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포함 여부 보다 김영란법 근본 취지 먼저 살펴야"

공직자 부정부패 척결이 법안 핵심
대상자 확대 따른 위헌 논란 보완
언론 탄압 악용 가능성 방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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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계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에 원칙적인 찬성 입장을 보이면서도 법 적용 대상을 언론사 임직원 등으로 확대한 이유가 불분명하고, 언론인 포함 여부가 법 통과의 전제조건이 되고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박종률 기자협회장은 “김영란법의 본래 취지를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 보다는 언론인을 포함시키는 게 과연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부각되면서 마치 언론계가 김영란법에 반대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언론인 포함 여부보다는 공직자 부패 방지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희 여기자협회장도 “김영란법의 목적은 공공부문의 투명성을 확보해 부정부패 지수를 개선하는 것인데 언론인으로 대상자가 확대되면서 위헌 논란이 나오는 것 같다”며 “이 때문에 법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다면 법안의 근본취지가 살아나지 못하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후삼 방송기술인연합회장은 “관행적인 부분을 원래 취지대로 깨끗한 법 테두리 안에서 막자는 데 찬성한다”면서도 “다만 언론인을 공무원과 같은 잣대로 들이대는 것은 맞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에 관한 공청회가 열린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진술인들이 의견을 진술하고 있다. (뉴시스)

대상자가 확대되면서 김영란법이 위헌 논란에 휘말릴 수 있고,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애초 법안 취지대로 운영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시간이 다소 걸려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A사 한 간부는 “김영란법 취지가 왜곡되지 않으면 찬성한다”며 “공직자를 우선 적용하고 언론인을 포함시킬지 여부는 일반 국민들의 관점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 판단에 따라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B사 정치부장은 “언론인 포함 여부가 쟁점이 아니라 공직자를 제대로 감시할 수 있는 법을 만드는 게 핵심인데, 법 적용 범위가 1800만명 가량으로 확대되면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며 “엄격하게 적용할 수 없다보니 검찰이나 경찰이 타깃으로 잡으려고 하면 누구든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강경희 회장도 “언론의 범위가 굉장히 넓어지면서 어디까지 언론으로 볼 것인지 불분명하다”며 “전통적인 매체들만 있으면 대상이 명확할텐데 지금 언론 환경도 많이 바뀌어서 대상 자체가 불분명하고 본질이 많이 흐려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국가권력의 언론 탄압 악용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국언론노조 강성남 위원장은 “언론인이 김영란법에 포함된 것에 대해 별 부담감이 없다”며 “언론자유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지만 김영란법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검찰과 부조리한 정치권력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특히 언론인 포함 여부가 법 통과를 결정짓는 전제 조건처럼 비추어지면서, 쟁점이 흐려지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C사 고위 간부는 “언론인 포함 여부가 쟁점처럼 비추어지면서 언론이 김영란법을 반대하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오해한다”며 “이 때문에 법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해야 할 언론 기능이 위축되고 있다”고 했다.


더구나 법 적용 실효성과 타당성 등을 위해선 공론의 장에서 찬반 격론이 오가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언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실제 지난 23일 열린 법사위 공청회에서도 논란을 잠재우고 법이 제대로 통과되기 위한 조건을 묻는 위원들의 질의에 대해 국립강릉원주대 오경식 교수(법학과)는 공청회 등을 통해 법을 수시로 알리는 게 중요하고 말했다.


반면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일보는 24일자 사설(김영란법, 이젠 논란보다 조속 처리 결단할 때)에서 “법안의 원래 취지를 어떻게든 살려 내기 위해서는 자구와 체계를 다듬는 수준에서 정무위안을 국회 본회의에 올리는 것만이 현실적 방안”이라며 “일부에서 권력의 언론 탄압에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일부 제도적 방지 장치만 더하면 얼마든지 기우로 돌릴 만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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