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 인턴 여학생 성추행 혐의…
‘서울대 교수 인턴 여학생 성추행 사건’은 단순한 성추행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이 사건은 그동안 잠재되어 있던 교수와 학생들 간의 ‘갑을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만든 상징적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도 뒤 다른 학교의 비슷한 문제가 잇따라 불거졌고, 교육부에서는 성추행 등을 저지른 교수를 의원면직하지 않도록 학칙을 개정하라고 권고했습니다.취재는 지난 11월 초 ‘서울대 교수가 국제학술대회 때 여성 인턴을 심하게 성추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시작됐습니다.그 뒤 며칠 동안 경찰과 검찰, 세계수학자대회…
삼성, 화학·방산사업 한화에 판다…
처음 취재망에 오른 곳은 삼성토탈이었다. 2년 전인 2012년 겨울로 기억한다. 호형호제하는 인사가 “삼성토탈 상장설이 돌길래 알아봤더니 상장이 아니라 매각을 한다는군”이라고 했다. 하지만 두 회사가 극도의 보안을 유지한 탓에 접근 가능한 정보는 거기까지였다. 길고 지루하며 소득없던 취재에 돌파구가 열린 건 올 초였다. 프랑스 토탈그룹에 지분을 매각하는 협상이 안 풀리자 삼성그룹이 국내 대기업 H사나 L사에 지분을 넘기려 한다는 정보였다. 올 여름부턴 움직임이 긴박해졌다. 정식 매수자(한화였다)가 나타났다는 거였다. 9월초엔 또다른
예산 돋보기 시리즈…
경제 관련 정치·정책 기사 중에서 독자들의 ‘클릭 세례’를 받는 기사는 단연 세금에 대한 것입니다. 자기 지갑에서 직접 돈이 나가는 뉴스인 만큼 세금이 오르는 문제에 대해서는 늘 반응이 뜨겁습니다. 하지만 정작 세금의 최종 지출처인 예산에 대한 관심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세금 항목에 비해 예산 사업이 워낙 많아서, 자신과 관련성이 낮거나 무관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특히 정치인들은 표심을 얻기 위해 예산 사업을 계속 늘리려는 경향을 보일 수밖에 없는데, ‘의회 권력’이 과거 대비 강력해진 요즘에는 예산 낭비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비리로 얼룩진 청년창업…
대구·경북은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들에게 너무나 막막한 도시입니다. 높은 연봉이 보장되는 대기업은 사실상 전무하고, 장기화된 경제 침체로 인해 지역기업은 취업준비생들이 기대하는 연봉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합니다.이처럼 희망이 없던 대구·경북 청년들에게 ‘취업이 안되면 창업을 하라’며 이명박 정권이 대대적으로 시작한 청년창업은 희망이 됐습니다. 게다가 현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과 맞물리며 지자체는 물론 다양한 기관들까지 청년창업에 열을 올리자 희망의 끈을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커지는 듯 했습니다.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인권침해·비리백화점, 사회복지법인 향림원…
철옹성. 경기도 광주 사회복지법인 향림원에서 자행된 장애인 인권침해와 이사장 일가의 각종 비리를 취재하면서 느낀 솔직한 속내다. 향림원 인권지킴이단은 이사장 며느리가 공동대표를 맡으며 유명무실했다. 향림원으로 지원되는 각종 후원금과 법인 수익금은 이사장 일가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그러나 누구 하나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사회복지법인의 폐쇄성 때문이다. 이는 정부의 각종 지원금을 받아 운영되면서도 마치 사유재산처럼 움직이는 사회복지법인 시스템 자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보건복지부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감독을…
시사기획 창-중국, 동해를 삼키다
동해안은 오징어가 대표 수산물이다. 그런데 어획량이 줄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연간 국내 생산량이 25만 톤이 넘었는데 최근 15만 톤으로 감소했다. 어민 소득도 작아졌고 지역경제는 위축됐다. 어민들은 동해 북한수역으로 이동하는 중국어선의 싹쓸이조업을 의심하고 있었다. 중국어선은 왜 멀리 이곳 동해까지 오나. 취재는 그렇게 시작됐다.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되자마자 난관에 부딪혔다. 서해나 남해와 달리 동해에서는 중국어선을 취재하기 어려웠다. 중국어선이 북한 동해수역에서 조업하기 때문이다. 서해처럼 불법조업으로 해경에 나포되는 중국어
한겨레 ‘서울대 교수 인턴 여학생 성추행 혐의’ 등 6편 선정
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률)가 주관하는 한국기자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는 19일 심사회의를 열고 제291회(2014년 11월) 이달의 기자상에 한겨레신문 ‘서울대 교수 인턴 여학생 성추행 혐의’ 등 총 6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중앙자살예방센터(센터장 안용민)와 함께 선정하는 2014년 4분기 ‘자살예방 우수보도상’으로는 한국일보의 ‘10년 넘게 OECD 자살률 1위…이대로 놔둘 건가’를 뽑았다.시상식은 29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다음은 수상 내역이다.◇취재보도1…
통영함 비리 의혹…
