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최후의 인터뷰 및 성완종 리스트 파문

제296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 / 경향신문 정환보 기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인터뷰 상대로 경향신문을 택했다. 


생애 마지막 인터뷰에서 그는 “제가 왜 이런 얘기를 했나, 나중에 아실 테니까. 잘 좀 다뤄주십시오. 깨끗한 정부, 진짜 박근혜 대통령이 깨끗한 사람을 앞으로 내세워서 깨끗한 정부가 될 수 있도록 꼭 좀 도와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잘 좀 다뤄주십시오.” 이 부탁을 제대로 들어줄 언론사로 경향신문을 지목한 것이었다.


삶의 마지막 길을 오르며 그가 내려다 놓은 팩트의 무게는 어마어마했다. 내용 자체의 중량감도 압도적이었지만 이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또한 만만찮게 무거운 주제였다.


그로부터 짧게는 1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 동안 편집국 간부들은 시시각각 머리를 맞대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최후의 인터뷰’ 대상으로 경향신문이 지목된 순간부터 기사 작성과 보도, 후속 보도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경향신문 편집국은 물론 전 사원들이 긴장감을 잃지 않았다. 그랬기에 결과물이 온전한 형태로 세상에 빛을 볼 수 있었다.


첫 기사가 나간 다음날 모든 신문이 1면 톱 기사와 사설 첫머리로 경향신문 보도를 인용했다. 그러는 사이 경향신문 기자들은 성 회장 증언의 전후 정황 확인과 당사자 해명을 듣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1차, 2차, 3차…. 보도 횟수가 더해갈수록 ‘리스트’에 거론된 당사자들은 ‘말바꾸기’를 거듭했다. 권력자들도 초라하고 궁색했다. ‘일인지상 만인지하’라는 국무총리는 사실상 ‘최단명’이라는 불명예만 기록한 채 자리에서 물러났다.
뿌리 깊은 ‘돈과 정치권력’의 공생 관계가 이번 일을 계기로 결별을 고할지, 아니면 ‘면죄부’를 받을지는 검찰 손에 달려 있다. 아니 어쩌면 망인(亡人)이 숙제를 남기고 떠난 우리 언론 모두의 몫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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