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다이어리

제296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 / JTBC 조택수 기자

기자들에게 법조는 어려운 출입처 중 하나다. 알려고 하는 사람들과 알려주지 않으려는, 아니 감추려고 하는 사람들이 한 곳에 부대끼기 때문이다. ‘수사 보안’이 명분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은 쉽게 알게 된다. 


이번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 그리고 이어지는 정관계 로비 의혹도 마찬가지였다. 검찰은 뒤늦게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녹취록이 공개되고 난 뒤 여론의 눈치를 살핀 결과다. 역시 철통 보안이었다. 이 사건이 가져올 파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짐작된다.


그렇다고 검찰의 입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일부에서 시청자는 고려하지 않은 무의미한 특종 경쟁이라고 비판하는 취재경쟁을 다시 해야 했다. 성 전 회장이 생전에 누구를 만나 어떤 로비를 했는지, 본인이 돈을 줬다고 한 사람들은 왜 그 돈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지 알려야 했다. 


특별취재팀이 꾸려졌다.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은 검찰의 입, 그리고 경남기업 주변을 끊임없이 두드렸다. 그리고 JTBC 특별취재팀의 손에 성 전 회장의 일정표가 들어왔다. 내용은 상상 이상이었다. 면식이 있는 정도라고 했던 김기춘 전 청와대 실장, 인연이 없다던 이완구 전 총리, 잘 모른다던 홍문종 의원 등과의 만남이 줄줄이 기록돼 있었다. 선물을 받은 리스트까지 있었다. 


뿐만 아니다. 청와대 전·현직 실세, 금융권 인사들도 예외 없이 일정표에 올라 있었다. 이 보도로 소극적이던 검찰의 수사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수사에 중요한 단서와 동인을 제공한 것이다. 특별취재팀은 이후에도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총리 수사와 관련해 결정적인 보도를 다수 내놓으며 검찰을 견제하고 시청자의 알 권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수사도 취재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일 수도 있다. 다시 한 번 신발 끈을 동여맨다. 권력의 입맛에 맞게 뒤바뀌는 수사는 없는지, 그리고 시청자들이 알아야 하는데 모르고 지나가는 것이 없는지를 찾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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