4월16일 진도 앞바다에 세월호가 기우뚱하게 반쯤 잠겨있는 화면을 국회에서 봤다. ‘전원구조’라는 속보를 기자도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였다. 동료들에게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구하지 못하겠느냐”고도 했다. 경박한 호언장담이었다. 전원구조가 터무니없는 오보로 판명되기까지는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미안하고 부끄러웠다.참사가 불러온 슬픔이 ‘우리는 왜 이렇게 무기력했나’를 따져 묻는 분노로 바뀌어 가던 때, ‘최신식 해군 구조함’이라는 통영함이 눈에 들어왔다. 붉어진 눈으로 뉴스를 보던 아내가 “저 비싼 배는 왜 현장 근처에 가지도 못했냐
애기봉 등탑 43년 만에 철거…
2010년 12월21일의 난리법석이 기억에 선명하다. 최전방 애기봉 등탑 점등행사를 북측이 조준사격으로 위협하자 진돗개 하나가 발령되는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그 해에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겪었던 터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온 국민이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애기봉을 지켜보며 가슴을 졸였다.다행히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갔다. 하지만 씁쓸했다. 뒷맛은 더 개운치 않았다. 매년 이런 소동을 벌여야 하나. 그 후로 스산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면 습관처럼 애기봉에서 점등행사를 하는지 묻는 버릇이 생겼다. 그렇게 4년이 흘렀다. 올해도 대답은…
전두환 재산 환수 ‘쇼’?…껍데기 부동산 내놨나…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는 긴가민가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추징금 명목으로 내놓은 재산 1270억원 중에 상당수가 근저당에 잡혀 있다는 내용. 마침 8개의 부동산 중 유일하게 매각된 한남동 신원플라자에 그동안 언론에 전혀 노출되지 않았던 43억원의 선순위 채권이 있음을 확인했다. 다른 7개 부동산도 자산관리공사 등을 통해 확인해 보니 결과는 놀라웠다. 국가가 추징 집행을 하기도 전에 빠져나갈 돈이 절반이었다. 더구나 검찰이 산정한 부동산 가치도 1년 전 부동산 상황을 고려할 때 많이 부풀려져 있었다. 결과적으로 실제 환수 가능한 금
정부 R&D 10건 중 6건 셀프과제로 나눠먹기…
184만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그렇게 많을지는 몰랐다. 정부의 대표적 RD 집행기관인 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은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동안 1271건의 과제를 지원했다. 관련된 기관은 4048개, 사람은 4만5904명이다. 이들이 얽히고설켜 만들어낸 관계의 총합이 183만9113건이다.관계에 대한 분석 결과는 더 놀라웠다. 기술로드맵 작성부터 최종평가위원회까지 여러 단계에 걸쳐 참여한 연구자들이 울타리를 쳐 놓고 10건 중 6건(62.3%)은 본인 또는 본인이 속한 기관이 과제를 맡았다. “정부 RD는
눈물의 밥상 & 인권밥상 캠페인
연속보도는 지난 8월 시작됐다. ‘눈물의 밥상’(제1025 표지)은 고용허가제 도입 10년(2014년 8월17일)에 맞춘 기획 기사였다. 모든 국민의 일상이 이주노동자들의 가혹한 노동현실에 빚지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었다. 우리 앞에 매일 차려지는 ‘밥상’을 화두로 삼았다. 그리고 물었다. 우리의 안전한 밥상은 인간다운가.우리가 믿고 먹는 ‘신토불이’ 식재료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인간답지 못한 삶을 살며 생산한 식재료들이었다. 전국의 논밭이 모여 하나의 밥상이 차려지기까지 이주노동자들이 흘린 ‘눈물의 경로’를 각지에서 생산한…
느린 학습자를 아십니까-경계선 지능 심층취재
올해 1월, 한 교원단체가 주관하는 토론회에서 ‘경계선 지능’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접했다. 지능 지수가 71∼84로 ‘경계선 지능’으로 분류되는 아이들. 교실 안에는 지적 장애인도 정상 지능도 아닌 학생들이 존재했다. 더 큰 충격은 이들이 한 반에 3명, 전국적으로는 80만 명에 달하지만, 아무런 대책 없이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학교 수업을 전혀 따라가지 못해 성적은 최하위권을 맴도는 아이들은 왕따와 학교폭력에 시달렸다. 졸업 후 군대에 가서는 관심병사로 취급받았고, 성인이 돼도 자립을 못해 평생 가족의 짐이 되고 있었다.…
해외부동산 추적보고서-회장님의 나라는 어디입니까?…
재벌들의 이력은 화려하다. 대학졸업 뒤 회사 입사-미국 발령-자녀 출산-귀국 후 임원 발령. 지금까지 당연하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력서의 뒷면이 궁금했다. 해외여행이나 외화반출이 쉽지 않던 시절, 어떻게 미국으로 가 집을 사고, 회사를 다니면서 석사 학위를 따고 아이를 낳은 걸까. 이번 취재를 시작하게 된 계기이다.먼저 그들의 국적을 알아야 했다. 7월과 8월, 두 달에 걸쳐 창고를 개조한 5평 남짓의 탐사보도팀에서 동료들과 하루 종일 관보 자료를 엑셀로 옮겨 넣었다. 두 달 넘게 걸려 모은 데이터의 양은 약 52만 건.데이터…
한빛원전 방사능 물질 외부 유출 은폐 의혹…
금요일 한빛원전이 있는 전남 영광으로 갔다. 한빛 3호기는 전날 자동정지된 상태였다.오전동안 취재해보니 이랬다. 두꺼운 볼펜 정도 크기의 전열관에서 발생해서는 안 되는 결함이 생겼다. 방사성 물질이 흐르면 안 되는 공간으로 샜다. 이 전열관은 주기적인 점검 과정에서 결함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 원전은 계획된 정비가 아니고서는 가동을 멈춰서는 안 된다 등.월요일자 기사로 ‘증기발생기 세관 결함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 이 사고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재앙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식의 보도를 했다.화요일자로 ‘원전 측 엉뚱한 증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