넘어선 일종의 숙명같은 일이었다.

처음에는 조류도감을 뒤지며 일일이 사진과 대조해 이름을 외웠다. 비슷비슷한 모양과 색깔의 새들을 구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우리나라 도감에 없으면 해외 자료까지 찾아 알아냈다. 백 팀장은 이제 한국을 찾는 4백여종의 새는 무리 없이 구분할 수 있다. 그들의 모습과 소리, 발자국 모양까지.

“글쎄요. 새들이 저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는 새를 찍는 이유에 대해 멋쩍은 듯 웃으며 이같이 털어놓았다. 처음에 번식지를 찾았을 때는 쪼임도 당하고 공격을 많이 받았는데, 몇 년 동안 찾았더니 서로 안면이 생겼는지 더 이상 공격하지 않더라는 거다. 소박한 이유다.

사진으로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없었던지 그는 2000년부터 직접 구입한 HD카메라로, 고화질의 동영상을 남기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양질의 콘텐츠를 공개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났다. 그가 2004년 공식 홈페이지(www.birdfly.co.kr)를 오픈한 까닭이다. 이제는 사진과 동영상, 신문사 블로그까지 모두 3개의 웹페이지를 관리하고 있는 그지만 가장 애착이 가는 곳은 역시 처음 문을 연 홈페이지다. 요즘은 동영상 홈페이지에 열의를 다하느라 birdfly.co.kr에는 업데이트가 늦는 편이다. 그래도 일주일에 2건씩 꾸준히 올리고 있다. 인터넷이 익숙지 않은 그로서는 굉장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셈이다.

그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코너가 있다. 지난해 부산 다대포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한 ‘나무섬’에서 1백3일간 송골매의 육아일기를 작성한 것. 처음 몇 년은 번식 과정을 찍는 데 그쳤으나 송골매의 자료가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부화부터 전 과정을 남겼다.

“송골매는 우리나라 섬에서만 번식합니다. 아직 자료가 많지 않더라고요. 번식지를 알아내서 찾아가서 1백3일간 잠복했죠. 기록으로 남긴다는 데 의미를 뒀어요.”

‘갈색양진이’를 본 것도 손꼽히는 사건 중 하나다. 갈색양진이는 시베리아에서 주로 서식하는 새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횟수가 3~4차례 밖에 안될 정도로 귀한 새다. 그는 찍어놓고도 이름을 몰라 사진만 덩그러니 올렸다고 털어놨다. 한국교원대학교 생물학과 고(故) 김수일 교수가 홈페이지를 보고 이름을 알려준 뒤에야 갈색양진이인 줄 비로소 알았다.

사실 새 사진은 오랜 기다림의 산물이다. 절벽이나 숲 속 등 새들이 지나가는 길목에 위장텐트를 치고 하루고 이틀이고 무작정 새가 나타나길 기다린다. 김밥과 과일 등으로 간단한 요기를 하고 책과 신문의 모든 활자를 훑고 나면 그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일찍 일어난 새가 먹이를 찾는다’라는 속담은 지어낸 말이 아니다. 실제로 새들은 해가 뜨기 전인 오전 6~7시 먹이를 찾느라 가장 많이 눈에 띈다고 백 기자는 설명했다.

이러한 노력이 수확을 거둔 걸까. 그는 2004년 한국언론재단이 주최하는 제3회 언론인홈페이지 대상을 수상했다. 보도 사진만으로는 여러 차례 수상했던 그가 홈페이지로 수상하긴 처음이었다. ‘송골매 육아일기’는 국제신문에도 소개됐다.

그는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17년간 찍어온 새 사진을 묶어 책으로 펴내기로 한 것. 어린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 탐조에 초점을 맞췄다. 올해 출판을 목표로 현재 마무리 작업에 있다.
그는 블로그와 홈페이지의 가장 큰 장점을 ‘소통’으로 꼽았다. 평소 외향적인 편이 아닌 그지만 새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을 홈페이지를 통해 만났고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생명의 존엄과 자연의 소중함에 공감을 표시하는 누리꾼들의 발길이 이어질 때마다 그의 어깨도 더 무거워짐을 느낀다.

백 기자는 그동안 3백종의 새를 찍어왔다. 사진만 3천장을 남겼고, 동영상은 2백종을 찍었다. 그는 모든 새를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도 큰고니(백로)의 날갯짓을 으뜸으로 꼽는다. 큰고니는 매해 3천마리가 부산 을숙도 철새도래지를 찾는다. 그는 강 위를 빠르게 달리다가 서서히 날아오르는 큰고니의 모습이 장관이라고 말했다.

기자라는 직업인이기에 앞서 자연을 바라보는 따뜻함을 전하고 싶다는 그. “뭔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그저 오랜 시간 새들과 호흡하고 지켜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곽선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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