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참 기자들도 디지털 기사 생산"

[방송사 디지털전략] ②KBS
디지털 체질 전환 드라이브
맞춤콘텐츠 비율도 20%대
10여개 서브 페이지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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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시대에 임하는 KBS의 행보는 거인을 닮았다. 날래고 잽싸진 않다. 육중한 무게감이 실린 한 걸음 한 걸음으로 성큼성큼 세상의 변화를 좇는 것, 그게 KBS의 모습이다. KBS라는 이름만으로, 지상파 메인뉴스 시청률 1위라는 지위만으로 담보할 수 있는 것들이 점점 희미해지는 시대, 직원 수만 5000여 명에 달하는 공룡 조직은 올해를 사실상 디지털 체제 확립의 원년으로 보고 이제 막 첫 발을 내디뎠다. 디지털 최적화 ‘멀티미디어 기사 쓰기’에서 시작된 뉴스룸의 변화가 거인의 진격을 예고하고 있다.

콘텐츠 도달 극대화 목표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 4층 보도본부 통합뉴스룸 디지털뉴스국. KBS라는 거대 조직의 디지털 전략을 좌지우지하는 거인의 심장부는 키보드와 마우스 소리로 쿵쾅거리고 있었다. 빽빽하게 들어선 책상과 의자 사이사이 수십여 명의 인원이 모니터를 바라보거나, 서로 의견을 나누며 몰두하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김대영 보도본부 디지털뉴스 전략유통팀장은 “2014년 3월 디지털퍼스트 선언 후에도 디지털에 최적화된 콘텐츠 비율은 3%밖에 안됐다. 나머진 방송 리포트를 그대로 올렸던 것”이라며 “이젠 20% 가량은 될 것 같다. 진정한 디지털 퍼스트의 시작은 올해부터”라고 밝혔다.


사실 KBS의 디지털 전략은 그동안 업계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눈에 띄는 서브 브랜드나 디지털 콘텐츠는 물론 페이스북 등 지표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KBS뉴스’ 페이지는 유엑스코리아의 페이지 방문자 행동 분석 서비스 ‘빅풋9’의 PIS를 기준으로 한 평가(2016년 1월1일~4월17일)에서 30개 상위 언론사 중 23위를 기록했다. 13일 현재 ‘KBS뉴스’의 페이스북 팬 수는 9만5679명으로 조사기간 당시보다 2만 여명이 늘었지만 여전히 디지털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고 보긴 어려운 수치다.


▲KBS가 올해를 디지털 퍼스트 시작의 원년으로 보고 본격 체제전환을 위해 나섰다. 사진은 KBS의 대표 디지털뉴스 콘텐츠 갈무리.

김 팀장은 “목표 자체가 다르다. 타 신문·방송사가 수익을 내거나 새로운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디지털을 한다면 우리는 아웃리치(outreach), 도달을 극대화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BBC를 모델로, 디지털 생태계 자체를 구축하는 걸 목표로, ‘스텝 바이 스텝’으로 나아가되 굉장히 빠르게 과격하게 바꿔 나가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단신 보다 디지털 기사 우선
KBS의 디지털 중심체제 전환 전략은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변화를 염두에 뒀다. 하루 평균 600여 건의 기사를 선보이는 ‘규모’를 앞세운 채 구성원들의 ‘인식변화’와 ‘조직 문화개선’ 같은 근본적인 처방을 내리고, 이를 통해 ‘느리지만 확실한’ 변화를 감행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KBS는 지난 3월 기자들의 업무 중 ‘단신 작성’을 없애며 보도국 전반에 디지털뉴스 생산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과감한 조치를 취했다. 이는 KBS의 모든 업무 체계 중심에 놓인 방송뉴스가 체제 전환을 가로막는 요소가 된다는 판단에서 나온 방편이다. 단신이 없어진 대신 보도국 기자들은 디지털뉴스용 텍스트 기사를 작성하게 됐다. 지난 1월 디지털뉴스 에디터 제도를 도입, 현재 분야별 고참급 기자 14명이 멀티미디어 기사를 능숙하게 제작해 활약하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KBS A기자는 “결과적으로 기사 양은 줄어들고, 길이는 길어지면서 좀 더 공을 들이게 된 측면이 있다”면서 “방송뉴스는 일회적인데 SNS에 내가 쓴 콘텐츠가 노출되고 피드백이 되는 걸 보면 개인적인 성취감이 들기도 한다”고 밝혔다.


김대영 팀장은 “오랫동안 방송 단신을 쓰던 기자들이 신문형 기사를 쓰려니 미흡했지만 나아지고 있다. 신문기사와 방송원고의 장점을 살려 두 스타일이 섞인 스토리텔링 기법도 시도하고 있다”면서 “동영상의 시대가 온 만큼 방송사들에게 기회가 왔다고 본다”고 밝혔다.


▲KBS 디지털뉴스국 소속 기자 등 직원들이 지난 9일 업무 중인 모습


“방송뉴스 집중 여전” 목소리도
KBS는 이제 진격을 위한 ‘세팅’을 거의 마무리한 상태다. 최근 조직개편으로 디지털뉴스국장이 보도국 내 디지털 주간으로 격하됐지만 대신 온·오프라인 보도 체계가 일원화됐으며, 페이스북 등 플랫폼에 KBS스포츠·KBS글로벌 등 10여 개의 서브 브랜드 페이지도 오픈됐다. 이 역시 도달을 극대화하고 브랜드를 강조하는, BBC를 벤치마킹한 ‘버티컬 전략’의 일부다.


현재 디지털뉴스국에 소속된 인원은 총 90여명. 그래픽 디자이너, 영상편집자 등에 기자만 20명이 포함된 규모다. 이들은 보도총괄팀, 뉴스제작팀, 전략유통팀 등 3개 부서에 나눠져 업무를 본다. 보도총괄팀은 자사 홈페이지 운영 및 기사관리, 뉴스제작팀은 카드뉴스 등 포맷의 기사 제작, 전략유통팀은 기사 디지털 최적화와 플랫폼 유통, 전략수립 등을 담당한다.


추진 성과도 일정 부분 가시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올해 1월 만든 ‘KBS멀티미디어뉴스’ 페이지의 팬 수는 13일 현재 2만7000여명에 이른다. 주간 도달률 역시 많을 땐 400만, 적을 때도 270만~280만에 달한다. 더욱이 KBS는 데이터저널리즘팀이라는 디지털 분야의 저력 있는 리소스도 이미 갖고 있다. 지난해 한국온라인저널리즘어워드에서 특별상 등을 수상한 KBS데이터저널리즘팀은 이번 조직개편에서 보도기획부로 적이 바뀌며 안팎에서 위축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물론 과제도 남았다. KBS의 디지털 체제 전환이 여전히 ‘메인뉴스 시청률 1위’라는 방송 집중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B기자는 “9시 뉴스가 중심이 된 상황은 여전하다. 결국 ‘9시 뉴스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디지털을 잘 하라’는 얘기인데 기존 100하던 걸 120~130 할 수밖에 없다”며 “어떤 불필요한 일을 덜어내고 새로운 일에 투입할지 서둘러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C기자는 “좀 더 젊은 사람들이 디지털 업무를 맡아야 한다. 저널리즘의 가치를 판단하는 거라면 (높은 연차도) 괜찮겠지만 인터넷 세상은 그것만이 아니지 않나. 젊은 감각을 수혈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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